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그리샴(John Grisham)의 문학세계
안만길 목사/ 중서울노회 염광교회 원로
독서만 한 즐거움은 없다(I declare after all there is no enjoyment like reading).
이 문장은 영국의 10파운드 지폐에 인쇄되어 있다. 『오만과 편견』, 『엠마』 등의 저자인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1775-1817)의 말이다.
목회에서 은퇴한 후 하고 싶었던 것은 첫째로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들을 충분히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며 또 하나는 취미로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글로벌 언어인 영어는 이 시대의 생존 언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선교의 현장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인공지능(AI) 시대가 되어 굳이 언어를 익힐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적 퇴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더욱이 타국인과의 인격적인 만남의 교제에는 진실하고 깊은 소통의 대화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어 원서를 읽는 것이 효과적인 학습 방법 이라고 한다. 이것은 73개의 언어를 습득한 이혜영 선생(『태어나서 처음하는 진짜 영어 공부』의 저자)이 추천하는 것이다. 그가 제안한 대로 미국의 대중 소설가들의 작품을 읽는 1단계로 다니엘 스틸의 작품들을 읽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아침 드라마와 같은 내용으로 어떤 것은 막장 드라마 같기도 하였 다. 그야말로 막 읽기용이다. 그다음 단계로 시드니 쉘던의 작품들을 읽었는데, 이것은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그다음 단계로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물을 집어 들었다. 물론 책 전반에 법정 용어들이 많이 나와서 매우 낯설었고, 다양한 법적 논쟁을 이해하기 힘든 측면도 있었다. 이런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준비 단계로 단어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였다. 변호사 출신이었던 그리샴의 작품들은 미국 내에서도 베스트셀 러였으며 전 세계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그의 많은 작품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유언장』(The Testament)이었다. 이미 개혁신보(2003. 12. 4.)에 그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다. 원서를 읽을 때 그 긴박감에 책을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흥미가 더하였다. 한편으로는 미국 법조계의 어두운 현실을 파헤 쳐 보여주는 책이기도 했다. 대형 로펌들은 돈이 그들의 지상목표였다. 그러나 돈만 추구하는 늑대 같은 변호사들과는 대조적으로 남미 브라질 아마존의 거의 문명이 닿지 않는 깊은 정글에서 복음을 전하는 레인 선교 사의 헌신은 그들과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었 다. 돈을 좇는 전형적인 변호사였던 네이트는 유언장을 전달하기 위해 험난한 정글을 뚫고 간신히 레인 선교사를 만난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유산에 대해서 무관심한 그를 만남으로써 네이트는 충격을 받고 마침내 그의 인생이 거듭나는 은혜를 체험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돌아온 탕자’ 비유를 모티프로 삼은 한 권의 복음 전도 책자 같았다.
『길거리 변호사』(the Street Lawyer)는 대형 로펌에서 잘 나가던 변호사가 인질극에 연루되면서 길거리 노숙자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변호인이 되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끝내 정의가 승리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되었다. 그의 소설에는 기독교적인 사상이 여러 부분에 나타나 있었다. 특히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의 바이블 벨트에서 느껴지는 신앙의 흔적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미 국에서 인종 주의 차별이 극심한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작품들도 많다. 그 시대에는 심지어 ‘먼저 기소하고 수사는 나중’이라는 원칙까지 있었다고 한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 차별 받고 있는 무리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는 변호사들의 활동을 많이 담고 있었다.
또한 특별히 텍사스주의 사형제도는 악명 높기로 유명한데 『가스실』(The Chamber) 의 등장인물인 샘은 한 유대인 변호사 사무 실을 폭파하여 그의 가정을 완전힌 파괴한 테러범이었다. 결국 샘은 사형 집행을 당하기 전에 교도소 목사에게 죄를 회개하고 신앙을 고백한 후 가스실로 들어간다. 그의 소설 근저에는 자비, 용서, 화해 등의 기독교 가치관이 깊이 깔려 있었다. 아울러 저자의 인물들은 불의를 배격하고 차별받고 소외된 억울한 자들의 편에 서서 정의를 실현한다. 존 그리 샴을 대중 소설을 통하여 폭넓게 복음을 전하는 이 시대 ‘문학계의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이라고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