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하는 이중국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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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하는 이중국적자들

박형택 목사| 화평교회

요 근간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가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 국
적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폭증하고 있는 것과 그 원인이 무엇인
가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국적포기를 신청한 사람이 하루 한, 두 명에 불과
했는데 올 6월초에 시행을 앞두고 있는 국적법 개정안 때문에 서울 출입국관
리소가 연일 만원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서울 국적업무출장소의 집계에 따르면 법안통과 전에는 하루 3건 안팎이던 
국적포기 건수가 4일에는 35건으로 불어나더니 6일 97명, 7일 47명, 9일 94
명, 10일 143명, 11일 160명으로 연일 증가하고 있으며 광역시를 비롯 7개 
지역 출입국관리소와 재외공관에서도 접수를 받고 있어서 국적포기건수는 시
행 전까지 수천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는 실정이다. 

국적포기후 선택한 국가는 예상대로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98.6%에 해당
하는 사람들이 
미국을 모국으로 선택, 미국 편중 현상이 극심한 것을 보여주
고 있다. 또한 국적을 포기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연령별로 보면 5세 이하가 
8.3%, 6-10세가 8%, 11-15세가 45.8%, 16-20세가 37.3%, 20세 이상 0.5%로 
99%가 미성년 남성인 것을 감안할 때 국적포기의 이유가 병역기피에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인 부모에 미국인 자
녀가 한 가정에서 살게 되는 셈이다. 

지금의 국적법은 이중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언제든지 국적을 포기할 수 있
었는데 개정되는 국적법은 이중국적을 가진 자가 병역의무를 마치기 전에는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6월초에 시행된
다는 사실 때문에 시행 전에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하여 미리 국적
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기 자식을 군대에 보내 병역의 의무를 하게 하고 싶지 않다
는 내심 즉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하겠다는 것에 문제가 있
다. 한국인으로 한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국민의 의무인 병역을 기피하기 위
하여 국적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국적포기자
의 직업을 살펴보면 교수, 연구원 등 학계인사가 41.1%로 가장 
많고 상사 및 주재원이 40.6%, 공무원이 1.8%, 자영업 등 직업을 모호하게 
기술한 사람들이 16.3%인데 이 기타의 사람들 가운데 정계나 재계의 사람들
이 상당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관측을 낳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국적포기자의 부모가 대부분 사회지도층 인사라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지도층은 자신들이 누릴 권리에는 최대한 관심을 기울이지만 마땅히 
행해야 할 의무에는 매우 둔감할 뿐 아니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납세
의 의무나 국방의 의무에 있어서 사회지도층은 마땅히 본을 보여야 함에도 
지금까지 그렇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국적포기 폭증 사건은 우리 사회지도
층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적어도 그 사회가 건전하려
면 노불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즉 사회적 신분이 높은 지도층이라
면 그 만큼 자신들이 행해야 할 의무를 다하고 도덕적인 본을 보여야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오늘 우리 기독교는 어떠한가? 과거 가수 Y군이 사람들 앞에서 군
대에 가겠다고 선언했다가 결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시민권을 택한 사
건은 
상당한 지탄을 받았다. 특히 그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
고 있었기에 더욱 실망감과 분노를 가져다 주었다. 결국 사회여론은 그를 한
국 내에서의 연예활동을 금지당하고 입국금지를 하도록 만들었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많은 수의 Y군과 같은 사람들이 양다리를 걸치
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다 누리려고 하고 자신이 행해야 할 의무는 저버리
고 있음을 보고 그것을 부추기는 지도층 부모를 보았다. 여기에 미국에서 공
부한 신앙인으로서 교수들이나 목회자의 자녀는 없을까? 그리스도인 실업인
은 없을까? 지금까지 모든 사건 속에 기독교인이 25%를 차지해 온 것에 의하
면 국적포기 사건가운데도 그 정도는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과거 우리 교단에서도 목회자들 가운데 이중국적 문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진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목회를 하면서도 이중국적을 취득한 저의가 
무엇이냐? 그것이 과연 목회자에게 합당한가로 설왕설래 말이 많았었다. 

오늘 이 시대에 기독교인들의 도덕지수를 세상 사람들은 어느 정도로 평가하
고 있을까? 사실 돌이켜 보면 우리에게 습관화 된 것 중에 하
나가 우리의 관
심을 “행해야 될 의무보다 누려야 할 권리에 더 편중되게 두었다는 사실”
은 부인하지 못할 일이다. 특히 목회자들도 어느새 그러한 일에 만성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염려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신자들의 도덕적 해이
가 세상에 보여지고 있어 사람들의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지 않
나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