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교회, 기본 신앙 언어의 통일이 필요하다

0
11

한국교회, 기본 신앙 언어의 통일이 필요하다

여러 지역에서 사는 가족들이 명절이나 기념일에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리다가 당황스 러울 때가 있다. 사도신경을 고백하거나 주기도문으로 함께 기도하는 중에 목소리가 흐트러지는 것이다. ‘거룩한 공회’와 ‘거룩한 공교회’, ‘우리에게 죄지은 자’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이라는 서로 다른 표현들이 뒤섞여 울려 퍼진다. 순간 잠시 혼란과 당황 스러움으로 기도와 고백의 언어가 꼬여서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일도 있다. 새롭게 번역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차치하고라도, 개역한글판과 개정개역판 성경의 주기 도문은 ‘대개’가 있고 없고 등 서로 미묘하게 달라 혼란을 준다. 이는 단순한 언어 차이를 넘어 예배의 일체감에 방해가 된다.

신앙 언어는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세대를 이어 내려오는 신앙 고백이며, 공동체가 함께 믿음을 확인하고 나누는 도구다. 사도신경은 초대교회부터 형성되어 온 기독교 신앙의 기본 골격이며, 주기도문은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주신 기도의 모범이다. 교회가 2천 년 동안 세대를 거쳐 한결같이 고백해 온 보편 신앙의 정수인 것이다. 이처럼 근본적인 고백이 교회마다 제각각 사용되는 현실은 교회 일치의 관점에서 바람직 하지 않다. 서로 다른 표현의 난립은 어린 신자나 새로 교회에 나오는 성도들에게 혼란을 주고, 교회와 교단 간 신앙의 공통분모를 확인하는 데에도 장벽이 된다. 동일한 신앙 내용에 대한 표현상 차이 정도라면 더 늦기 전에 한국교회 각 교단이 머리를 맞대고 적어도 사도신경과 주기도문 사용에 있어라도 공통의 고백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110회 총회의 과제

110회 총회 회기가 시작되었다. 새 임원들이 선출되었고, 각 상비부와 위원회도 새롭게 조직되었다. 그동안 축적되어 온 교단 역량을 바탕으로 교단 발전을 위해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다. 지난 회기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합신 신학생 수급, 목회자 은퇴 준비, 노회 지역 조정, 타 교단과의 교류 등은 새로운 회기에도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하나하나 굵직한 문제들이어서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혼란한 시대에 개혁교회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여 한국교회를 선도 하는 교단이 되도록 준비해 가는 일도 지속해야 한다. 신앙 표준문서를 개정 번역한 총회는 이제 그 개혁주의 신앙의 정수를 각 교회에까지 확산시키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거대한 파도처럼 몰아닥친 인공지능(AI) 시대를 올바로 분별 하고 대처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점점 다른 세대처럼 되어가는 다음 세대를 위한 방책도 총회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한 회기에 다 해결할 수 없겠지만 총회 임원과 총회 산하 상비부, 상비위원회과 특별위원회, 그리고 각 기관이 서로 협력하여 위임된 사무들을 충실하게 감당하기를 바란다. 총회장이 취임사에서도 밝혔듯이 ‘일하는 총회’, ‘섬기는 총회’가 되어 교단에 소속한 모든 교회를 돕는 역할을 잘 감당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총회 사무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총회에 속한 모든 노회와 교회가 일심으로 협력하고 재정적 뒷받침을 하는 데도 마음을 모아주기를 바란다. 이로써 총회, 노회, 교회가 하나 되어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고 한국교회를 섬기는 일에 쓰임 받는 복된 교단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