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 그 눈물과 기쁨
개척, 기도로 만난 여호와 이레
< 김오식 목사, 빛의자녀들교회 >
개척은 기도 없이는 불가능하며 기도로 여호와 이레의 복을 경험한다
이전에 부교역자로 섬기던 교회를 사임하고 교회를 개척하기까지 8개월 간 광야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내일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없던 기간이었다. 목회자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연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내가 기도와 말씀의 자리에 있기를 원하셨다.
매일 3시간씩, 30일 간 기도하기로 했다. 30일을 끝내었는데도 어떠한 응답이 없자 30일 기간을 더 연장하여 기도했다. 그리고 또 다시 30일을 기도했다. 그러다보니 100일을 기도하게 되었다. 100일을 기도하고 났더니 교회 개척에 대한 마음을 주셨다. 처음부터 교회 개척을 놓고 기도한 것은 아니었고 내가 개척할 거라고 생각지도 않았기에 의외의 응답이었다. 하지만 교회 개척에 대한 확고한 말씀까지 주셨기에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다.
첫 번째 말씀은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이다. 앞으로 내가 가는 길은 저 멀리까지 비추는 상향등 불빛이 아니라 나의 발 등만 비추는 등불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의 말씀에 의지하여 믿음으로 발걸음을 한 걸음씩 내딛기만 하면 반드시 책임져 주시고 복 주시겠다는 약속의 말씀이었다.
두 번째 말씀은 “이와 같이 이 작은 자 중의 하나라도 잃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니라”(마 18:14)이다. 이 말씀은 내가 평생 붙들어야 할 목사로서의 마음가짐이요 자세이다. 한 영혼을 귀하여 여기고 소외된 자, 연약한 자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갖는 목사가 되라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성경 말씀을 기도 중에 받고 2015년 12월 14일(월)에 교회를 개척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교회 이름을 “빛의자녀들교회”(엡 5:8)로 정했다. 이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기 위함이다.
그해 2015년 12월 말에 우리 가정(4명)과 이전 교회를 떠나 교회를 찾고 있던 평신도 3가정(9명)과 함께 교회를 개척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개척 첫 예배는 2016년 2월 14일(주일)로 정했다. 이날로 정한 이유는 설날이 2월 8일(월)이었는데 음력으로 정월 첫 주일이 바로 2월 14일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우리 집(빌라 4층)에서 개척 예배를 드리려 했다. 하지만 성도들의 자녀 중에 유치원생이 2명이 있고, 층간 소음도 문제가 될 것 같아 집 주변에 예배 처소를 찾기로 했다. 1월 25일(월) 오후에 아내와 나는 우리 집 인근에 있는 커피숍을 방문했다. 커피숍 사장님은 타교회를 다니는 분이셨다. 기도 중에 교회를 개척하기로 했다며 주일 예배 처소로 커피숍을 사용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4개월 전에 다른 개척 교회에 예배 처소로 대여해 주고 있다고 했다. 커피숍 사장님은 가까이에 이종사촌 동생이 일하고 있는 사무실 공간이 가능할지 물어봐 주겠다며 동생을 급하게 불렀다. 놀랍게도 만나서 30초 정도 대화를 나누었을 뿐인데 고민도 해보지 않고 대뜸 예배 처소로 사용하라고 했다.
여호와 이레 되신 하나님은 내가 100일간 기도하는 중에 이미 빛의자녀들교회를 위하여 예배 처소는 물론 함께 동역할 개척 성도들도 준비해 놓고 계셨던 것이었다. 예배 처소가 정해지고 2주 후, 2016년 2월 14일 빛의자녀들교회가 세워지는 첫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그날은 하늘에서는 간간이 눈이 내리고 추위로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는 주일이었다. 십여 명이 모여 조촐하게 개척 첫 예배를 드릴 줄 알았는데 소문을 듣고 50명이 넘는 성도들이 찾아오셔서 15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앉을 자리가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주일부터 20명이 넘는 성도들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복을 주셨다.
교회가 개척된 지 한 달 정도 지나면서 성도들 중에 주중 새벽예배도 드릴 수 있고, 주일학교 예배도 드릴 수 있는 좀 더 넓은 예배 처소로 옮기자는 의견을 주셨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빛의자녀들교회 성도들이 하나님께 주중에도 예배를 드릴 수 있고 주일학교 아이들도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예배처소를 마련해 주세요. 하지만 이제 개척한지 불과 한 달밖에 되지 않아 교회 재정이 없습니다. 장소를 이전하더라도 보증금과 교회 비품들을 감당할 처지가 되지 않으니 여호와 이레 하나님께서 준비해 주십시오. 우리 형편에 가장 합당한 장소와 환경을 열어주십시오.”
