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골 아침사색| 카메라 앞에 선 것처럼…_변세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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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 선 것처럼

 

< 변세권 목사, 온유한교회 >

 

후회 없는 목회인생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길

 

 

올 여름은 지나간 어느 여름날의 추억도 없이 일찍 우리 곁을 떠나갔다. 벌써 가을 같은 겨울아침, 저녁이 찾아오는 것을 보니 매우 섭섭했었나보다.

 

어느덧 올해 총회도 끝나고 곧 노회가 펼쳐진다. 좋은 과정과 결실들을 하나님의 임재하심과 섭리하심 가운데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동안 우리의 총회나 노회를 보면, 왠지 싸우고 논쟁하는 것 밖에는 별로 할 얘기가 없는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인간세계와 인간역사를 돌아볼 때 그런 현상들을 무조건 비판만 하지 말고 때로는 우리의 생각과 자세를 바꿀 필요가 있다.

 

얼마나 답답하면 본인이 그렇게 발언을 하며, 자기의 주장을 펼칠까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도 나름대로 그 분야에 관심이 있고 그런 정보와 지식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상대적 입장에서 그런 주장이나 의견에 대해 반박하기보다 풍성한 자료와 인간의 실존을 알고 잘 반응하며 대꾸해주고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회의 분위기를 성숙하게 이끌어야 한다. 사실 하나님은 교회역사를 예배와 교회회의에 함께하시는 임재방식으로 항상 이끌어오셨다.

 

우리는 때로 법과 원칙, 관용과 용서의 한계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당연히 원칙이라는 큰 틀의 차원에서 먼저 그 법을 지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래야 전체 공동체가 어디로 향하는지 방향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작은 일들이 발생하는데 그런 것들은 각종 회의에서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서로 돌아보며 그 형편과 처지에서 예외적으로도 다를 줄 아는 성숙한 신앙의 모습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속해있는 장로교회는 민주정치체계이다. 예를 들어 목사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장로도 중요하다. 장로교회는 장로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목사들은 장로들을 존중하고 대등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때 우리 목사들은 너무 순진하고 무능하기도 하다. 그래도 목사가 칭찬받는 이유는 목사는 모든 이해관계에서나 또 권력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우리는 모든 관계성 속에서 그것을 이룰만한 실력이 부족하다.

 

결코 목사의 지위를 낮추거나 비하하는 말이 아니다. 일이 되던 안 되던 목사는 언제나 자기의 경우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목사는 목사다워야 한다. 목사가 너무 유능하면 교인이 무능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자리에 늘 와 있는 자들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 목회나 인생사에 수두룩하다. 무엇하나 멋있고 시원하게 할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니 후회 없는 목회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나님께 진심과 바른 목적을 갖고 있으니 하나님 저에게 잘해주셔야 되고, 보상해주셔야 됩니다!’라고 생각하기보다 그것으로 인한 우리의 분노와 열등감을 벗어버리는 훈련을 하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할 것이다. 우리는 그 길을 면할 방법이 없다.

 

그 길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이기에 배신이 있고, 서러움이 있고, 아픔이 있다. 그러나 주님과 묶여있기에 걱정하지 않고 그 길을 가는 것뿐이다. 우리는 목사가 되었든 장로가 되었든 뭐가 되었든 전우로서 전선까지 같이 간다는 자세를 가져야 된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같이하고, 웃고 떠들다가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만나지 않고 그만두는 것은 성경적 인간관이 아니다. 편을 들어 같이 가는 마음이 중요하다. 무슨 대세를 이루자는 것이 아니다. 어느 목사가 실수할 수 있다.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그 사람을 누가 흉을 보면 “내 앞에서 그 사람 흉보지마!” 하고 편을 들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자신이 부족한 것을 알고 고쳐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하다하다 안되면 ‘합신 괜히 들어왔어’ 하고 말하는 것을 본다. 아무도 합신에 오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본인이 선택해서 들어온 것이다.

 

미안하지만 그럴 시간이면 교인들 밥을 사주고 안부를 묻고 이름을 외우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목사들은 누군가가 뒤에서 뭐라고 하는 소리를 제일 두려워한다. 그러나 무슨 소리를 들어도 목사는 늠름하고 너그럽고 당당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개혁신보 김상우 기자가 사진을 찍을 때 “이게 진짜입니다. 이제 신문에 날겁니다”라는 멘트로 모든 이들의 입가에 웃음을 띠게 하는 것처럼, 마치 카메라 앞에서 웃음 띤 얼굴처럼 서 있는 것 같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