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도 개혁하고, 신앙도 갱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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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도 개혁하고, 신앙도 갱신하자 

김재성 교수

20세기 신학의 핵심적인 잇슈는 에큐메니칼 운동이었다. 하지만, 에큐
메니즘의 중추기관인 세계 교회협의회는 지금 과연 얼마만큼 자신들이 목표
를 성취하고 있을까? 한국 교회는 지금 연합과 통합을 위한 협의회 구성에 상
당히 열심을 내고 있는데 과연 무엇을 주의해야 할 것인지 돌아보면서 진행해
야 할 것이다.

이번 주 미국에서는 연일 로마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추행 심문 소식이 뉴스
의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냥 이대로 방치한다면, 로마 가톨릭 교회의 위
기가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건강이 여의치 못한 요한 바오로 2세는 일상
업무를 처리하기가 불가능한 상태인데, 각곳에서는 교황의 재가를 기다리는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니 보통 위기가 아닌 것 같다. 올 해들어서 미
국에서는 약 1천 5백여명의 성직자들이 성추행 사건 혐의가 포착되어 조사중
이고, 그중에 해임된 사제만 해도 2백 32명에 이르고 있다는 보고다. 종교관

련 조사기관인 세인트 루이스 포스트 패치는 이를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얼
마 전 타임지의 표지로 다루어져서 자세히 소개가 되었고, 연일 각 언론매체
에서 로마 가톨릭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급기야 성추문 사건의 스캔들이 퍼져나간 교회당과 그것을 적당히 얼버무리
다가 빌미를 제공한 대주교가 살고 있는 도시, 보스톤에서 로마 교회를 개혁
해야 한다는 일단의 신자들이 뭉쳤다. 2002년 7월 20일 토요일, 미국 전역 
35 개 주에서 온 4천 여명의 ‘통곡’하면서도 ‘성난’ 군중들이 하이네스 
컨벤션 센타에 모여든 것이다. 

성추행을 범한 성직자들을 영구히 목회활동에서 퇴직시켜야 한다는 성도들
의 평범한 주장을 외면하고, 그들의 성직 신분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단지 성
도를 접촉하는 것만을 금지하는 결정에 항거하면서, 이 차제에 평신도들에게 
대폭 문호를 개방하는 교회가 되라고 촉구한 집회였다. 

7월 21일자 미국 국내판, 시카고 트리뷴이 전하는 목소리는 분명하다. “이
제는 교구제로 왕국을 구성하는 교회개념은 버려야만 한다”고 토마스 도일 
신부는 말했다. 이들은 지난 몇 
달전에 가톨릭 주교들의 잇단 성추문이 보도
되면서, 메사추세츠 주의 어느 교회 지하에서 모임을 결성하였는데, 전국적으
로 1만 9천여명이 가입하여 현재 로마 가톨릭의 위기를 타개하는 대안을 제시
하기로 하였다. 이들이 내건 구호가 ‘신앙은 지키고, 교회는 개혁하자’ 
(Keep the Faith, Change the Church)라는 표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신앙마저도 개혁해야만 한다는 점을 아직 모르고 있다. 

이들은 보스톤 지역 가톨릭 신자들에게 더 이상 성추문을 한 신부들이 사역
하는 교회에 헌금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 대신에 보스
톤 자선 단체가 선정한 80여곳의 기관을 추천했다. 

이날 모임을 주도한 측은 지난 달 달라스에서 미국 가톨릭 주교단에 의해서 
추인된 교회 개혁청원을 바티칸의 요한 바오로 2세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
했다. 여기에는 성추행한 신부들을 목회사역에서 영구히 퇴진시키는 것만 아
니라, 여성 사제에 대한 문호 개방도 포함되어 있고, 신부들의 독신주의에 대
한 재고 요청도 있다. 이제야 교회의 제도적 개선책이 불가피함을 평신도들
이 앞장서서 강력히 원하고 있
다. 그렇다면, 차제에 로마 교회의 운영체제나 
성직제도라는 겉모습만 개혁할 일이 아니라, 그들이 물려받은 전통적 신앙마
저도 깨끗하게 개혁해야만 한다. 

1960년대에 제2차 바티칸 회의가 가톨릭의 개혁을 시도한 뒤로, 지난 40년동
안 여러번의 개혁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번에 모임이 가장 구체적이어서 분명
히 무엇인가 이룰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바티칸 당시 모임에 참가한 이후
로 지난 40년간의 개혁시도를 지켜본 전직 가토릭 신학교수이자 신부였던 안
토니 마씨미니는 평신도들이 주도한 이번 모임은 정말로 다르다는 것을 실감
한다고 토로했다. “이것은 마치 혁명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번에는 일과
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될 것임을 확신합니다”고 증언했다. 

로마 가톨릭은 자신들의 교회를 개혁하고자 부르짖었던 루터와 칼빈을 비롯
한 종교개혁자들과 개혁주의 성도들이 16세기와 17세기에 흘린 순교의 피에 
대해서 겸허하게 회개하고 용서를 청해야만 한다. 크고 작은 마을과 교회에
서 수 만 명, 수 십 만 명 핍박하고 압제했던 그 잔악한 폭정에 대해서 겸허
하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리고, 로마 
가톨릭이 물려받고 있는 종신직인 로마 교회 제도부터 뜯어 고
쳐야만 한다. 언제까지 제왕적 권위주의 통치를 한사람 교황에게 의존해 나
갈 수 있을 것인가? 나이가 들으면 기민하지 못하여서, 대부분의 목회자는 70
세로 은퇴한다. 과연 교황은 언제까지 종신직으로 ‘교황무오의 명예’를 유
지할 수 있을 것인가? 

로마 가톨릭은 신앙도 개혁하고, 교회도 개혁해야 한다. 그들이 지녀온 지
난 천 오백년간의 권세와 영화는 이제 완전히 퇴락하고 있다. 미국이나 프랑
스, 유럽 각국에서는 신부들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서 빈 교구를 동분서주하
는 늙은 사제들이 혹사를 거듭하고 있으며 은퇴를 하지 못해서 어려움이 많다
는 보도는 여러번 나왔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와 한국에서 수입해서 겨우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보스톤 모임도 교회가 승인하지 않은 집회라고 신부들은 금지를 시켰지
만, 흐르는 물결을 더 이상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성경의 가
르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회개하여서 완전히 신앙과 교회가 함께 개혁되
는 로마 천주교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제라도 개혁하고 갱신하면 가능성이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