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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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 인터뷰>

 

 

 

<편집자 주 / 합동신학원 태동에 직접적인 공헌을 하였고, 한국교회의 격동기인 1980-90년대를 거치며 고 정암 박윤선 박사와 함께 교회의 개혁에 심혈을 기울여 왔으며, 그동안 담임하던 남서울은혜교회를 2월 12일에 은퇴하는 홍정길 목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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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찬 편집국장(이하 송 국장) : 먼저 한국교회사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신 목사님께서 사역을 마치고 은퇴하시게 됨을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목사님은 남다른 목회의 길을 걸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70년대 말 한국교회가 혼란과 분열로 얼룩진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바른신학의 밑바탕이 되는 합동신학원을 세우는데 큰 공헌을 하셨고, 한국교회가 성장 일변도를 추구할 때 기꺼이 남서울교회를 사임하고 남서울은혜교회를 바탕으로 밀알학교와 북한 및 중국 선교 그리고 동시베리아 선교에 지대한 공헌을 하셨습니다.
이처럼 목사님께서 특별한 목회 철학을 가지게 된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아니면 목사님께서 평소 생각하셨던 목회관에 따른 것인지요.

 

 

 

홍정길 목사(이하 홍 목사) :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제가 하는 두 가지 방향의 일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가장 보수적인 신학적 입장에 서서 설교하고 가르쳐온 것에 비해 사회적인 섬김에 있어서는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 어떻게 다른 두 가지를 함께 하느냐고 말합니다. 제가 드릴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 견고한 성경의 기초는 박윤선 목사님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저는 기독교 신앙의 근본이 여기에 있음을 확신합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주께서 이 땅의 삶의 현장에서 보여주셨던 그 섬김, 이것 또한 주님의 모범이고 또 섬김의 뒤에는 우리에게 가르치신 진리의 말씀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이것은 둘이 아니라 하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이 말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와 민족을 사랑할 수밖에 없고, 말씀이 있기 때문에 내 주변 사람들을 섬길 수밖에 없고, 또 말씀하셨기 때문에 특별히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을 향해 찾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이 섬김은 단순하게 주의 말씀에 순종함에 따른 결과였습니다.

 

 

 

 

송 국장 : 벌써 합동신학원이 출범한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합동신학원을 남서울교회에 유치할 때부터 합동신학원을 지켜보신 목사님으로서 현재 합동신학원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앞으로 합동신학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목사님의 뒤를 이어 목회의 길에 들어서게 될 후진들을 위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홍 목사 : 합동신학원 30년. 표면적으로 보면 대단히 성공한 신학교입니다. 우리나라에 지금껏 이처럼 학생이 교수를 존경하고 신뢰하는 학교는 거의 없었습니다. 아니 일반 대학의 경우에도 찾아보기 힘든 경우인데, 신학교에서는 아예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합동신학교는 학생이 교수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에서 거의 유일한 신학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척 귀한 일입니다. 그러나 자만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것은 ‘당연한 일’이지 ‘정말 잘한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른 신학교나 다른 교단이 잘못해서 우리가 ‘잘 한 것처럼’ 보인 것일 뿐 우리는 겨우 평균 수준의 신학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학문적인 입장에서 교수들이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던 그 시절 이상의 학문적 진전이 있었는지, 그리고 자신의 신앙고백으로 강의하셨던 박윤선 목사님과 같은 열정이 존재하는지, 어쩌면 과거에 그랬던 때와 그랬던 분이 계셨다는 것으로 자족하지는 않는지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점은 합동신학원의 위기라고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합동신학원 및 우리 교단은 무엇보다 겸손해야 합니다. ‘겸손’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주님의 가르침입니다. 또한 주님의 모범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별 자랑할 것도 아닌데도 자랑하고 교만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입니다. 겸손이 없다면 그나마 우리는 우리의 특권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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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국장 : 그렇다면 우리 교단이 과연 30년 전에 출범했던 개혁의 정신을 가지고 정암 박윤선의 개혁정신을 따라 바르게 행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말씀해주시고 우리 합신 교단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기탄 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홍 목사 : 박윤선 목사님이 이 민족, 특별히 한국교회의 위대한 스승인 것은 사실입니다. 또 합신의 뿌리가 되신 것도 무척 귀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무 박윤선 목사님의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박윤선 목사님과 같은 열정과 성령의 역사하심, 부단한 기도가 이것이 계승되지 못하고 발전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과거에 그랬었다’고 그 분의 그늘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그분의 삶 위에 우리가 이 민족을 부흥시키고 혼란한 사상을 바로 세우며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송 국장 : 돌아보면 80년대 초반에는 민주화 열풍과 더불어 한국교회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밑바탕에는 ‘이 땅에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자’는 표어와 함께 시작된 민족복음화라는 전국적인 구령 운동이 있었던 것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교회는 우리나라 민주화에 어느 정도의 역할 혹은 공헌을 하였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홍 목사 : 해방이 되었습니다. 나라를 되찾은 감동과 기쁨이 이 민족에 충만했습니다. 한국교회는 새나라 건설에 있어서 각기 다른 두 가지 입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민족복음화는 우리를 향한 주님의 우선적인 명령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공의를 하수처럼 흐르도록 하라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사회 정의 실현을 강조하는 진보주의 신학과 교회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 둘은 주님의 같은 명령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그 우선순위에 따라서 두 세력이 다르게 자라왔습니다. 
한국교회의 복음화가 가져온 강력한 힘, 그것의 뒷받침 없이 오늘날의 민주화가 과연 달성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은 실제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복음화는 사회 정의를 기어코 창출해내고, 사회 정의와 민주화는 복음화의 기초 위에 서 있을 때 온전해 집니다. 실제로 복음화의 그 놀라운 힘 때문에 민주화는 진보주의자들의 희생을 꽃피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송 국장 : 작금 한국교회가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이 된 것처럼 보여지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한국교회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답보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 한국교회가 우리 민족을 향해 어떤 자세를 갖추고 나아가야 할 지 말씀해 주십시오.

