성경을 대하는 정당한 자세
성경을 읽고 묵상할 때 종종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지식이나 이성과 경험 등을 총동원해 말씀의 의미에 접근해 가려고 할 때가 많이 있다. 또는 내가 가진 고민이나 현상에 대한 논리적 사고에서 출발하여 말씀의 의미를 파악하려 애쓰기도 한다.
비록 그러한 노력들이 모두 허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배우려는 자세에서 상당 부분 멀어질 수 있음을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지금까지 형성해 놓은 체계적 논리 위에 그것을 세워보려는 시도를 먼저 거쳐서 그를 통해 정리된 개념을 가지고 ‘아, 하나님의 뜻이 이러하다’라고 주장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제한된 시각과 연약한 눈으로 굳이 합리적인 이해를 얻어 보려고 애쓰다가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범위를 넘어서 마땅히 생각해야 할 분량 이상의 어쭙잖은 이해를 추구할 위험을 조심해야 할 이유이다.
따라서 우리는 제한된 시각으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헤아릴 수 있다고 자신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오묘하신 뜻과 그 선하신 뜻이 이루어지는 구속사에 우리를 참여하게 하심을 감사하며,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그 안에서만 우리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말씀의 비밀을 밝혀내어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씀에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의 권위가 교회를 통해 우리 삶을 통치하고 다스리심을 깨달아 그에 순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 성령께서 눈을 열어주시고 깨닫게 하시는 은혜를 주실 때 우리는 감사함으로 그것을 누리며 우리의 삶을 통해 그에 순종하는 실질을 드러내보여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르게 깨달을 수 없음을 고백해야 하며 또 그 은혜를 통해 계시해 주신 만큼만 바르게 알아가야 할 것이다. 교회가 그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를 사모하며 서로가 가진 이해의 차이를 겸손함 가운데 잘 정리해 갈 수 있어야 한다.
선명해야 할 부분과 우리의 한계에 머무는 부분이 있을 터인데 그것을 잘 분별하여 그에 합당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