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회 총회의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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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회 총회는 예년의 총회에 비해 특별한 순서를 삽입했다. 그것은 개회벽두
에 총회선서문을 낭독한 일이며 또 한 가지는 참회의 기도 순서를 가졌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는 모든 모임에서 있어지는 형식상 순서이겠지만 본 총회로
서는 한번 거치지 않고서는 안될 영적의지의 표현이었고 갈급한 요청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84총회는 이 선서와 참회에 미치지 못하는 평년작 이하의 총
회로 끝나고 말았다.
제83회 임원회에서 치리협력위원회에 맡긴 83회 임원선거과정의 문제점은 구
렁이 담넘기식으로 넘어가고 말았고 다분히 자위적이며 한편 발전적 착상에
서 논의된 투표방식 개정은 갑론을박식으로 황금같은 시간만 잠식해 버리고 
말았다. 무슨 소득이 있었는가고 반성해 볼 만한 총회였다.
84총회를 거치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몇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그것
은 노약(老若)의 위계질서이다. 주지하다시피 본 총회는 중간층이 희소하다. 
그런 까닭에 완충적인 계층이 없어 갈등이 있으면 노약의 마찰로 이어질 수밖
에 없다. 처음 우리들은 선
후배간의 우의가 깊었었다. 그러나 젊은층들의 정
치의식이 고양되면서부터 일언 갈등이 생겼고 이런 현상이 누적되면서부터 자
주 마찰이 빚어져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져 왔다. 한건 걸렸다는 식으로 공박
하면 반사적으로 면박하고 나서는 모습은 마치 노약간의 다툼과 같이 보여져
서 민망하기가 그지없다. 이것은 피차간에 도를 넘어선 작태이며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몇해전 어느 교단에서 심각한 분쟁이 일어났다. 그것도 역시 노약간의 갈등이
었다. 늙은층은 여러 교단에서 모인 목사들이었다. 그들은 그 교단을 이끌어
온 실세들이었다. 선교사들이 들어와서 신학교를 세우고 교역자들을 양성했
다. 이들은 초기에 교단의 실세들에 대해 순응해 갔다. 그러나 얼마 못가서 
이들의 정치적 의식이 성장하고 목회적인 터가 굳어지면서부터 실세들에 대
한 도전이 시작됐다. 결국 이방인과 같은 실세들은 몰락하고 말았다. 이때 신
학교와 선교사들은 자신들이 키운 제자들의 편에 섰었다. 어찌할 수 없는 당
연한 귀결이었다.
한 세대는 가고 새로운 한 세대는 오는 법이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이 순리
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기성세대들은 
후진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아직 많은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잠시 잠깐인 것이
다. 선진들은 후진들에게 섭섭함을 안겨주지 말며 사랑과 친절과 우의로 대하
며 지도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후진들은 말로만 아니라 실제로 선배들에게 
경의와 존경과 순응을 잊지 말아야 한다. 냉소와 비방과 거역은 없어야 하며 
더욱 총·노회에서 회원자격의 동등의식을 갖지 말아야 한다. 다 같은 회원이
지만 년륜과 경륜의 차이는 분명히 있는 법이다. 존경심과 함께 겸손히 배우
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하여 노약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질서 있고 화
해가 있는 우리 총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 한 가지는 임원선거에 대한 규칙개정 문제이다. 이 문제가 무엇이 그렇게 
중요한지 총회는 두 시간 이상 격론을 벌였다. 갑론을박으로 격론 끝에 원상
으로 결론짓고 끝났다. 언제나 교권이 싹트고 지방적인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
하면 임원선거는 자연히 경합의 표적으로 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총회
는 지금 교권이 싹트고 있는 초기단계에 와 있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성장
해 간다는 증거이기도 하겠고 어떻게 보면 
속화되어가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
다. 한국교회의 모든 교단들이 처음에는 청렴했지만 나중에는 다 교권싸움으
로 영적이며 신앙적인 퇴보를 자초해 왔다. 우리도 역시 그 길로 따라가고 있
다는 증거가 아니겠는지 우려가 앞선다.
금년 총회에서 어느 교단은 총회임원 선출을 위한 선거위원회를 조직했다. 깨
끗한 선거풍토가 조성되기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또 하나의 권력층(?)이 조성
되었고 투표공작의 경합은 더 심화되었다는 후문이 들려오고 있다. 문제는 법
의 개정이나 방법의 수정에 있지 않다. 어떤 방법으로 문제의 교정과 해결을 
찾으려 한다면 보다 고차원적이며 지능적인 부정이 등장할 뿐 부패와 타락은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방법과 법의 개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의 신앙이며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신앙과 양심이 제자리에 바르게 서 있
지 않는한 그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바른 투표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신
앙양심을 바로 잡기 전에는 모든 것이 다 허사이며 거짓에 불과하다.
제85회 총회 때에 또다시 이 문제가 상정될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법과 방법
을 찾기 이전에 우리의 병든 신앙과 양심의 치유를 
먼저 받아야 한다. 여기
에 참된 방법이 있고 부패가 없는 깨끗한 정사(政事)가 이루어질 것이다. 하
나님은 우리들을 향해 마음을 찢으라고 하신다.
우리는 과거 처음 시작할 때의 개혁신앙과 정신을 찾고 이 토대 위에서 우리 
총회의 발전을 이룩해야 하며 또한 우의와 화해가 있는 총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 개혁총회의 활로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