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소리 박종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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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소리

박종훈 목사_궁산교회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 기운을 느끼는 요즘, 가까이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가 
생활에 활력을 준다. 

아침 일찍 나무 울타리에서 재잘대는 참새들의 소리는 참 재미있다. 마치 아
침에 등교하여 반 친구들과 정신없이 떠들어대는 삼사학년 초등학생들 같다
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우르르 날아가는 참새들은 앉자마
자 또 입방아를 찧는다. 

낮에는 지상의 삶이 얼마 안 남은 매미들이 요란하게 울어댄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자신의 위치를 발각되지 않기 위해 소리를 멈춘다. 
그렇게 부동자세로 죽은 척 하다가 사람이 발견하고 손으로 잡으려 하면 언
제 눈치챘는지 ‘포르르’ 도망가는 매미이다. 

매미의 종류에 따라 노랫소리도 다르게 들려온다. 어떤 매미는 춘양가나 흥부
가처럼 길게 소리를 내는가 하면 또 어떤 매미는 대중가요를 부르듯 짧게 일
정한 간격으로 소리를 반복한다. 한창 더운 여름에는 긴 소리가 주를 이루더
니 가
을이 시작되는 요즘은 짧게 하는 소리가 더 많이 드린다. 

가을저녁하면 풀벌레소리 나는 계절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종류의 다양한 자
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저녁무렵 차를 타고 가다가 창문을 열면, 숲이나 
들판에서는 어김없이 그 소리가 들려온다. 자동차의 소음 속에서도 곤충들이 
부르는 저마다의 차별화 된 노래소리를 알 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소리
는 지나는 곳마다 일정하게 반복하여 들린다. 곤충들에게도 각기 영역이 있
어 자신의 소리로 구역을 표시하는 것 같다. 

소리 하나하나가 다르지만 조화와 일치를 이루는 그들의 음악은 자연의 합주
곡 자체이다. 모든 숲의 나무들과 동무들을 관객으로 삼고 때로는 자장가로 
때로는 연인을 향한 감미로운 화음으로 연주하는 곤충들의 노래는 결코 시끄
럽지 않은 자연의 노래소리이다. 

소년 시절 처음 서울에 올라가서 저녁에 잠을 자려고 하니 무슨 소리인지 알
아들을 수 없는 소음들이 듣기에 부담스러워 잠을 이루지 못한 기억이 난다. 
그러나 시골의 풀벌레들의 소리는 귀기울여 들으면 순수한 생명들의 소리로 
경이감을 일으키며, 괘념치 않으면 그저 작은 소
리로 부담을 주지 않는 소리
들이다. 

가까이서 들리는가 하면 조금 멀리서 들리는 것 같고, 나무 위에서 나는 것 
같다가도 아래 돌틈에서 나는 것 같고, 방안에서 혹은 문 밖에서 나는 것 같
은 신비한 소리들…
‘찌르르르…… 또르르르…… 쓰르르르…… 치르르르……’ 
사실 문자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소리들, 그래서 고요하고 평화롭고 질리
지 않는 이 생명의 소리를 나는 사랑한다. 
요즘 세상은 애완견의 소리와 아기의 울음 소리도 기계의 힘을 빌려 해석한다
고 하지만, 이들의 소리는 해석이 필요없는 한결같은 사랑의 소리임이 분명하
다. 

듣는 사람의 그때의 감정에 따라 우는 소리요, 노래소리요, 시끄럽다 하기도 
하고 조용하다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 소리는 서로의 짝을 부르는 그들만의 구
애(求愛)의 부름인 것이다. 사람이 다가서거나 천적이 다가와도, 아주 위급
한 상황이 아니면 열심히 자기의 짝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 부르는 사랑의 노
래이다. 

정원에서 잠깐 피었다 지는 한 송이 꽃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도 사실은 후손
을 남기기 위해 나비와 벌을 불러들이는 모습이다. 
그것들이 우리에게 
듣기 좋은 소리가 되고, 보기 좋은 빛깔과 향기가 되며, 
건강에 좋은 먹을거리가 되는 것은 물론 치료의 물질을 제공해 주기도 하는 
것이다. 

모든 동식물이 결국 창조주의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을 이루는 이 모든 과
정에서 우리 사람들에게 유익한 자연의 선물로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들 또한 절대자가 내신 하늘의 법을 따르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요 인생
의 참된 가치이지 않겠는가? 
아까부터 자연의 소리가 가만히 창문을 두드리며 자꾸만 나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