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썩어질 몸, 의학도의 해부학 실습을 위해 써다오”
송파제일교회 박병식 목사 어머니 소천, 중앙대 의과대학 기증
의대생들의 필수 교과목인 해부학 실습을 위해 사용되는 시신기증이 1,000례
를 넘어섰다.(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집계)
조국의 의학발전을 위해 기꺼이 몸은 바친 숨은 의인인 시신기증인, 그
1,000례의 주인공은 송파제일교회 박병식 담임목사의 어머니인 조영주 권
사. 향년 94세.
1월 13일 오전 10시 가락동 국립경찰병원 영안실에서는 전날 새벽 4시 노환
으로 별세한 조영주 권사의 시신기증 발인예배가 이어졌다.
강성일 동서울노회장의 인도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발인예배에 참
석한 이들은 의대생들의 해부학 실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바친 고인
의 높은 뜻을 기렸다.
조영주 권사의 시신기증은 부부가 함께 시신기증 실천한 흔치 않은 사례로
그 숭고한 뜻과 아름다운 선택에 많이 이들을 숙연케 했다.
고인은 1995년 12
월14일 남편 고(故) 박영길 안수집사와 큰아들 내외, 손자
박성훈(32)씨와 함께 시신기증 서약을 했으며 손자 지명씨도 2000년 기증운
동에 동참했다.
고인은 남편 박씨가 2000년 7월 87세를 일기로 숨지자 약속대로 시신을 중앙
대 의대에 기증했고, 자신도 남편의 뒤를 따라 중앙대에 시신을 기증했다.
아들 박병식 목사(송파제일교회)는 “부모님께서는 지난 95년도 교회에서 했
던 장기기증 헌신 예배에서 박진탁 목사를 통해 국내 장기기증자가 많이 부
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워했다”며 “특히 선진국의 경우 해부학 실
습에 시신 1구당 2명이 집도하는데, 우리나라는 시신이 모자라 시신 1구당
10명에서 심한 곳은 20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두 분 다 흔쾌히 시
신기증을 결심하셨기에 자식 된 도리로 그 뜻을 따랐다”고 말했다.
손자 성훈씨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은 가시는 길 마지막까지 사랑을
실천하셨다. 처음 할아버지 시신을 기증했을 때는 다른 사람이 만진다는 사
실에 마음이 아팠지만 고인들의 뜻을 알기에 할머니는 담담하게 보내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조용주 할머니의 시신은
부군인 고 박영길 할아버지의 유언과 마찬가지로 중
앙대 의대에 기증되었다. 노부부가 특별히 한 학교를 고집한 이유는 바로 큰
손자 지명군이 그 학교에서 공부하는 의학도였기 때문.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해 훌륭한 의사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면 이 한 몸 모두 내어놓는 것이 무엇이 아깝겠냐”며 평소 손자와 같
이 공부하는 다른 의학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던 고인들의 유지를 받든
것이다.
유족들은 “소박한 마음으로 정직하게 살라”는 고인의 유언을 가슴에 새겨
대대로 시신기증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