 

 

홍 목사 : 한국교회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멸시와 조롱을 받게 된 것은 한국교회의 책임입니다. 이것은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의 능력과 영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받고 있는 멸시라고 생각됩니다. 
어린 아이일 때 아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장성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이마를 찌푸릴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가진 만큼, 영향력이 넓어진 만큼 우리의 책무를 감당하지 못해서 당하는 일입니다. 그러하기에 한국교회는 지금 이 시간 고민하고, 또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을 해 나가야 합니다.

 

 

 

 

송 국장 : 목사님은 북한 동포들의 복음화를 위해 눈에 보이지 않은 많은 사업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김정일의 시대가 가고 새롭게 김정은의 시대가 시작된 시점에서 한국교회가 남북통일의 주역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남북통일에 있어서 허황된 꿈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북한 동포들을 위하는 차원에서 한국교회가 남북통일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홍 목사 : 남북통일은 이 민족의 가장 큰 과제이고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 일을 행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이 한국교회 안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교회를 제쳐놓고 민족통일을 품에 안을 만큼 큰 세력은 이 땅에 없습니다. 우리가 준비되어서 통일을 바라보면 주께서 한국교회를 보시고 이 땅에 통일 주실 것을 믿습니다. 주신 역량이 아름답고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송 국장 : 새삼 목사님께서 목회에 입문하시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목사님께서는 한국대학생선교회와 깊이 관여를 하셨고 한국학생운동과도 긴밀한 관련을 가지고 계실 터인데 어떤 계기로 목회의 길을 가기로 결정하셨는지요.
목사님께서 지난 40여 년의 목회를 하시면서 이것만은 우리 목사들이 꼭 명심해야 할 교훈을 하신다면 무엇인지요. 과연 이 땅에서 목사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목사로서 꼭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홍 목사 :제가 목사 안수를 받던 날, 마음이 몹시 무겁고 힘들어서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새벽 3시경, 저처럼 잠을 못 이루고 계시던 아버지께서 제 인기척을 듣고 방으로 오셨습니다. 
아버지는 1950년 총회신학교에 입학해 목사가 되려고 하셨지만, 6.25이후 주께서 다른 사명을 주셔서 목사의 길이 아니라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신 분입니다. 사업을 하며 무수한 고아들과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목회를 네가 대신하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우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장로로 평생 목사님들을 섬기면서 마음속에 목사님들이 이 두 가지는 꼭 하셨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었다. 이제 목사가 되는 네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첫째, 목사님은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할 줄 모른다. 잘못했을 때는 잘못했다고 하는 것이 정답이다. 둘째,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해라. 목사님들은 이 말을 잘 못하시더라. 은혜를 입고 도움을 받았으면, 또 누군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기만 해도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한다.’
아버지께서는 삶을 살면서 목회자들에게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갓 안수 받은 아들에게 해주셨습니다. 아버지의 말씀, 이것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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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국장 : 최근 들어 목회자가 교회를 은퇴할 때 후임자 선임 문제가 많은 관심사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교회가 후임자를 선임함에 있어 어떤 기준으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홍 목사 : 후임자 선임. 인터뷰를 하며 이렇게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물어보면 정말 어떤 질문에도 집중해서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유감입니다. 그냥 박완철 목사님과 9년 동안 함께 사역하면서 이 분이 말씀과 기도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후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온 교회는 기쁨으로 이분을 받아들였습니다.

 

 

 

 

송 국장 : 이제 은퇴를 결정하셨는데, 앞으로도 한국교회를 위해 목사님께서 하실 일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목사님께서 심혈을 기울이시는 향후 계획이 있는지요. 그리고 목회자가 은퇴 후에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울지 말씀해 주십시오.

 

 

홍 목사 : 향후 어떻게 될지 저는 모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한 번도 내 인생을 계획하며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나를 향해 어떤 계획을 가지셨는지에 따라 살며 오늘 여기까지 왔습니다. 은퇴 이후에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할지 모릅니다. 어떻게 이후의 삶이 펼쳐질지 주님의 놀라운 인도하심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믿기로는 제 생을 오늘까지 인도하신 주님께서 앞으로도 최선으로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송 국장 : 그간 거침없이 목사의 길을 최선을 다해 걸어오신 목사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기독교개혁신보 독자들에게 인사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홍 목사 : 개혁신보. 이름 값하면 됩니다. 고루한 생각하지 말고, 다른데서 하니까 뒤따라 말하지 말고, 생명이 움직이고 약동하는 글, 깊이 생각할 수 있고 또 삶의 고백이 묻어있는 그런 감동이 있는 글들을 쓰기 바랍니다.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더욱 정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