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의 목회편지(47)-돈 (딤전 3:3c)

0
19

돈 (딤전 3:3c) 

조병수 교수/ 합신 신약신학

신혼초기의 전세살림을 깡그리 정리하여 유학의 첫 발을 딛었을 때, 불과 
나보다 대엿새 먼저 독일에 온 어떤 젊은 목사가 나에게 돈을 수중에 가지고 
있으면 위험하니 은행에 넣는 것이 좋다고 권유를 하면서 종이 한 장을 불쑥 
내밀었다. 그가 내민 종이 위에는 깨알같이 작은 글씨에 빨간색, 파란색 온
갖 색깔로 칠해진 여러 은행기관의 이율(利率) 비교표가 적혀있었다. 그는 독
일에 도착하자마자 며칠 동안 쏘다니며 은행업과 관련된 기관이란 기관은 모
조리 뒤져서 어디에 돈을 넣어두면 이자를 많이 받을까 골머리를 싸매고 연구
했던 것이다. 

얼마 후에 그는 참으로 용케도 어떤 한인교회에서 목회를 하게 되었는데, 
교회를 맡기도 전에 사례비는 이만큼 받아야 한다, 퇴직금은 얼마가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어리석은 주문을 하다가 결국 몇 달을 채우지 못한 채 쫓겨
나고 말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는 이후에도 돈 되는 것이라면 인격도 신
분도 아랑
곳하지 않고 뛰어들어 자신도 큰 망신을 당하고 남들에게도 큰 손해
를 끼쳤다. 

감독의 직분을 얻으려는 사람은 “돈을 사랑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도 바울
의 짧은 말이 정곡을 찌르고 있다. 아마도 이 말씀을 활쏘기에 비유한다면 과
녁의 한가운데를 관통한 것이리라. 사도 바울은 당대의 교회 뿐 아니라 미래
의 교회가 봉착하게 될 치명적인 문제점을 내다보고 있다. 사도 바울은 목회
자가 돈을 사랑하면 얼마나 무서운 부작용이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
다. 

돈맛을 본 목사는 성경에서 재미를 얻지 못한다. 이런 목사는 하나님의 말
씀의 구석구석에 들어있는 영롱한 진주 같은 진리를 캐내어 가르치는 것보다 
성도들의 호주머니를 열어 돈을 끄집어내기에 적합한 구절들을 찾아내는 데 
혈안이 된다. 이런 목사는 기도에 관심이 없을 뿐 만 아니라 혹시 기도를 해
도 그 머리 속에서 돈 문제를 지우지 못한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하자면 이런 
목사의 기도에서는 돈에 관한 제목이 간구의 전부이다. 

돈을 사랑하는 목사에게는 목회가 돈과의 싸움이 된다. 이런 목사에게 최대
관건은 성도들로부터 헌금을 짜내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헌금 짜내기 
목회이다. 물론 이런 일을 하기 위하여 기발할 정도로 그럴싸한 명목들이 수
없이 많이 제시된다. 때로는 성도들에게 헌금을 강요하고 협박하기도 하며, 
때로는 성도들이 분담금을 할당받기도 하며 배정받기도 한다. 많은 경우에 헌
금을 걷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집회를 열어 성도들이 억지로 은혜를 받도록 분
위기를 조장하기도 한다. 

목회자를 통하여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참된 은혜가 있다면 왜 물질적인 감
사가 없겠는가 마는… 돈을 사랑하는 목사는 영혼의 문제에 관심을 잃어버린
다. 그래서 이런 목사에게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는 도저히 더 이상 인생
을 살 수 없다며 찾아나온 성도들이 가련한 영혼으로 보이지 않고 돈뭉치로 
환산되어 보인다. 

과연 우리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쪼개지는 여러 가지 외면적인 원인 뒤에 실
제로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돈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있을까?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특히 이 근본적인 원인의 밑바닥에는 돈에 대한 목사의 
야릇한 욕망이 깔려있다는 것을 우리는 과연 부인할 수 있을까? 

사회를 유지시키는 수단으로
서 통화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돈에
다 모든 것을 거는 집착심을 가지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돈을 
사랑하는 것은 일만 악의 뿌리가 되기 때문이다(딤전 6:10). 오죽하면 주님께
서 하나님과 재물을 두 주인으로 섬길 수 없다고 하셨겠으며, 복음을 전하는 
이들에게 전대를 가지지 말라는 엄한 말씀을 주셨겠는가?

목사는 돈에 대하여 심정적으로 거리가 멀수록 좋다. 목사는 재물에 가까우
면 안되고, 교회는 은행에 가까우면 안된다. 목사는 재물에 눈이 밝으면 영안
이 닫히고, 교회는 은행에서 힘을 빌리면 영력을 잃는다. 목사의 능력은 돈으
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돈을 멀리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한 마디의 말에 엘리사의 능력이 들어있었던 것을 기억하라. “지금이 어찌 은
을 받을 때냐”(왕하 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