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편식과 편견_정요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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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과 편견

 

< 정요석 목사, 세움교회 >

 

누구나 자신의 주장이 편견일 수 있다는 넓은 마음 배워야

 

 

제99회 총회는 참 은혜롭고 생산적이었다. 많은 것을 배웠다. 총회가 있은 오정성화교회는 기쁨으로 섬겼고, 교인들의 얼굴에 진심이 배어있었다. 식사와 간식이 얼마나 풍성했는지 총대들은 모두 몇 킬로는 살이 쪘을 것이다.

 

수요일 점심에는 홍어와 돼지고기와 김치의 홍어 삼합이 나왔다. 나는 돼지고기를 군대생활하며 비로소 먹기 시작했다. 홍어의 비릿한 맛과 톡 쏘는 맛은 아예 먹을 엄두도 나지 않아, 한두 점 겨우 먹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홍어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톡 쏘는 맛이 있어서 더욱 맛있었다. 비로소 왜 사람들이 홍어를 먹는지, 그리고 홍어삼합이 왜 그렇게 인기 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다소 불경스럽지만 막걸리가 곁들이는 이유도 분명히 있을 거란 연상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나는 비위가 약한 편이다. 어려서부터 편식이 심했다. 다소 이상한 맛이 나면 아예 먹지를 않았고, 익숙한 음식 몇 가지만을 먹곤 했다. 고추장으로 비벼 먹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고추장의 강한 맛으로 음식들의 다양한 맛들을 죽여 버릴 수 있어 비빔밥을 좋아했던 것 같다.

 

군대를 제대하고서 어느 날 몇 십 년, 몇 백 년 존재해온 음식들은 모두 존재이유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이 좋아할 요소가 각각의 음식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음식이 존재해온 것임을 알고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 맛을 찾으려고 적극적으로 임하였다. 그러니 각 음식의 고유한 맛이 느껴졌고, 그러면서 편식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간 등한시 한 음식들이 얼마나 맛있는 건가를 알며 다소 억울하기까지 했다.

 

편식의 습관은 지금도 다소 남아있다. 식탁에 놓여있는 음식 하나에 계속 손이 간다. 숟가락을 놓고 일어설 때 다른 음식들이 여러 개 있었음에 놀라곤 한다. 나는 아직도 나의 욕구에 강한 편인 것 같다. 더 맛있는 음식들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나의 편견으로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못한 것이다. 편식은 편견과 강한 자기욕구와 상당 부분 연관이 있다.

 

총회 기간 동안 총대들과 다양하게 교제하려고 노력하였다. 나의 성향에 맞는 이들이 아니라 마주치는 이들이라면 나의 눈길을 그분들에게 드리고, 그분들이 지닌 맛과 멋을 찾아내고자 노력하였다. 마음속에서부터 반가움을 전하고자 하였으며, 진심으로 그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자 하였다. 어떤 강한 논리와 정서로 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 각자가 지닌 맛과 멋을 보고자 노력하였다.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사람들이 먹어온 음식들에 존재하는 것이고, 꽃보다 아름답게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사람들에게 더 많이 심겨져 있는 것이다. 나의 편견으로 나는 그동안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이들을 교제 밖으로 제외시켜 놓았는지 모른다. 그럴수록 나는 그들이 지닌 맛과 멋에서 멀어졌고, 그만큼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요사이 음악을 많이 듣는다. 나는 운동을 무척 좋아한다. 하루에 두서너 번은 꼭 하곤 한다. 시간의 검증을 뚫고 살아온 것들에는 모두 존재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요사이 음악과 미술에도 관심의 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클래식(고전)으로 인정받은 것들에는 겸손한 자세로 대한다. 내가 겸손하고 폭을 넓힐수록 내가 누리는 음악과 미술의 맛과 멋 또한 넓고 깊어진다. 그렇다면 나의 신학과 목회를 성경이 말하는 그대로 임하기보다 얼마나 나의 편견과 고집과 욕망으로 대했을까? 성경과 목회도 전제 없이 읽혀지지 않는다.

 

총회 기간 동안 여러 총대들의 발언들을 들었다. 대부분의 발언에서 본인의 주장을 어떻게든 전하려는 마음과, 그것이 혹 다를 수 있다는 절제와, 어떻게 결말이 나든 총대들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순응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그분들도 자신의 주장이 편견일 수 있다는 넓은 마음을 배웠기 때문이리라. 한 해 나이를 먹을수록 고집과 주장보다 겸손과 절제로 물드는 총대들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얼마나 모든 이를 열린 마음으로, 사랑을 갖고 대하고 있는가? 우리 교인들을 얼마나 편견 없이 사랑으로 대하고 있는가? 목회자로서 그 사람의 장점과 멋을 찾아내어 그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이름을 얼마나 불러 주고 있는가?

 

목회가 나를 철들게 하고 깊게 한다. 목회가 나에게 하나님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진지하게 배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