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어상황하에서의 성경번역 – 이병훈 총회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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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어상황하에서의 성경번역

이병훈 총회 선교사
(필리핀에서 본똑어 언어분석과 문화인류학연구 및 성경번역 사역중)

한국과 일본과 같이 단 하나의 언어만 사용되는 국가는 예외적인 경우이고 
대부분의 국가는 두 세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번역대상언어가 지리적으로 또는 다른 이유로 격리되어 순수하게 보존되어 
있다면 이 대상언어로의 번역의 가치는 여러 개의 언어가 섞여 쓰이는 지역
보다 높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오늘날의 도시화, 국제화의 시대적 추이에 따라, 예전과 달리 교통
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문명에서 소외되어 순수하게 모국어만 쓰는 지역은 찾
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현실적,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모국어보다는 국제어
나 광역어를 의식적으로 더 말하고 배우며 가르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
다. 

특별히 부족그룹의 단위가 작은 경우에 이들이 사용해왔던 언어가 고유 문화
와 더불어 사멸의 위기도 맞게 된다. 

이런 일반적 상황하에 다중언어권지역에서 성경번역이 얼마나 효율적인 사역
인가 의문을 갖게된다. 사실 이런 질문은 가장 먼저 번역자 자신의 질문이기
도하다. 

본인은 현재 필리핀에서 사용되는 300개 부족언어중의 하나인 본똑어로의 
구약성경번역에 참여하고 있다. 
본똑어는 필리핀 루손섬의 북부 산악지역에서 약 4만명의 사람들에 의해 사
용되고 있는 소수부족 언어이다. 본똑 사람들도 학교에서는 필리핀의 다른 
여타지역과 마찬가지로 따갈록어와 영어로 공부한다. 
(학교의 학과목에는 ‘본똑어’라는 것이 없다.) 

신약 성경이 번역된 이후 카톨릭 교회와 성공회교회는 본똑어 신약성경을 읽
으며 예배를 드리지만, 본똑의 침례교회는 잘못된 전통에 따라 예배중에 여
전히 영어찬송을 부르며, 영어성경을 읽고 본똑어보다 더 자주 루손 북부에
서 쓰이는 광역어인 일루까노어로 설교말씀을 듣는다.
(설교자가 외부에서 초빙된 목사이기 때문에 피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본똑사람들은 집에서는 본똑어로 말하고 상가의 번화가지역에서는 일루까노
어로 의사를 전달하며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면 영어로 수도인 마닐라에 와서
는 다른 필리핀 사람들과 따갈록어로 말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어떤이는 ‘본똑사람들이 이미 번역된 따갈록어성경이나 영
어성경을 읽으며 말씀을 공부하고 주님을 아는 지식의 깊이를 더해가고 또 
전도하며 가르치면 되지 않겠는가?’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성경번역자로 입문한 이후로 오랬동안 본인도 다중어권에서의 성경번역의 일
로 많이 고심하였다. 그러나 이제 아는 것은 문화의 핵인 언어는 그렇게 쉽
게 사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해외에 나가 살더라도 피차에 뭉쳐 우리말을 쓰는 것처럼 멀리 마
닐라에 이주해 사는 본똑사람들도 작은 마을을 만들어 더불어 산다. 물론 이
들이 쓰는 언어는 본똑어이다. 

또 하나 아는 것은 비록 교육받은 사람들이 극 소수를 제외하고 따갈록어나 
영어로 성경을 읽을지라도 이것은 그저 외국어로 읽는 것이지 참으로 성경
을 해석하며 읽는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이 우리말로된 성경을 이해하기도 어렵다면 본똑 사람들이 사실
상의 외국어로 성경을 읽고 이해하기는 얼마나 더 힘들 것인가? 하나님의 
말씀은 명백하지만 극복하기 어려운 외국어라는 언어장벽이 있는 한 성령의 
감동에 의한 말씀의 깨달음은 기대하기 어렵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는다. 다중어상황
하에 있을지라도 여전히 진리는 가슴으로 와 닫는 모국어로 번역된 말씀으
로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