기도하고 인터넷 검색창에 ‘교회 임대’를 입력했다. 이곳저곳을 클릭하다가 기독정보넷에서 교회 임대, 매매와 관련된 광고를 보게 되었다. 지금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는 장소와 그리 멀지 않는 걸어서 10분 거리(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에 보증금 삼백 만원, 월세 75만원에 교회 기물들까지 사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임대 광고가 있었다.
문제는 내가 이 광고를 보았을 때 이미 3일전에 올라온 글로서 조회 수가 850이 넘었고, 몇 분의 목사님들이 방문하고 계약을 원하는 분도 있었다. 그런데 나를 보더니 빛의자녀들교회와 계약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개척한지 여덟 번째 주일(4월 3일)부터 50평 되는 예배 처소로 옮기게 되었다.
그곳에는 이전부터 교회로 사용되던 예배 처소였기 때문에 기도가 쌓여 있었고 의자 80개, 마이크와 앰프, 키보드, 양쪽 벽면에 빔프로젝트, 책꽂이 등 많은 부분들을 갖추어져 있었다. 우리는 단지 몸만 들어가면 되도록 여호와 이레 되시는 하나님은 우리의 형편까지 아시고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 계셨던 것이었다.
그리고 개척한지 만 두 달이 될 무렵 4월 11일(월) 합신 동서울노회로부터 교회 설립 허락을 받고, 그 다음 달인 5월 22일 주일에 교회 설립 감사예배를 드렸다.
개척 전에 받은 “이와 같이 이 작은 자 중의 하나라도 잃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니라”(마 18:14)의 말씀대로 하나님은 빛의자녀들교회에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을 보내주시기 시작하셨다.
등록교인 중 10명이 중국 교포 분들이다. 이들은 중국에 가족을 두고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오셨다. 이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우리들이 겪는 고난은 고난도 아닐 정도로 아픈 상처와 힘든 시간을 보내었다. 가정도우미, 청소업체, 막노동, 식당, 요양병원에서 일하면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고 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 주일을 쉰다. 육체노동으로 심신이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주일예배를 사모하여 나온다.
주일 오후에는 순 예배를 통해 말씀을 기반으로 삶을 나누다가 오후 3시 반에서 4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주일 하루 쉬는 날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일 하루를 온전히 하나님께 드리고 있다.
어떤 중국 교포 성도는 식당에서 일하는데 주일은 일당을 더 준다고 해서 월요일에 쉬고 주일에 일하러 갔었다. 그런데 심방을 받고 온전히 주일성수를 하겠다고 결단했다. 요즘도 식당 주인은 주일에 나오면 돈을 더 주겠다는데도 교회 가야 하니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2017년 봄에 빛의자녀들교회는 세례 1명, 학습 7명을 세웠다. 세례를 받은 고3 학생은 이전에 대형 교회를 다니다가 부모를 따라 개척 교회로 왔다. 이전에는 교회 문턱만 왔다갔다하던 고등학생이었다. 그런데 빛의자녀들교회로 와서 믿음이 자라고 있다. 작년 가을에 학습을 받고 올 봄에 세례를 받고 예배 중에 간증도 했다. 빛의자녀들교회 첫 세례교인이 된 것이다. 그리고 학습을 받은 7명은 빛의자녀들교회에서 처음으로 신앙 생활을 시작하신 분들이다.
빛의자녀들교회는 개척된 지 불과 1년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교회이지만 선교적 교회로 한 걸음씩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이루어 가시는 분은 오로지 하나님이시다. 교회 개척은 기도로 벽돌을 하나씩 쌓아올리는 것이라 믿는다. 기도 없이 불가능한 것이 교회 개척이다. 기도한 만큼 하나님은 역사하신다. 기도할 때 여호와 이레의 복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교회 개척은 기도로 만난 여호와 이레의 복이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때론 기도를 게을리할 때가 있다. 나태해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개척의 과정에서 기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경험해 본 자로서 다시 한 번 기도의 자리에서 무릎을 꿇는다. 오늘도 기도하면 하나님은 반드시 준비하신다. 여호와 이레 하나님을 우리 모두가 만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