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연구제언| 성경소프트웨어를 통한 설교 준비 _ 박정희 목사

0
394

설교연구제언

 

성경소프트웨어를 통한 설교 준비

– 바이블 웍스(Bible Works)와 로고스(Logos)를 중심으로 –

 

<박정희 목사 _ 죽전남포교회>

 

원어 지식이 부족한 자들이 친숙하게 설교를 준비하게 돕고

창의적 설교를 할 수 있는 유익을 줌

 

목사는 최소한 일주일에 두 번(주일, 수요일) 이상은 설교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두 번의 설교를 하는 일도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모든 목사님들은 공감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목사님은 ‘일주일이 주일과 수요일밖에 없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할 정도로 목사에게 있어서 설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도 매번 다른 설교로 감동이 넘치고 은혜로운 설교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은 떠나지 않아서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은 것이 목사의 현실입니다.

저는 가수 이미자 씨나 조용필 씨가 부럽습니다. 노래를 잘 해서 부러운 것도 있지만 한번 히트 친 노래를 몇 십 년 간 반복해서 우려먹을 수 있다는 지극히 편한 현실 때문입니다. 되지 않을 얘기지만 한 번의 기가 막힌 설교를 최소한 한 달 정도만이라도 반복해서 설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더욱이 요즈음은 인터넷에서, 기독교 방송에서 각종 설교를 섭렵하는 신자들이 많아져서 웬만한 ‘카피’를 했다가는 표절시비에 휘말리기 쉽고 뿐만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설교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신자들의 설교를 듣는 수준도 꽤 높아져서 단순하고 평범한 접근으로는 동의나 설득을 받아내기가 극히 어려운 설교환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설교적 고민과 갈등은 평생을 가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설교자의 갈등과 고민을 함께 공감하는 입장에서 탁월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설교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바이블 웍스’와 ‘로고스’라는 성경연구 프로그램입니다.

이 두 개의 프로그램 중에 한 가지만 있어도 설교준비나 성경연구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장점은 성경원문을 비교적 용이하게 접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원어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지식만 갖추고 있어도 깊이 있는 성경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프로그램입니다.

두 프로그램의 차이를 말씀드린다면 ‘바이블 웍스’(바이블 웍스 완전정복, 김한원, 세움북스 참조)는 성경원문연구와 성경번역비교에 특화된 프로그램입니다. ’로고스‘는 성경 원어뿐만 아니라 해당 본문에 대한 관주,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배경 그리고 더 나아가서 주석적인 내용까지도 한꺼번에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바이블 웍스보다는 더 설교자의 필요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컴퓨터 기능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분이라면 이 프로그램들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더욱 풍부하게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실제 설교를 준비한 과정 속에서 성경 프로그램 (여기서는 주로 ‘바이블웍스10’)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작년 추수감사절 본문으로 채택한 시 117편 설교를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본문 | 시편 117:1-2

“너희 모든 나라들아 여호와를 찬양하며, 너희 모든 백성들아 그를 찬송할지어다. 우리에게 향하신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크시고, 여호와의 진실하심이 영원함이로다 할렐루야”

 

이 본문은 성경에서 가장 짧은 17개의 단어로 구성된 본문입니다(연결부호인 ‘마켑<Maqqef>이 쓰인 단어를 하나의 단어로 본다면 12개로 볼 수 있습니다).

