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며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가 그야말로 놀랍다. 오래전 앨빈 토플러는 『미래 충격』에서 기술 변화 속도가 인간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면서 정신적,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과거에는 총을 가진 자가 권력을 쥐었고, 산업 시대에는 자본을 가진 자가 지배했지만, 정보 시대에는 정보를 지닌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했다. AI는 이러한 미래 충격의 종합판이다. AI로 인해 기존 직업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는 직종만 남게 될 것이다. AI 기술에 접근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격차가 심화될 것이다.
AI에 기반한 기술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얼굴 인식 기능이나 문서 프로그램의 맞춤법 검사기나 논문 표절 검사 프로그램, 가장 빠른 길을 찾아주는 자동차의 내비게이션 시스템, 사용자 성향을 파악하여 인터넷 사용자에게 따라붙는 각종 광고 등은 이미 인공지능의 광범위한 활용에 속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생성형 AI의 계속된 발전은 가히 우리의 상상을 넘어 선다.
작년 어느 목회 전문 월간 잡지는 ‘인공지능 시대의 목회’ 특집호에서 맨 앞 ‘데스크 칼럼’을 생성형 AI 챗GPT 4.0으로 작성했다. 본보는 AI에 기반한 홈페이지 검색 기능을 준비하고 있으며, 발행하는 신문 내용을 AI의 도움을 받아 토크쇼 형식으로 제작하여 배포하는 중이다. 새 정부는 AI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AI를 전 국가적 이슈로 삼아 100 조 투자를 공언하고, 또 부총리급 AI부처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 AI를 기반한 기술 활용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AI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있다. 그것을 마귀적이라고 하거나 적그리스도적인 도구로 평가하기도 한다. 반면 어떤 이들은 AI에 과도한 신뢰를 보낸다. 새로운 시대의 지평을 여는 마스터키라도 주어진 양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먼저 우리가 알 것은 AI 기술 사회가 하나님의 통제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창세기 1:28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는 문화명령은 인간에게 주신 하나님의 위임이다. AI 기술 역시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허락하신 일반은총의 결과물이며, 청지기로서 지혜롭게 활용해야 할 도구다. 동시에 우리는 총체적 타락의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술 자체는 중성적일 수 있지만, 타락한 인간이 사용하는 한 오용의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바벨탑 사건이 보여주듯, 인간의 기술적 성취는 때로 하나님을 대적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목회자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첫째, 학습하는 자세가 필요 하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는 지혜로운 활용이 불가능하다.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들의 고민과 질문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답변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시대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둘째, 분별하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모든 것을 성경적 원리로 판단하는 영적 분별력이야말로 AI 시대 목회자가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이 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되 맹신하지도 않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목회의 본질을 견지하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AI는 정보를 처리하고 분석할 수 있지만, 영혼의 아픔에 공감하며 위로할 수는 없다. 목회자의 진심 어린 관심, 따뜻한 시선, 함께 흘리는 눈물, 진실한 기도는 그 어떤 첨단 기술도 대체할 수 없는 목회의 핵심이다. 기도와 말씀 묵상,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것은 어떤 기술도 대체할 수 없는 목회의 기초다.
하나님께서는 각 시대마다 당신의 교회에게 필요한 은사와 지혜를 주셨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의 동기와 목적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복음 전파와 성도 양육이라는 변하지 않는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도구들을 지혜롭게 활용해 나간다면, AI 시대는 교회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은 아니니”(고전 10:23)라는 성경의 교훈을 기억 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로운 청지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