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신앙| 잠자는 표고버섯을 깨우라 _ 박종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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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신앙

 

잠자는 표고버섯을 깨우라

 

<박종훈 목사 _ 궁산교회>

 

위기 속에서 오히려 주님 의지하며

본질적 생명력으로 깨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시골에서 살면 여러 유익이 있지만 먹거리와 생필품을 일부 자급할 수 있다는 환경이다. 여러 가지 중에 이곳에서 주민들이 일반적으로 하지 못했던 표고버섯을 가정에서 소비할 정도로 몇 나무를 시도해보았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두 시간 정도 재배 교육을 받고서 이 후 산림조합에서 종균을 사왔다. 겨울 전에 미리 준비한 참나무에 구멍을 뚫고 종균을 넣는 과정은 밭에다 채소 모종을 심는 방법과 똑같았다.

버섯이 잘 나올 수 있도록 그늘막도 치고 적당한 수분을 공급하여 주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 앙증스런 표고버섯이 나올 거라 기다리며 어느덧 두 계절을 보내고 한 해가 지나갔다. 봄이나 가을에 나오는 버섯을 기다려도 아무런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구멍에 스티로폼 종균을 넣은 하얀 모습만 뚜렷이 보이고 죽은 듯 세워진 참나무는 점 점 썩어가며 괜히 나무만 버리는가 싶었다. 모든 식물은 온도와 습도와 일조량의 세 가지 조건만 맞으면 싹을 틔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보자라 뭔가 잘못했을 거라 생각하고 화목용이라도 쓰려고 보일러 아궁이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잘라 나무 창고에 쌓아 두었었다. 이 삼 일후 불을 지피려고 보일러실에 갔더니 놀라 자빠질 정도의 일이 생겼다. 죽은 줄 알았던 어린 표고버섯이 기지개를 켜듯이 솟아나온 것이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실패한 것으로 알고 불속에 들어갈 종균원목이 보란 듯이 살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하마터면 피기도전에 불속에 들어갈 뻔 했던 표고버섯원목을 다시 제자리로 옮겨 놓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간간히 버섯을 채취하는 즐거움과 맛을 누리게 되었다. 나중에 이 원인을 알고 보니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표고버섯은 다른 조건을 다 갖추었어도 종균이 잠자고 있기에 깨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적으로 하는 농부들은 망치를 들고 나무를 때리면서 충격을 준다고 한다. 그러면 잠자는 종균이 깨어나면서 왕성한 번식을 하는 것이다. 그 속도가 불과 이삼 일만에 버섯의 모양을 갖춘 애기모습으로 자라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었다. 잠자고 있던 버섯 종균이 화목용으로 자르는 과정의 충격으로 깨어난 것이다.

성경을 읽다보면 깨어있으라는 말씀이 많이 나온다. 본능적으로 나태하기 쉬운 연약한 우리 육신적 안일함은 고인물이 썩는 것처럼 변질되기에 태풍이 오므로 바닷물이 새로워지듯 자극과 충격으로 살아나게 하는 원리이다. 교회도 내적으로는 늘 평안을 유지해야지만 외적으로는 늘 바람 잘 날 없는 풍랑과 같다. 하지만 그 풍랑 인하여 더 빨리 간다는 찬송가의 가사처럼 더 나아지는 과정이 교회 역사이었다.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먼저 이룬 독일 분단의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기적 같은 과정에는 동독의 니콜라이 교회, 크리스치안 퓌러 목사에 의해 시작된 평화 기도회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적을 것이다. 오직 촛불과 기도로만 이루어진 이 기도회는 그 누구도 피 흘리는 일 없이 조용히 통일이 되는 결과를 가져왔었다. 공산주의 동독정부의 간섭과 다양한 핍박으로 교회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었다. 교회가 스스로 갱신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을 잃어버리는 상황에 그동안 썩은 열매들과 죽은 가지들이 사정없이 흔들어버리는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자 엄청나게 많았던 신자들이 급속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무신론인 국가세계관이 교회를 향한 모든 자유와 혜택을 거둔 것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교회는 그때부터 깨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오직 십자가에서 못 박히고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만 집중하게 했던 것이다. 그렇게 깨어난 교회들이 기도회와 평화촛불로 기적 같은 평화통일이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우리 한국교회도 눈여겨보아야 할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한국교회는 강력한 성령님의 역사로 천막만 쳐도 몰려드는 시대였다. 마치 밭에 심은 어린 작물에게 농부의 지극정성으로 물과 영양을 공급하며 자라도록 관리하는 것 같은 원리이다. 그러나 지금은 추수 때와 같은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진다. 전반적으로 교회가 쇠퇴하는 추세를 부인할 수 없다.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성령님의 인도하심이 성숙하도록 이끌어가는 시대라고 본다.

곡식이 추수할 때는 공급하던 물도 중단하고 거름도 중단해야 한다. 그래야만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충실한 알곡으로 익어가는 과정이다. 작물로서는 이 기간이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뿌리로부터 온 양분과 잎과 줄기가 다 알곡을 위한 과정이었다. 어린 줄기로 자랄 때는 가라지도 구분이 잘 안되지만 알곡이 될 때는 분명한 표시가 드러나게 되어 있다. 또한 열매 없는 쭉정이는 이 기간에 견디지 못하고 스러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지금의 한국 기독교는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다양한 표면적 불이익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항상 위기와 핍박 속에서도 지금까지 견디며 지내왔었다. 이럴 때 오히려 더 주님을 의지하며 본질적인 생명력을 자랑하는 깨어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알곡이 되기 위한 필수적 단계로 연단의 과정을 정하신 창조자의 자연법칙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수님은 가라지 비유로 통하여 교회를 의미하는 천국비유를 말씀한 것이다. 앞으로 이리 보나 저리 보나 기독교인들이 줄어드는 추세를 부인할 수 없는 시대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 알곡들이 깨어나는 계기가 되어 독일처럼 평화롭게 통일되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세상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은 하나님 백성들을 위한, 하나님 백성들에 의한 역사를 이끌어가는 경우는 성경의 구속사나 일반 역사에서도 드러난다. 드라마와 같은 역사에서 감독은 주님이라면 주연(主演)은 그의 백성들이기 때문이다. 미생물인 버섯 균도 잠자는 본능을 깨워야 하듯이 신앙적으로 안일함으로 잠든 자들을 깨어나도록 오늘도 일하시는 주님을 소망하며 은혜를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