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달음박질하기 전효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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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수상>

끝까지 달음박질하기

전효진 목사| 예성교회,강원노회장

본인에게는 자녀가 둘 있습니다. 둘째를 마흔이 다 되어 낳아서 그런지 더
욱 사랑스럽고 귀엽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모의 사랑과 관심에도 불구하
고 둘째는 다른 친구 아빠, 엄마보다 나이가 많다고 투정부립니다. 그럴 때
마다 우리 부부는 괜히 늦게 아이를 낳아서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가 안
쓰럽기만 합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대로 젊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을 합니
다. 

예를 들면 머리에 염색을 한다던가, 옷을 밝은 색으로 입는 등 또한 열심히 
운동도 합니다. 아내는 헬스와 수영, 본인은 구력은 짧지만 열심히 테니스
를 합니다. 큰 아이를 키울 때에는 학교에 거의 가지 않았지만 둘째 때는 생
각이 바뀌더군요. 늦게 얻은 아들이라 애처롭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해서 학
교를 좀 자주 가는 편입니다. 

자식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요? 큰 아이에게는 나름대로 교육철학을 
세워서 엄격하게 양육하였습니다. 그런데 둘
째에게는 그렇게 할 수가 없더군
요. 모든 것이 예쁘기만 합니다.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맞
는 것 같아요. 이렇게 둘째를 키우다보니까 그만 응석받이가 되고 말았습니
다. 

이 녀석은 끈기도 없는 것 같고 정리 정돈도 할 줄 모르고 모든 일을 엄마, 
아빠에게 의지하려고만 합니다. 운동이나 공부를 할 때도 조금만 힘이 들면 
쉽게 포기를 합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둘째를 끈기 
있고 인내하며 최선을 다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둘째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봄에 운동회를 합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
니 마지막 운동회이기도 하고 녀석의 성화에 못 이겨 유년 시절의 운동회를 
회상하며 그곳에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보니까 아버지 달리기가 
있었습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왔구나 생각했지요. 쉽게 포기하고 인내심이 
부족한 둘째에게 아버지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본인은 깊은 고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본인은 초등학교 6
년 동안 운동회 때 달리기 경주에서 단 한 번도 상을 타본 적이 없었
습니
다. 만약 달리기를 하다가 낙오되거나 꼴찌를 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 아들
이 얼마나 싫어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담대하게 아버지 달리기 신청을 하였더니 옆에 있던 교장께서 극구 
만류를 하십니다. 달리다가 넘어지는 날이면 큰일이라는 것이죠. 필자가 작
년에 다리를 다쳐서 삼개월간 기브스를 한 것을 교장이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러나 저의 달리기를 하는 이유를 듣고서는 마지못해 허락하시더군요. 단 
등수에 연연하지 않고 걸어서라도 결승선에 들어오시라고… 

우리 둘째 녀석도 아빠가 불안한 듯이 뛰지 말라고 아우성이었죠. 대부분 아
버지들은 30, 40대였고 제가 제일 연장자였습니다. 지천명의 나이이고 보니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떡합니까. 하지만 최선을 다해보자고 다짐하였
죠. 

출발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그만 나도 모르게 출발을 하였습니다. 총을 쏜 
선생님이 우리아이 담임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앞섰습니다. 그런데 중간쯤 뛰
다보니까 뒤에서 저를 추월하더군요. 자칫하면 부딪쳐서 넘어질 뻔하였습니
다. 움찔하는 순간에 두 명이 저를 제치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앞을 보니 

결승선이 30m쯤 남았습니다. 

이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뛰어보자 하고 생각하는 순간 옆에 있는 젊은 아버
지가 나이 먹은 사람한테 질 수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마지막 힘을 내서 전력
으로 뛰었습니다. 거의 같은 시각에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3등이었습니
다. 그 젊은 아버지는 구두를 신고 뛰어서 그렇다고 투덜거리더군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자니까 둘째가 엄지손가락을 펴서 흔들며 저를 보며 소리쳤
습니다. 

“아빠! 나이스(nice)!” 
그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등수를 다투었던 그 분과는 13살이
나 나이 차이가 났습니다. 제가 쉽게 포기했더라면 부끄러운 아빠가 되었을 
것입니다. 최선을 다해 달리기를 하니 자랑스러운 아빠가 된 듯한 기분이었
습니다. 저의 달리기를 보던 관중석의 학부형들과 교사들, 아이들이 크게 박
수를 쳐주었습니다. 기분이 날아갈 듯 하였습니다. 

목회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목회도 달리기 경주가 아닌가 생
각합니다. 제일 처음에 목회를 시작할 때 모든 목회자들이 최선을 다하겠다
는 다짐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열심히 없어지고 시들해 

는 것을 봅니다. 부흥되지 않는 교회를 보고 회의와 좌절에 빠지기도 합니
다. 소명에 대한 확신이 흐려지기도 합니다. 내가 꼭 이 길을 가야만 하는
가 의심이 나기도 합니다. 달리다가 힘이 들면 주저앉거나 포기하고 싶듯이 
목회하다가 힘들고 어려우면 모든 것을 놓고 싶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목회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닙니다. 목회는 마라톤 경기와 같다
고 하는 어느 선배 목회자의 충고를 기억하면서 다시 한 번 되새겨봅니다. 
마라톤 경기에서 물론 우승자에게 영광이 돌아가지만 모든 완주자에게도 관
중들은 환호와 갈채를 보냅니다. 지금 우리의 목회가 힘들고 어렵더라도 끝
까지 최선을 다해서 인내를 가지고 이 사역을 감당할 때 영광의 면류관이 우
리에게 주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