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의 독서수준
김재성 (합신 교수)
요즘 어떤 책을 읽으십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한국의 지식수준이 점점
심각한 황폐화 현상으로 치닫고 있다. 어린 시절 또는 청소년 때에 읽은
책들은 일생에 큰 감동으로 마음에 남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 우리 아이들
의 독서는 가히 입시를 위한 점수따기일 뿐이다. 청장년들의 경우에도 마
찬가지다. 대학생들은 학교 교재마저도 사지 않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직
장인들은 현실적인 요구에 이끌려서 컴퓨터나 영어교재를 구입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 시대에 가장 한가로운 사람들이나 즐기는 취미가 되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읽고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기보다는 눈으로
보고, 귀로 즐기는 속전 속결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이런 감각위주의 문화
는 즉흥적이요, 말초적이다. 속이 깊은 사람의 인격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나마 한국에서 책을 읽는다는 사람들의 수준이나, 성향을 보면 답답
하던 마음이 더욱 조여든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들 가운데는
만
화책 분야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내놓은 성공 신화들,
잡다한 개인신변 이야기들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다.
기독교계로 눈을 돌려보자. 지금 한국의 기독교 출판사들은 대부분 도
산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경기침체와 외환위기 이후 기독교서점들도 빚
더미에 앉아있고,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심지어 신학생들마저도 책을 잘 읽
지 않는다고 하는 소리를 듣는다. 일반 성도들은 거의 경건서적이나 신앙
서적에 대해서 외면하고 있다.
그래도 소망이 남아있었다. 한국 목회자들이 꾸준히 책을 사보고 있다
는 반가운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합동신학대학원
의 목회신학원에서 공부하였던 남쪽 지방의 한 목회자의 서재에서 하루를
머물렀는데, 그분의 서가에는 거의 대부분의 신간서적이 빼곡히 꽂혀 있었
다. 교회에서 제공하는 도서비를 한 푼도 헛되이 쓰지 않고 열심히 책을
사 보고 있었다. 뒤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분의 목회는 기름진 초원을 연
상하기에 충분하였다. 한국 목사님들이 책을 많이 보고 있다면, 한국 교회
와 사회는 소망이 있는 것이다.
일반 성도들
중에서 책을 가까이 하고, 홀로 주님과의 인격적인 교제를
위해서 명상하는 시간을 좋아하도록 지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만 한
다. 또한 일반인들의 손에 쥐어줄 만한 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야 하는가
에 대해서도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담임목사가 뽑은 필독도서 목록을 교
회 한 편에 부착하여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아예 교회 내에 자그
마한 도서실이 운영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독교 출판사의 각성과 분발이 촉구된다. 좀더 한국
교회의 신앙 증진을 위해서 고민하고 만들어내는 책들이 있어야 할 것이
다. 예를 들면, 안이숙 여사가 쓴 「죽으면 죽으리라」와 같은 훌륭한 책들
이 더욱 많이 나와야만 한다는 말이다. 신학서적은 너무 어렵고, 신앙서적
은 너무나 흥미위주로 흐르고 있어서 마땅히 읽을 만한 책도 없다는 하소
연을 접하게 된다면 이는 악순환이다.
한국 기독신자의 가정에 있는 신앙서적을 찾아보면 대부분이 성공하였
거나 인지도가 높은 분들의 가벼운 간증집이나, 목회성공에 관한 일화, 아
니면 유명한 분들의 설교집이다. 불신자들의 손에 들려줘도 아무런 저항없
이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훌륭한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 낼 책임이
기독교 출판사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일 것이다. 한국 교회를 위해서
발행되는 책들이, 이런 식으로 흥미위주로, 상업적인 수입위주로 흐르고 만
다면, 수준높은 책을 읽고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경건의 진보를 이루
기가 어렵게 된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크리스챠니티 투데이지 4월 보도에 따르면, 지난 2
천년 기독교 역사에서 전세계를 통털어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혀진 책이
어거스틴의 「고백록」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잡지사에서는 기독교 명저
일백권을 추천하였다. 그 첫 자리에 오르게 된 어거스틴의 고백록에는 그
가 간직했던 신앙과 그 시대의 교회상을 전체적으로 전달해 주고 있어서,
다소 어려운 대목이 있지만, 매우 유익한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어거스틴의 특징은 중단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리를 추구하고 찾았다는
점이다. 헬라철학에서, 마니교에서, 수사학에서, 법학에서 그리고 마침내 로
마서 13장에서 진리를 찾아냈다. 우리 나라의 성도들도 이런 지혜 추구의
노력을 기울이되 책에서 찾도록 도와주고 격려해 나가야 하겠다
.
어린이 날이나, 어버이 날이나, 스승의 날이나, 졸업과 입학의 기념일에
나, 교회의 모든 상품이나 기념품을 경건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으로 한다
면, 모든 한국 기독교 신자들의 신앙성숙은 눈에 뜨게 달라질 것이다. 특히
자녀들과 함께, 부모가 신앙서적을 읽고 있노라면, 삶의 윤기가 가정에 가
득 흐르며, 지혜의 상호교감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