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 시대, 이주민을 품는 도시 선교의 길
– 복음과 환대로 유학생 품기 –
장대위 선교사 HIS, 국내 유학생 사역
대한민국의 도시는 지금 거대한 변곡점에서 있다. 출산율은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인구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외국인 인구는 270만 명을 넘어섰다. 향후 10 년 이내 외국인은 5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한국 사회는 단일 민족이라는 오래된 정체성을 넘어, 다문화·다민족·다종교 사회로의 전환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외국인과 이주민을 ‘타자’로 바라보는 배타적 인식이 강하다.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이민정책 논의가 활발하지만, 정작 이주민을 따뜻하게 맞이할 ‘공간’과 ‘마음의 준비’는 부족하다.
필자는 한국에서 중국 유학생을 중심으로 사역하고 있다. 2025년 국내 유학생 26만여명 중 약 28%인 7만 4천여 명이 중국 출신으 로, 한국 도시에 정착해 공부하고 일하며 도시 이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주변부에 머무른 채, 언어와 문화의 장벽, 선교적 고립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환대하고, 복음 안에서 포용할 것인가는 한국 교회의 중요한 선교 과제로 남아있다.
도시 선교의 성경적 기초는 분명하다. 구약의 요나는 니느웨라는 거대한 도시로 부름받 았고, 신약의 바울은 로마 제국의 주요 도시 들을 중심으로 복음을 전했다. 그린웨이는 도시를 ‘하나님이 보호하시는 은총의 공간’으로 해석하며, 악한 바벨론조차도 그 평안을 위해 기도하라고 명한 예레미야의 메시지를 상기 시킨다. 도시 속에서 신앙인은 세상의 빛으로 살아야 하며, 관계와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야 한다.
초대 교회 안디옥 공동체는 도시 선교의 모범이다. 유대인을 넘어 이방인에게 복음이 확장된 최초의 도시 교회였고, 구제와 나눔의 실천으로 복음의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오늘의 한국 교회 역시 도시 속에서 ‘구령의 열정’ 을 회복하고, 교회 공간을 단순한 예배당이 아니라 환대와 치유의 장으로 바꾸어야 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아우구스티누스의 ‘하나 님의 도성’이든 칼빈의 제네바든, 기독교의 도시는 언제나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거룩한 공동체를 꿈꾸었다. 그러나 21세기의 도시는 신정 도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는 ‘혼합된 도성’이다. 따라서 오늘의 도시 선교는 신학을 넘어, 사회적 현실 속에서 환대의 공간을 창조하는 실천적 선교로 나아 가야 한다.
김에녹은 ‘도시 선교 전략’에서 “관계망”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도시 이주민 선교는 복잡한 사회관계 속에서 시작된다. 기존의 ‘오래된 이웃 관계망’(가족, 민족)을 넘어, 학교·직장·취미 공동체로 이어지는 ‘새로운 이웃 관계망’을 선교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한다. 이는 교회가 새롭게 열리는 새로운 관계망에 집중해야 한다. 도시에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관계망 에서 새로운 친구들이 발생하고 새로운 생각 들이 받아들여지게 된다. 우리는 다양한 관계 망을 통하여 찾아오는 이주민을 환대하며 이웃으로 맞이할 수 있다.
필자는 수원에서 ‘지구촌이주민센터’와 백석대학교(천안)에서 ‘글로벌리더스교회’를 개척 하여 사역하고 있다. 전자는 지역 어린이와 다문화 가정을 위한 사회통합 프로그램, 교육, 다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와 이주민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을 꿈꾼다. 후자는 중국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문화, 언어, 리더십, 신앙을 나누는 새로운 공동체의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공간 선교’는 단순한 복음 전파를 넘어, 관계와 삶을 잇는 도시 속의 하나님 나라 실현이다. 이주민을 품는 일은 더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현실의 문제다. 인구 감소 시대, 새로운 인적 자원으로서 이주민은 경제적 대안이지만, 선교적 시각에서 그들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소중한 존재다. 한국 교회가 이들을 배척의 대상이 아닌, 함께 하나님 나라를 세워갈 동역자로 바라볼 때, 이 땅의 도시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회복될 것이다.
결국 도시 선교의 핵심은 ‘환대’다. 교회가 높은 담장을 허물고, 다문화 이웃과 함께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자리가 바로 선교의 현장이 된다. 한국 사회가 인구 위기와 다문화 갈등의 갈림길에 선 지금, 도시의 교회들이 다시금 요나처럼 부르심을 듣고, 바울처럼 도시에서 환대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 한국 교회의 새로운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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