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제106회기 총회 계회예배 설교_김원광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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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회기 총회 계회예배 설교
정체성을 지킵시다(삿 15:11-13)

삼손이 활동하던 때에 유다 지파 사람들은 정체성을 상실한 체 블레셋의 압제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가나안의 정복자로 부르심을 받았지만, 도리어 블레셋의 압제하에 노예로 살고 있었습니다. 여호수아와 함께 여리고 성을 함락시킬 때만 해도, 이스라엘은 가나안 사람들의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삼손 때에 이르러서는, 블레셋이 유다 지파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정체성을 상실하면 수치를 당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용맹했던 유다 지파가 가나안의 죄에 오염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자,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이들은 부끄럽고, 저급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아예 노예근성이 이들의 정체성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들은 블레셋 사람들이 자기들을 다스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길 만큼 정신상태가 썩어버린 것입니다.

“너는 블레셋 사람이 우리를 다스리는 줄을 알지 못하느냐?”(11절)

아마 이스라엘 역사상 이 정도로 참담한 말은 다시 찾아보기 어려우리라고 생각됩니다.
정체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소망도 없습니다. 그저 절망적인 미래가 목전에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하나님은 아무 소망이 없는 이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삼손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처럼 타락해서 아무런 소망이 없는 이스라엘인데도, 하나님은 여전히 이들을 사랑하셔서 구원자-삼손을 세워 그들을 압제에서 건지십니다. 이것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버리고 떠나가도 하나님은 결코 그들을 버리지 않으시는 이스라엘의 좋으신 목자이셨던 것입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들이 있습니다.

1) ‘우리도 정체성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조심하자.’는 것입니다.

우리 교단은 ‘바른신학, 바른교회, 바른생활’을 통해 한국교회 안에 건강한 개혁운동을 일으키자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설립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교단의 정체성이 지금도 잘 지켜지고 있습니까? 한국교회 안에서 우리 교단은 지금까지 나름대로 건강한 역할을 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러기에 크지 않은 우리 교단을 여러 타 교단들과 기관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우리는 처음의 그 정체성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까? 복음을 위해 생명을 걸고 충성하는 종의 마음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까? 교권을 추구하지 않고 순수하게 주를 섬기는 마음으로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까? 자기를 높이는 교만이 아닌 겸손함으로 주의 일을 하고 있습니까? 교만해져서 교단 우월주의나 폐쇄주의에 빠져 있지는 않습니까? 여전히 윤리적으로 깨끗해서 모두가 본받을만한 교회들을 이루고 있습니까? 주님이 아닌,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삯꾼의 자세들이 어느새 우리 내부 깊숙이 자리하지는 않았습니까? 수준 높은 신학교육을 유지해야 한다는 처음의 다짐은 잘 지켜지고 있습니까?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우리 교단은 금방 수많은 군소 교단들 가운데 하나로 추락하고 말 것입니다.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맛을 잃은 소금처럼 버려져 짓밟힘을 당하게 될 뿐일 것입니다. 유다 사람들처럼 세상으로부터 수치를 당하고, 세상을 두려워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우리는 처음 품었던 ‘바른신학, 바른교회, 바른생활’이라는 개혁의 정신을 늘 마음에 다시 새기고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교단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2)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님의 은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아예 희망이 보이지 않던 유다 지파도 다시 회복시켜주시는 은혜의 주님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시대에 정체성을 지키며, 희망을 주는 교단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함을 깨달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정체성을 지키기 매우 힘든 도전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세속화, 현대화의 물결이 우리 주변을 점령해 가고 있습니다.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가치를 부정하는 현대사회는 급격히 세속주의에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하나님은 필요 없다고 당당하게 말을 합니다. 온갖 부도덕한 일들을 개인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허용하려고 합니다. 성경적 가치를 지키는 사람들은 꼰대라고 외면합니다. 주일이면 온 교우가 함께 모여 예배드리던 가장 기본적인 모습에서부터 우리는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과연 우리가 세속화, 현대화의 거센 물결을 막아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하나님은 전능하십니다. 삼손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하자, 그는 나귀 턱뼈 하나로 혼자서 일천 명의 블레셋 군인들을 쳐 죽이고, 유다 사람들에게 자유를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그와 같이 하나님은 오늘도 능히 우리를 위한 구원의 일을 이루실 수 있으십니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능력을 통해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역전시키실 수 있으심을 증시(證示)하여 주셨습니다. 그 전능자이신 하나님이 우리를 향해 은혜를 베푸시면, 우리는 능히 이 시대의 어려운 시험들을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이사야 선지자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해야 합니다.

“여호와여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우리가 주를 앙망하오니 주는 아침마다 우리의 팔이 되시며 환난 때에 우리의 구원이 되소서.”(사 33:2)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우리 합신총회가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정체성을 지켜내고, 한국교회 안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지속적인 부흥의 길로 계속 전진할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