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사고시’폐지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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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사고시’폐지 논의를 기대한다

지난 6월 10일 남문교회에서 있었던 강도사 고시에는 102명의 청원자 중 100
명이 응시했다고 한다. 그중 초시가 72명이고 재시가 28명이었는데 합격자
는 59명이고 41명은 과락으로 불합격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강도사고시 합격, 불합격에 어떤 의미를 두어야 하는지 한 번 생각
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강도사고시에 한 해 먼저 합격했느냐, 못했느냐가 
목회자의 일생에서 너무 하찮은 것이요, 그것이 그의 신앙 인격은 물론 목회
를 잘하고 못하는 것과도 별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훌륭한 목회자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 강도사고시에 불합격하는 경우
가 적지 않고, 고시에 한 번에 합격하지 못했던 목회자가 목회를 잘하는 경
우도 결코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도사고시에 불합격한 사람들 거
의 모두가 그것을 심각한 일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고 그 결과에 순복하지 않으려 한다. 

강도
사고시가 강도할 자격자를 변별하는데 실제적인가. 매년 강도사고시에 
투자되는 인적, 물적 비용과 불합격한 본인과 가족과 교회가 받는 상처에 비
해 본인과 교회에 주는 유익이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불합격하는 과목과 합
격자의 수가 해마다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도사고시를 시행해야 할 
보편 타당한 이유가 있는가. 

원래 강도사고시는 목사고시와 연계되어 노회에서 주관하였다. 그러다가 해
방 후 혼란한 신학 사조를 막기 위하여 총회에서 강도사고시를 주관하게 되
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갖가지 문제점과 황당한 사건들 때
문에 개인과 교회들이 심각한 상처를 받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때마다 강
도사 고시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책이 논의되었지만 강도사고시제도는 아
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시대를 초월해서 강도사고시를 앞둔 모든 신학 졸업생들이 갖는 공통
된 의문은 강도사고시를 왜 하는가 하는 것이다. 신학교 교수들의 교수 능력
이나 평가와 학생의 수학 능력과 이해도가 의심되어 검증해 보려는 데 있는
가, 신학교 졸업생들에게 그동안 공부한 것을 정리 복습하는 유익을 주기 

한 것인가, 노회에서 목사고시와 연계하여 강도사고시를 치르는 것보다 총회
에서 하는 것이 더 권위가 있어서인가.

불과 40년 전에도 대부분의 신학생이 고등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로 신학교
에 입학하였다. 또한 신학교 교수들의 실력과 신학적 입장도 다 같지 않았
다. 따라서 신학교에서 신학이 제대로 교수되었는가와 학생들이 고등학문인 
신학을 제대로 배우고 이해했는가를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교수들은 강도사고시가 생기기 전의 교수들에 비하
면 신학적 입장과 교수 능력이 분명하고 월등하게 나아졌다. 또한 모든 신
학 졸업생들은 대학에서 4년의 학사 과정을 마치고, 신학교에서 3년의 신학 
혹은 목회학 석사 과정을 거치면서 강도사고시에서 다루고 있는 그 과목들
을 이미 시험을 보아 통과하고, 통과하지 못한 경우 재수강을 하여 통과하
여 졸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과목의 3년 분량을 가지고 다시 시험을 쳐서 응시자
들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은 고시부원과 응시생 모두가 모교와 자
신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모순을 범하고, 의미가 퇴색한 전통을 대물림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강도사 제도 자체가 성경의 근거도 없는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고, 필연적인 
또 다른 목적과 이유가 없다면 폐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혹 강도사 제도 
폐지가 어렵다면 최소한 강도사고시 제도를 폐지하든지, 노회로 이관하여 목
사고시와 연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도사고시를 폐지할 경우 신학교에서는 목회 현장에서 절실한 실천 신학만
을 배우는 1년 과정의 목회대학원과정을 개설하고, 노회에서는 그 과정을 수
료한 자에게만 목사고시 응시 자격을 주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그들을 청빙
하려는 교회 모두에게 유익이 되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제도가 될 것이다. 
합신에서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는 목회학 박사 과정에서 실천신학에 관한 강
의를 예로 든다면 이런 공부를 목회 현장에 나가기 전에 할 수 있다면 많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그만큼 목회도 잘 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매년 100여 명의 응시생(합동측의 경우 매년 800여 명)과 고시부원과 심지
어 지교회 교인들에게도 주는 부담에 비해 이제는 근거도, 실용성도, 권위성
도 퇴색한 강도사고시를 폐지하고, 본인과 교회에 실제적인 유
익을 주는 교
육 연장 방안을 노회와 총회에서 함께 논의해 주기를 제안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