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신학강좌의 적실성과 지속적 발전을 기대하며
제32회 정암신학강좌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교회를 위한 접목의 노력을 기울이며 잘 진행되었다. 특히 방역에 만전을 기하며 행사의 원활함을 위해 애쓴 합신 정암신학연구소와 합신 총동문회 그리고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 특별한 고마움과 격려를 보낸다.
이번 강좌는 이어지는 합신 청교도 대강좌와 연계하여 “한국 교회를 위한 청교도 설교의 유산과 적실성’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는 단지 설교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가 고수하는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 체계가 한국교회 안에서 어떻게 적용 실천되고 있는지를 재성찰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개혁사상이 이미 내포한 적실성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이 시대의 교회와 문화 속에서의 적실성을 갖도록 힘쓰고 그것을 확장하기 위한 적용적 고찰도 병행하려는 한 노력으로 읽힌다.
“적실성”이라는 개념은 성찰(연구)과 대안(실천)을 동시에 함의한다는 점에서 여러 혼합주의적 조류에서 분투하는 차제의 우리에게는 가장 필요한 추동력을 제공하는 말이다. 그것은 개혁사상이 서구적 배경의 테두리 및 탁상과 강단의 논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금 여기 한국교회의 현실 속에 지속적인 적용과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내적 필요와 개혁정신에 잇닿아 있다. 그것이 정암 신학강좌를 지속해야 하는 의미의 본령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강좌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셀더하위스와 조엘 비키의 노작을 통해 청교도적 목회의 중심에 있는 설교의 거울을 “적실성”이라는 주제를 매개로 우리 앞에 제시하려 했다는 점은 좋은 착안이었다고 본다. 더구나 굳이 원 강사가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화상으로 만나는 것도, 부득이했고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일면 신선한 경험이기도 했다. 이를 뒷받침하여 그들의 저술을 잘 풀어 번역 해설해 주고 또 나름의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려 애쓴 합신 교수진의 성실함과 헌신은 돋보였다. 이런 점은 앞으로 코로나19 사태 같은 비상상황이 아니더라도 고비용 없이 더 많은 해외 석학들의 강의를 접하면서 동시에 국내 학자들을 통해 더 깊고 쉽게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암 신학강좌가 지속적이고 더 많은 관심을 받으려면 어떤 의미 있는 발전적 성숙을 지향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곧 정암신학강좌의 적실성은 어떻게 추구해 나아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첫째는 정암신학강좌에 대한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권한다.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 주기를 바라는지 내외적인 여론 파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 해 정도는 설문 조사를 토대로 한 정암신학강좌 자체에 대한 자기 성찰적 집담회도 유용하다고 본다.
둘째, 해마다 주제의 틀을 정해 두고 접근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 본다. 예컨대 1. ‘바른 신학’의 관점에서 개혁신학 자체에 대한 순수 신학적 주제로 개혁신학의 보전과 계승에 대한 가치를 세우는 강좌 2. ‘바른 교회’의 관점에서 개혁신학과 교회와 설교를 포함한 목회 현장의 실천적 접목에 대한 성찰과 대안 3. ‘바른 생활’의 관점에서 개혁신앙과 성도들의 신앙생활(예전과 교육 등을 망라한)을 접목하는 신앙운동적 접근 4. 합신의 신학과 신학교육 및 교단의 현 주소를 성찰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합신 정체성 각성을 위한 자기 성찰적인 집담회 5. 당대 세계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성경적 해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대외적 강좌. 이런 주제들을 연차로 돌아가며 상정하여 미리 준비하면 정암신학강좌는 더더욱 알차고 유익할 것이다.
청교도의 설교의 유산과 한국교회에서의 적실성을 논한 이번 정암신학강좌가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비단 설교뿐 아니라 개혁신학과 신앙의 유산이 지금 여기에서도 적실성을 갖고 있으며 또 한편 적실성을 갖도록 실천적으로 애써야 한다는 요구일 것이다. 향후 정암신학강좌는 개혁신학과 신앙이 가진 한국교회에서의 적실성을 증명하고 확산하는 매개로 더 발전해야 한다. 그 단초를 이번 강좌에서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