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spec)인가, 스토리(story)인가?
< 장석진 목사, 광주월산교회 >
“하나님과 동행하는 스토리 만드는 것이 진정한 신자의 도리”
스펙(spec)은 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2004년 국립국어원 신어자료집에 등록된 말이다. 통상적인 비지니스 용어로는 설비의 명세서, 또는 구조, 성능, 재질, 특성 등을 일컫는 말로 물건의 좋고 나쁨을 나누는 말이다.
요즈음 원래의 뜻에서 벗어나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을 포함한 학점, 토익점수, 해외연수 그리고 자격증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말해준다. 즉 물건의 가치가 자신이 확보할 수 있는 외적 조건의 총체로서 사람의 능력이나 가치를 나타내는 명세서 또는 이력서로 변신되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이끼지 않는다.
요즘 대학생들 10명 중 4명은 ‘스펙‘ 때문에 아르바이트 채용에서 불합격한 경험이 있다고 조사됐다. 스펙에는 용모도 들어가므로 남학생들도 성형수술을 한다. 화장하는 남자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최근 구직시장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지난 20년간 스펙이 구직의 중요한 요소였다면 이제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책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스펙보다 스토리(story)를 만들라”고 주문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창의성이 묻어나는 스토리가 있는 “바이킹(viking)형 인재”의 채용이 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조류를 우리의 신앙생활에 적용해 보자. 바리새인들은 영적 스펙의 대가들이었다. 성경에 능통했을 뿐만 아니라 철저한 종교생활을 지향했다. 정규적인 금식은 물론 텃밭의 채소에 대한 십일조까지 드릴 정도로 철저한 신앙생활을 추구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바리새인들을 질타하셨다. 그 주된 이유는 그들에게 그럴 듯한 규율과 가르침은 있었지만 ‘행함’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다. 이 행함이 없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그들에게 화려한 영적 스펙은 있었지만 신앙의 진정한 스토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성경의 에녹을 생각해 보자. “에녹은 육십 오세에 므두셀라를 낳았고 므두셀라를 낳은 후 삼백년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자녀들을 낳았으며…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창5:21-24).
에녹의 삶의 기록에는 스펙이 전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에게 하나님의 통치를 받고 동행했던 아름다운 신앙의 스토리가 있다. 어느 인생이든, 어느 공동체이든 날마다 영적 스펙보다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 하나님과 동행하는 스토리를 만들어가자.
당신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영적인 스펙인가? 아니면 하나님과 동행하는 스토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