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과 교회의 선지자적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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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과 교회의 선지자적 역할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정치 갈등으로 인한 혼란은 비단 정치 영역을 넘어 일상의 심리를 지배하고 있다. 생업 감당도 힘든데 지금 정치 현실은 교인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사회, 가족, 심지어 교회 안에서까지 정치 갈등이 촉발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가 결의한 대통령의 탄핵 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앞두고 여야와 이를 지지하는 각 진영의 정치 대립은 극단으로 치달아 가고 있다. 치안 당국은 폭력 사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어떤 이가 말하듯이 이미 우리 사회는 심리적 내전 상태에 있으 며. 이것이 행동으로 표출될 우려가 크다.
교회는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해야 할까? 흔히 정치 갈등 양상 가운데 보수 기독교는 우파를, 진보 기독교는 좌파를 지지하는 것으로 구분한다. 합신 교단은 보수 기독교 진영에 속해 있으니 정치적으로 우파이며 무조건 여당을 지지하여야 하는가? 만일 그렇게 한다면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를 가진 목사들은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하며 반발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사회의 정치적 혼란과 갈등에 대하여 교회는 침묵하여야 하는가? 교회가 도무지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는 세상 밖에 존재하듯이 하여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 합신 총회가 교단의 표준 교리로 공인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교회가 정부와 시민사회를 향한 교회의 선지자 역할에 대한 교훈을 함의하고 있다. 교회는 정부에게 맡겨진 의무를 실현하도록 정부와 사회를 향하여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이것은 “일 치와 평화가 교회 안에서 유지되도록, 하나님의 진리가 순전히 그리고 온전히 보존되도 록, 신성모독을 하는 모든 자와 이단들이 억제되도록, 예배와 권징에 있어서 온갖 부패와 오용들이 방지되거나 개혁되도록, 그리고 하나님의 모든 규례가 적절히 제정되고 시행되며 지켜지도록 조치를” 취하여야 할 정부의 권한과 의무와 관련한 것이다(신앙고백서 23.3).

이러한 일이 바르게 실행되지 않을 경우, 교회는 정부를 향하여 강한 선지자적 음성을 발하여야 한다. 1647년 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받는 교단과 교회는 정부가 성경의 교훈과 교리에 어긋난 일, 이를테면 동성혼을 사회적 규범으로 인정하려고 할 때 저항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교회는 기독교의 도덕법이 시민법에 적용되도록 노력하고 영향을 행사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사이비 이단 활동을 허용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일도 교회의 선지자적 의무이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주일 예배의 회집을 방해하는 사회법이나 규범을 정하는 시도에 대해서도 교회는 적극적으로 반대해야 한다. 오히려 주일 예배의 회집이 잘 이루어지도록 법적으로 보호할 것을 주장해야 한다.
엄격한 정교분리를 규정한 1788년 수정판을 받는 경우라도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불공정, 불의한 일을 지적하고 책망하는 경고의 소리와 함께 공공윤리의 확립을 요구하는 도덕적 음성을 크게 발하여야 한다.

교회의 선지자적 역할은 특정한 정당이나 진영의 정치 논리를 지지하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어느 한 편의 진영 논리를 편드는 것은 실로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교회는 성경의 가치가 사회에 반영되도록 법적인 노력을 하거나 최소한 도덕적 노력을 행할 따름이다. 교회가 어떤 정치 사안이나 진영을 지지 또는 반대하려면 하나님의 명백한 진리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이를테면 민족애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우리나라 곳곳에 우상을 세워 민속 신앙을 장려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이 있다면 이에 대하여 교회는 반대 소리를 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와 관련하여 찬성이나 반대를 표하는 것은 교회의 선지자적 책임과 거리가 멀다.

이 사안은 이미 정치 진영 논리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사는 목사의 자격이나 지위로 이러한 집회에 참석하여 소리 내지 않아야 한다. 목사는 자신이 목회하는 교인들이 이러한 문제로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교인이 시민으로 사회 활동 영역에서 개인별로 참여하는 것은 오히려 마땅한 일이며 권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목사의 참여는 사회를 향한 교회의 선지자적 역할이 아니 다. 또한 교회 내에서 교인들 사이에 편가름의 논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목사가 설교를 통해 특정한 편을 지지하는 일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교회가 소리 내어야 하는 선지자적 메시지가 있다면 각 정당이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 화평한 정치 질서가 이루어져 사회 갈등을 완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 이상을 넘어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