한글개역개정판은 ‘너희 모든 나라들아! 여호와를 찬양하라!’로 되어 있지만 히브리어 성경은 ‘할렐루’(wllh)(2인칭 명령)로 시작합니다. ‘할렐루’라는 단어 위에 마우스 커서를 올려놓으면 아주 친절하게 분석해서 단어의 뜻, 기본형, 품사, 인칭, 성 등이 뜹니다. ‘할렐루’는 기본형 ‘할랄’(llh)에 동사(verb), 강세형(piel), 명령형(imperative), 남성(masculine), 복수(plural)로 나옵니다. 직역을 한다면 ‘너희들은 찬양하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장의 끝에는 ‘할렐루야’(hywllh)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시편 117편은 전체 문장의 구조가 ‘할렐루’로 시작해서 ‘할렐루야’로 끝나는 시편임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또 관찰되는 내용이 있는데 문장 초두에 나오는 ‘할렐루’와 문장 마지막에 나오는 ‘할렐루야’의 차이입니다. 1절 전반부는 여호와의 약칭인 ‘야’라는 접미가 빠져 있고 대신에 따로 ‘에트 아도나이(ynda ta)’로 독립적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방식은 ‘여호와만을 찬양하라’는 강조의 의미로 따로 기록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글 성경이 의미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문제가 없지만 시편 기자의 강조를 세밀하게 살려 내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원문에 대한 연구는 예전에도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원문을 잘 다루는 목사님들이라 할지라도 목회 현장의 바쁜 틈을 내서 그 반복되는 과정을 극복하고 한편의 설교를 만들어 내는 일은 그리 용이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이 연구의 기나긴 과정을 대폭 줄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새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문장의 구조, 단어의 의미와 형태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혜택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유익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성경 전체에서 단어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확인하는 소위 ‘용례 찾기’ 작업도 클릭 한 번으로 찾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이 ‘할랄’이라는 동사를 통해서 설명을 드린다면 바이블 웍스 ‘use’라고 되어 있는 창을 열고 ‘할랄’이라는 단어를 치면 구약 전체에서 그리고 시편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빠짐없이 다 찾아 줍니다.

시편에서 ‘할랄’은 76개의 구절에서 총 94번 나옵니다. 그런데 이 ‘할랄’ 동사가 사용된 첫 번째 언급은 5편 6절(한글 성경에서는 5절)인데 공교롭게도 ‘오만한 자들’로 나옵니다. 이런 용례를 통해서 ‘할랄’의 대상이 사람일 경우 오만으로 나타난다는 설교적 힌트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2절의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크도다’ 특히 ‘크도다’에 해당하는 ‘가바르’(rbg) 동사가 보통은 ‘크다, 위대하다’등의 뜻을 갖는 단어인데 시103:10-11절에서 우리의 죄를 사하시는 하나님의 용서와 사죄의 은혜의 크심을 말할 때 이 단어가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근거로 해서 우리의 죄보다 더 크신 하나님의 용서 등의 교훈을 설교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원문의 단어가 각 영어 성경에서 어떻게 번역되고 있는지 그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주 의역을 시도하는 MIT(Macdonald Idiomatic Translation)에서부터 직역을 고수하는 YLT(Young’s Literal Translation)에 이르기까지 약 100여 개의 영역 성경을 수록해 놓았습니다. 더 깊은 신학적이며 전문적인 연구를 원하는 분들은 각 성경 사본들과 소위 비평각주등의 상당한 내용들도 동시에 검색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신다면 필자가 소개한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몇 개의 사례를 통해서 성경소프트웨어의 유익을 살펴보았습니다. 요즈음 들어 원어분석 주석들도 번역되어 나오는 것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신학자들의 깊이 있는 문장 분석이 큰 유익인데 이 프로그램을 조금만 친숙하게 사용한다면 그런 원어분석 주석서들이 그렇게 까다롭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아님을 금방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설교자의 설교 카피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고 동시에 소위 창의적인 자기만의 설교를 할 수 있는 부가적인 유익도 얻을 수 있습니다. 혹 원어에 대한 지식의 부족 때문에 ‘나는 어렵겠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성경소프트웨어는 바로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친숙할 수 있게 하려고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로고스는 한글판으로 나와 있어서 목회자들뿐 아니라 일반 신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무쪼록 목사님들의 사역의 현장 속에서 주의 말씀이 드러나는 일에 이런 자료들이 효과적인 도구로 쓰임받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