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혁의 vivavox (7)
나는 참말로 카톨릭 교회의 성도이고 싶다
김병혁 목사_에드먼톤 개신개혁교회
“목사님, 카톨릭 교인에게 테러 당하시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유럽의 어느 신문사의 만평란에 실린 마호멧 풍자 그림으로 인해 전
세계 이슬람권의 집단적인 반발이 한창 뉴스거리가 되던 당시, 한 동료 목사
님이 지난번 두 차례에 걸쳐 <기독교개혁신보>에 게재된 카톨릭 교회와 관련
된 내 칼럼을 읽고서 농담 삼아 던진 말이다.
여전히 카톨릭 교회를 비롯해서 다른 종파, 다른 종교에 대해 나름대로 애착
과 연정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가히 반갑지 않은 내용이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나는 진정한 카톨릭인이 되고 싶다’니 대체 어찌 된 영
문인가? 무슨 연예인 커밍아웃도 아니고 독자들을 우롱할 의도도 없다면 이처
럼 섬뜩한(?) 제목을 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1. 카톨릭이라는 낱말의 오용과 참된 의미
오늘날 ‘카톨릭’(catholic)이라는 낱말은
곧 로마 (카톨릭) 교회를 가리키
는 표현이 되었지만 초대 교회 당시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원래 카톨릭이란
용어는 ‘보편적’ 혹은 ‘우주적’이란 뜻을 지닌 헬라어 ‘카토리코스’
(katholikos)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초대교회의 기독교 분파나 이단 종파로부
터 구별된 정통 교회(Orthodox Church)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되었다.
사도신경과 니케아 신경에서 진술하듯이 적어도 4세기 후반까지의 모든 초대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를 가리켜 “거룩한 공회” 즉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
적인 사도적 교회”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후 종교개혁 시대에 이르러 이 표
현은 ‘교회의 보편성’(the Catholicity of the Church)이라는 교회의 본질
적인 속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신학적 개념으로 발전하여, 지금까지 대부분의
개혁주의 신앙고백서에 매우 구체적인 형태로 언급되어 오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신학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카톨릭이란 본래 교회
는 오고 오는 모든 역사에 걸쳐서 오로지 하나의 기초, 곧 “사도와 선지자들
의 기초 위에” 세워졌으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모퉁이 돌 이 된”
(엡 2:20) 오직 하나의 교회
가 있을 뿐이다는 의미에서 사용된 지극히 성경적
인 용어이다.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로서 오직 한 분이시라면 그와 더불어 기동(起動)하
고 있는 모든 신자는 그 분 안에서 한 성령과 한 믿음으로 오직 한 몸으로 연
합된 하나의 교회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 진정한 카톨릭 신앙이다. 그러나
로마 카톨릭 교회는 이 모든 하나님의 진실을 너무나 교묘하게 거짓으로 바꾸
어 버렸다. 그들에게 카톨릭이란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교황과 사제들의 종교
적 교훈과 성례와 전통에 의해 다스려지는 단 하나의 보편적인 기관
(catholic organization)으로서의 로마 교회를 의미하는 것에 불과하다.
2. 진정한 카톨릭 교회와 참된 교회의 세 가지 표지와의 관련성
누가 진정한 카톨릭 교회이며, 누가 참된 카톨릭 교인인가? 비록 질곡의 교
회 역사 속에서 로마 교회로부터 카톨릭이라는 성경적 용어를 강탈당하는 수
모를 겪었지만 그 말에 담긴 숭고한 의미마저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카톨릭 교회는 태초부터 영원까지 하나님 안에 유일한 참 교회이다. 카톨릭
교회는 하나님의 오직 성령과 말씀의 권위로 세워지는 교회이다. 카톨릭 교
회
는 하나님의 예정의 은총을 입은 주의 백성들로 구성된 교회이다. 카톨릭 교
회는 오직 그리스도의 완전한 공로를 힘입어 오로지 주의 은혜로만 가능한 교
회이다. 카톨릭 교회는 오직 한 신앙과 한 믿음 안에서 한 몸으로 자라나는
교회이다. 카톨릭 교회는 그 어떤 인간적인 기준이나 조건, 차별과 대립에 의
해 요동치지 않는 교회이다. 카톨릭 교회는 진리의 기둥과 터며, 하나님의 집
이다.
그러나 이 참된 카톨릭 교회를 구별하고 판단하는데 있어서 우리에게 근본적
인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칼빈의 언급대로라면 교회를 카톨릭으로 부
르는 것은 그리스도가 나누어지지 않듯이 교회도 둘이나 셋이 될 수 없기 때
문(기독교강요Ⅳ.1.2)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 사실과 전적으로 다르
거나 혹은 뒤틀려 있다. 현실적으로 개신교(Protestant)라는 지붕아래 얼마
나 많은 교단과 교회가 상이한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를 가늠하는 것조차 불가
능할 지경이다.
우리를 더욱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하나같이 모두들 자신이 속한 교회의 진실
성과 정통성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하늘 아래 가장 순수한 교
회일지라도
불결함과 혼잡함에 빠질 수 있으며, 어떤 교회는 사단의 모임이라
고 할 만큼 극도로 타락할 수 있다”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제25장 4절)
의 가르침은 분명한 사실이며 현실이다.
3. 참된 교회의 표지들
칼빈은 우리들의 이러한 현실적인 고민과 한계 때문에 주께서 우리가 교회에
대해서 마땅히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한 확실한 표지와 증거를 제시해 주셨다
고 하였다. 주께서 그의 백성에게 참된 의미의 카톨릭 교회를 선사하셨듯이
비록 혼란한 지상의 삶일지라도 참 교회와 거짓 교회를 식별해 낼 수 있는 기
준과 안목을 함께 주셨다는 말이다. “순수한 복음 전파”, “그리스도에 의
해 제정된 성례의 바른 실시” 그리고 “정당한 권징(치리)의 집행”이라는
참된 교회의 세 가지 표지가 그것들이다.
모든 개혁주의 교회는 지상 교회의 현실적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동시에 카톨
릭 교회의 원시적(元始的) 의미를 지상 교회 속에 바르게 투영하는 일이야말
로 참된 교회의 부흥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개혁주의 교회와 성도
에게 있어서 진정한 카톨릭 교회의 성패는 참 교회의 세 가지 표지를 얼마나
진실하고 정확
하게 적용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카톨릭
교회의 성도이고 싶다. 참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