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합신의 목사다
< 최광희 목사, 행복한 교회 >
“한 번의 고성도 없었고 얼굴 붉히는 사람도 없었던 총회였습니다”
9월 셋째 주간에 제99회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 총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수원노회의 총대로 참석했습니다. 총회를 참석한 첫날부터 저는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에 너무나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수십 년간 노회에 참석해 왔지만 전국의 노회에서 선출된 총대들이 모인 총회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찬송을 하나 불러도 어쩜 그렇게 은혜가 되는지 모릅니다.
해마다 9월이면 각 교단의 총회 상황이 뉴스에 나오는데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소식 때문에 부끄럽고 화가 났습니다. 그러나 우리 합신 교단의 총회는 전혀 다르며 이름처럼 성(聖) 총회입니다.
이번 총회를 참석하면서 저는 물론이고 다른 총대들도 하나같이 합신에 속한 성도이고 합신의 목사인 것에 대해 한없는 자부심과 감사를 느낀다고 고백했습니다.
오늘날은 당연한 것이 오히려 희귀한 이상한 시대인데, 우리 합신 총회에서는 단 한 번의 고성도 없었고 한 사람도 얼굴을 붉히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한 사람이 수십 번 손을 들고 발언을 해도 누구 하나 야유하는 사람 없이 다 들어주는 성숙한 분위기였습니다.
자기와 전혀 다른 의견의 발언도 끝까지 들어주고 또 상대방의 의견이 더 옳다 싶을 때 앞서 동의(動議)한 분이 자기의 동의를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혹 두 의견이 맞설 경우 표결을 하면 언제든지 승복하기도 했습니다.
임원선거나 의사 결정을 할 때에도 같은 노회에서 온 총대라 해서 몰표를 주는 일도 없었습니다. 나란히 앉은 총대가 서로 다른 의견에 거수를 해도 너는 왜 그쪽에 손을 드느냐고 핀잔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각자 자기의 신앙 양심에 따라 옳다고 생각되는 의견에 찬성을 표했습니다.
일전에 총회 총무로부터 기독교계 신문사 기자들이 합신 총회는 세미나를 하는 것 같다고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참석하면서 봐도 우리는 3일 내내 각종 안건을 다루면서 학술 세미나를 하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우리 총회를 그대로 촬영하면 회의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하는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번 총회에서 대외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한 것 중에는 ‘베리칩이 666 짐승의 표라고 주장하는 무리들은 급진적 세대주의자들이며 시한부 종말론자들이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요한계시록에서 666은 사람의 수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수는 네로 황제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바코드나 베리칩이 짐승의 표라고 떠드는 사람들에게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또 한 가지 결정은 ‘한국독립교단연합회’는 교단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작년에 제가 한국독립교단연합회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그쪽 총무도 그들 스스로 교단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결정으로 말미암아 ‘한국독립교단연합회’와 같이 교단이 아닌 곳에서 목사로 안수 받은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3년 전에 고신 교단의 제의로 고신과 합동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해 왔는데 금번에 이를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합동은 추진하지 않더라도 교류협력위원회를 만들어 연합활동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이 외에도 3일간 여러 가지 보고와 결정을 했는데 그 모든 과정에서 총회 총대들이 보여준 성숙한 자세로 말미암아 감사가 넘칩니다. 총회를 마친 소감을 딱 한 마디로 말하라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나는 합신의 목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