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번역 성경 사용을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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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라면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이나 초신자는 읽기 어려운 책으로 인식한
다. 성경이 말씀하는 참 뜻은 성령의 조명이 있어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는 
것이므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성경의 문체
와 단어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은 문제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번역 성
경은 초기 선교사들이 성경 번역 위원회를 구성하여 1890년 로스역(1882년)
의 수정판을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새로 번역에 착수하여 1936년에 구약을, 
1937년에 신약을 완역하여 출간한 것을 1956년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따
라 맞춤을 고쳐 사용해 오고 있는 성경이다. 그간에 우리말에 많은 변화가 있
었으므로 성경의 어조와 낱말은 거의 고어가 되다시피 하였다.
새 번역본의 필요를 절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간에 새 번역들이 나왔
다. [새 번역 신약성서](1967년), 신 구교 합동으로 펴낸 [공동 번역 성서]
(1977년), 생명의 말씀사의 [현대인의 성경](1985년), 성서교재간행사에서 펴
낸 [현대어성경](1991년) 
등이 있으며, 대한성서공회에서 초교파적으로 번역
위원회를 구성하여 오랜 작업 끝에 내놓은 [표준 새번역 성서](1993년)가 있
다. 주로 보수적인 교회들은 이 번역도 주로 신학적인 견지에서 만족할 만한 
것이 못된다고 하여 달리 또 번역을 시도하기로 하였으나 아직 이렇다할 결실
을 보지 못한 상황에 있다. 그리하여 대한 성서공회에서는 따로 또 수정된 개
역 개정판을 내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비록 새 번역의 필요성에 동감하더라도 새 번역을 쉽게 받아
들이기 용이하지 않은 줄로 안다. 대체로 오래 교회 생활을 해 온 신자들은 
성경을 통독하며 암송하는 등 [개역 성경] 말씀에 익숙해 있다. 그래서 아무
리 좋은 새 번역이 나와도 그것은 낯선 성경으로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간에 
나온 새 번역들은 무엇보다도 어법이 어색하다. 그러므로 새 번역을 쓰자는 
결단을 내리기를 주저한다.
기성 세대 중심으로 생각하면 현재의 개역 성경으로도 족하다. 어려운 말
은 성경 주석을 보거나 설명하는 말을 들으면 된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에 관
심을 두는 사람들이나 젊은 세대와 어린이를 위하여서는 그렇지가 않다. 한시
라도 속히 새 
번역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교회가 조처해 주어야 한다.
전도용 성경을 선물로 받는 사람들은 다 성경 언어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리고 성경 읽기 책을 펴내는 이들은 청소년들과 어린이 용 성경 읽기 책을 
편집할 때 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된 새 번역들을 두고 어려운 말
로 쓰인 개역 성경 본문을 소개해야 하는 부조리를 경험하면서 고민한다. 아
마도 그런 생각을 해 보는 것은 주일학교 교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성경은 본래 말 자체가 난해한 말로 된 책은 아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천
국의 비유가 함축하고 있는 영적인 의미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
으나 비유로 사용하신 이야기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신약만 하더라
도 성경을 기록하기 위하여 사용된 언어는 코이네 헬라어였다. 지중해 연안
의 헬레니즘 문화권에 사는 대중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던 말이었다. 초대 교
회 시대는 성경이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었다.
그런데 서방의 중세 교회는 벌게이트 라틴어 번역만을 인정하고 다른 번역
은 시도하지도 않고 금하였으므로 성경은 일반 백성들은 접근할 수 없는 책이
었다. 그러나 성경 번역은 백
성들이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14세
기에 영국에서는 종교개혁의 선구자 위클리프가 영역 성경을 내놓았으며, 16
세기 종교개혁 당시에는 틴데일이 성경을 보다 나은 영어로 번역하여 출판하
였다. 유럽 대륙에서도 새 번역들이 나왔다. 루터가 성경을 번역할 때도 이
미 20여종의 번역이 있었다고 한다. 루터의 성경 번역 사업은 종교개혁을 추
진하는 중요한 과업이었다. 인쇄술의 발달로 책의 보급이 가능해졌으므로 그
의 번역은 널리 읽히게 되었으며 그의 번역 성경은 표준 독일어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음은 알려진 이야기다.
우리말 성경도 한글의 보급과 어문학에 크게 기여한 사실을 우리는 잘 안
다. 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통하여 한글을 깨우쳤다. 그러나 현재의 개역 성경
은 자라나는 세대의 국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은커녕 저해가 될 뿐이다. 그러
므로 교회는 현재까지 번역된 성경들 가운데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는 최선의 
역본을 택하거나 또 다른 새 번역을 내도록 조처해야 할 것이다. 완벽한 번역
은 있을 수 없다. 교회가 현재 있는 새 번역 가운데 하나를 선뜻 성경을 받아
들이지 못한다면, 수정된 개역 개
정판이라도 사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설
사 기성 세대를 고려하여 사용에 대한 결정을 미루더라도, 젊은 세대와 어린
이를 위하여서는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 주어야 한다. 교회는 교회를 떠
나고 있는 젊은이들을 다시 교회로 불러모으기 위하여서는 교회 교육을 강화
해야 한다. 주일학교 교육을 위하여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젊은이들과 어
린이들에게 친숙한 우리말로 된 성경을 안겨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