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계의 대표성은 누가 가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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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계의 대표성은 누가 가지는가?

송영찬 국장

한국 교계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라
고 하는 두 연합 기구가 활동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 기구가 한국 기독
교를 대표하는지에 대한 대표성의 문제가 간간이 발생하게 되었다. 특히 정
부 차원에서 종교계 대표를 초청하는 자리에 이 두 기구 중 누구를 기독교 대
표로 초청할 것인가 하는 데에서 더욱 그러했다. 일반 언론 기관에서도 두 
기구가 각기 다른 메시지를 발표할 때 어느 기구가 기독교를 대표하는지에 대
해 혼돈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하고 한국 교계의 대표성을 인정하기 위해 최근 양 기구
의 통합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양 기구에서는 ‘교회일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양 기구의 통합 또는 연합을 위한 활동이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양 기구는 당분간 그대로 존속하면서 구조적인 조정 절차를 밟아 점차 한국 
교계의 대표성을 가지는 하나의 기구로 
통합하겠다는 로드맵을 가동시키고 있
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에 대해선 서로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대 
사회적인 필요성 때문에 야기된 한국교회 대표성에 대한 정의가 분명하지 않
다는 것이다. 교회협은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의 일환으로 구성된 기구이며 
여기에는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여하는 교단이 가입되어 있다. 반면에 한기총
은 신학적 특성과 상관없이 교단이나 기관의 구성과 가입 조건만 맞으면 회원
으로 가입되어 있다. 이것은 일종의 교단들과 기관들의 연합체라고 할 수 있
다. 따라서 이 두 기구가 한국 교계를 대표해야 한다는 하등의 명분이 없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각 교단은 그 나름대로 자신들의 신학을 견지하
고 있으며 그에 합당한 헌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각자 교단 나름대로 특
성을 가지고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교단 그 자체가 전국적이며 대 사회적
인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각 교단은 교단의 고유성과 독립
성을 가지며 독자적인 대 사회 대표성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독립된 각 교단들을 통합된 하나의 기구로 묶는다고 해서 그 기구가 
한국 교
계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가 구태여 대 사
회적인 발언을 위해 하나의 통합된 기구를 가져야 할 명분도 없다. 단지 서
로 뜻을 같이하는 교단들끼리 연대하여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아니면 단독으로
도 충분히 그 역할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금에 이르러 한기총은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발판으로 한국 교계를 대
표하는 기구처럼 대 사회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국 규모
의 조직을 갖추고 있는 교단들은 한기총의 시녀로 전락되지 않는가 하는 우려
가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형 교단의 교단장 출신들조차 한기총 대
표 회장이 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
다.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게 된 것은 각 교단의 정체성이 그만큼 희석되었기 때문
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과거 60-80년대 기하급수적인 교단들의 분열은 신
학적 이유라기보다는 정치적 또는 지역 발판에 따른 감정적인 분열이 대부분
이었다. 그 결과 장로교만해도 360여개의 교단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
다. 몇몇 교단들을 제외하고 이들에게서 독립적인 교단의 성격을 찾기란 쉽

지 않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교단의 정체성보다는 연합 기구의 활동에 가입하는 
것으로 자기 교단의 존재 가치를 찾으려 하는 군소 교단들도 적지 않다. 그
러다 보니 한기총이나 교회협에 가입해 있는 것만으로도 독자적인 교단이 된 
것처럼 만족해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신학적 정체성이 약한 소형 교단들일
수록 더 그렇다.

한국 교회의 연합 활동을 위한 기구로서 한기총이나 교회협의 존재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양대 기구가 연합하거나 통합함으로써 한 목소리를 내
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한 우리 교단 역시 연합 기구에 활발하게 참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연합 기구가 가지는 한국교회의 대표성
은 어디까지나 한국 기독교계를 대표하기 위한 편의에 다른 고육지책(苦肉之
策)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한국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기구는 공식적
으로 ‘교단’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때문에 연합 기구로 인하여 각 교
단의 독립성과 독자성이 훼손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히 개혁의 3대 이념을 교단의 지표로 삼고 있는 우리 교단은 이 점을 간과

선 안 된다. 범 기독교적인 연합 기구와 연합 사업에 대해 우리 교단은 이
미 확립된 정체성의 범위 안에서 적극적으로 참여 혹은 협력해야 한다. 그리
고 가급적이면 연합 기구의 리더로서 이 땅에 개혁 이념을 확장시켜 나가기 
위해 힘을 써야 한다. 이것이 한국 교계를 살리는 길이고 이 땅에 올바른 복
음과 문화를 세우는 길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과연 그러한 의지가 있느냐 하
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