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목사와 은퇴(상)_원영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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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와 은퇴(상)

원영대 목사
(부천평안교회 원로)

 

어느 퇴역한 사성 장군에게 대담자가 물었다. “장군께서는 왜 정치에 참여하지 않습니까?”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나는 군인으로서 명예를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깁니다. 내가 정치판에 들어가게 되면 나의 명예가 훼손될 것 같아서 참여하지 않습니다.” 군인보다 ‘명예’를 더 소중한 가치로 삼고 사는 사람들이 목사다. 베이비붐 세대의 목사들이 은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명예로운 은퇴를 위한 개인적인 소견 몇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첫째, 은퇴 준비는 목사 안수받을 때부터 시작한다. 은퇴 준비는 사역 말기에 하는 것이 아니라 목사로 안수받을 때부터 시작된다. 겸손한 자세로 무릎 꿇고 안수받았던 그 순간, 그 마음과 자세를 평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사직보다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은 없다. 도시 목회를 하든, 시골 목회를 하든, 선교사를 하든, 기관 사역을 하든 자신의 위치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성실하게 자신의 사역을 감당했다면 일차적으로 은퇴 준비는 잘 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자신만의 특별한 사역을 준비한다. 목회하는 동안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주변에는 은퇴하고 오히려 그 진가를 발휘하는 분들도 있다. 나는 신학교 시절 선교학회에서 활동하였고 선교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교회를 개척하면서 ‘보내는 선교사’로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목회하는 동안 HIS(합신총회세계선교회)에서 이사와 이사장으로 섬겼고, 은퇴 후 HIS의 순회 선교사로 임명받았다. 왕성하지는 못하나 국내외적으로 선교지를 방문하며 선교사들과 교제하고 위로하는 일들을 하고, 주일 오후에는 가까운 요양원에서 예배를 인도한다. 은퇴 전부터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를 독보적일 만큼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 사역이 설교든, 제자훈련이든, 상담이나 사회복지에 관련된 일이든 간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셋째, 가정과 건강관리에 힘쓴다. 명예로운 은퇴를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의 영육 간의 강건함이 필요하다. 나 역시 건강에 소홀했던 것에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는 병원에 간다. 건강이 어떠냐고 물으면 “살살 달래고 수리해서 쓴다”고 말한다. 이젠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대기실에서 내 이름이 뜨기를 기다리면서 “건강에 좀 더 신경을 쓸걸!” 하는 후회를 한다. 다른 준비가 잘 되어 있어도 가정과 건강 문제에 덜미를 잡히면 은퇴 후에 생활은 고통스럽게 될 것이다.

넷째, 재정에 관한 준비다. 재정은 은퇴하는 과정에서 가장 예민해지는 부분이다. 잡음 없는 은혜로운 은퇴가 되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목사 부부는 국민연금에 들어야 한다. 교회 규모가 크든 작든 의무 사항이며 부부가 함께 들어야 한다. 교회가 전적으로 부담해도 좋고 안되면 반씩 부담하면 된다. 개인연금도 들어 두는 것이 좋다. 이 또한 가능하면 교회가 부담하고, 그리고 부교역자들에게도 개인연금을 들어주는 것이 좋다. 교회를 이동하더라도 본인이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은퇴 후의 쪼들림은 자존심까지 손상시킨다. 최소의 금액이라도 미리 들어 두면 반드시 효자 노릇을 할 때가 올 것이다. 돈 문제에 신경 안 쓰는 것이 목사의 미덕처럼 여기는 분들도 있겠지만 예수님도 매사에 지혜롭게 준비해야 할 것과 금융에 대한 교훈을 자주 말씀하셨다는 사실을 잊어버려는 안된다.

교회는 교역자의 은퇴나 퇴직 기타 교역자들의 이동을 대비하여 교회 정관에 은퇴 및 퇴직 규정을 만들어 놓으면 당회나 제직회에서 줄다리기하는 불미스러운 일을 줄일 수 있다. 종종 ‘은혜롭게, 믿음으로’ 한다고 말하는데, 일의 결말이 본인의 믿음과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은퇴하는 목사나 교인들 모두 시험에 들게 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은퇴가 목사나 성도들에게 짐이나 시험 거리가 아니라 감사와 인정과 명예와 보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