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린 바보였어 …”
황대연 목사| 한가족교회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와 잠시 눈을 붙이던 중, 금 쟁반에 옥구슬 굴러가
는 소리가 아닌, 플라스틱 대야에 유리구슬이 와르르 쏟아지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뭐 하는데 …?”
“응… 구슬 좀 닦으려고 …”
아내의 말을 들으며 눈길을 주니 아내는 낯익은 구슬을 대야에 쏟아 놓고 씻
기 위해 세제를 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난, 참 … 바보였어 …”
혼잣말 같은 아내의 독백이 이어졌습니다.
“그때 인우가 가지고 놀겠다고 했을 때 마음껏 가지고 놀게 했어야 했는데
…“
저는 아내의 말에 어느 덧, 이 구슬이 생기던 6~7년전, 그러니까 아들아이
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당시 개척하느라
한창 어려움 중에 있던 우리 가족을 위해 어느 집사님 가정이 모처럼 하루
를 시간 내어 놀이공원엘 갔었는데, 그때 아들아이를 데리고 상점에 들어가
원하는 물건을 집으라고 했었습니다.
아들아이
는 보석처럼 울긋불긋 화려하고 예쁜 유리구슬 세트를 집어 들었습
니다. 옆에서 미안한 듯이 서 있던 아내는 당황했습니다. 몇 만원이나 하는
것이 아이들 장난감치고는 값이 무척 비쌌기 때문입니다.
“놔두세요. 인우야, 그게 마음에 들었니?”
집사님은 자상하게 웃으며 값을 치렀습니다. 아들아이는 무척 좋아했는데,
세트로 곽에 가지런히 들어있는 구슬이 행여나 없어질까 봐 조심을 하는 눈
치였습니다. 아마 성격이 꼼꼼한 편인 아내의 영향인 듯 했습니다.
얼마 후 아들아이는 더이상 구슬을 가지고 놀지 않게 되었고, 한 알도 없어
지지 않고 상자 째 보관되어 있는 그 구슬을 아내는 잘 보관했다가 어린이날
을 맞아 이제 교회의 어떤 아이에게 주기 위해 구슬을 씻고 있는 것입니다.
한번은 포스터칼라 물감이 아들아이 생일 선물로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아
들아이는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이 있는 제 물감은 놔두고 새것을 쓰고 싶어
했습니다. 아내는 있는 것 먼저 다 쓰고, 새것은 나중에 쓰라며 내주지 않았
습니다.
그리고 2년쯤 지났을까 … 어느 날 아들아이가 볼멘소리로 말했습니다.
“진작에 썼으면!”
n아내가 간수해 둔 그 새 포스터칼라 물감이 이미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던 것
입니다.
“그래 … 우린 바보였어 … 너무 없이 살아서 그랬을까, 아니면 목사의 가
정이기 때문에 그랬을까 … 우린 너무 아이에게 잘못을 많이 한 것 같아 …
“
오늘 어린이날 휴일인데도 공부하러 간다고 가방 싸들고 나간 아들 녀석을
생각하며 우리 부부는 때아닌 반성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보다 더 잘 키우시
는 하나님을 신뢰하면서 이젠 좀 편안하게 아이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봅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