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해진 마음_곽경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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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해진 마음

 

 

< 곽경진 목사, 경기중 노회장 >

 

“가난한 심령 가지고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가 끝났다. 야당의 승리였고 그들은 축배를 들었다. 여당은 국정을 쇄신하고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하였다.

 

 이번 선거 당선자 중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눈에 많이 띈다. ‘노풍’의 영향이 거셌다는 증거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있었을 때는 국정 지지도가 마지막에는 10%가 체 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가 죽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정치는 잘하지 못했지만 인간 노무현은 좋다는 것이다. 

그의 투박한 말투, 서민스러움, 권위가 느껴지지 않는 모습, 고졸 출신,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 사람, 억울한 사람과 같이 하려는 마음 등등. 이것은 기존의 부한자들과 기득권층에 대하여 반발과 도전의식이다. 그것이 지나쳐서 그들을 미워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지만 많은 사람들의 정서를 함께 하였다고 볼 수 있다.

1주년 추모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자는 고 노무현을 ‘우리의 동반자’라고 말했다. 그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그 말에 공감을 했다. 노무현을 자기들의 정서와 함께 한 자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하나의 ‘노무현 정서’라고 말할 수 있다.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서 그의 정서를 좋아했고 그리워한다. 사람은 자기와 정서를 함께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또 쉽게 친근해진다.

지금 우리나라 교회가 이것을 간과한 것 같다. 100년 전 한국교회가 부흥할 수 있었던 것은 서민이나 천민에게 먼저 전도되었고 그들은 교회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교회는 그들의 마음과 아픔을 함께 했고 그들의 힘든 것을 영적으로 승화시켰다. 가난하고 어려운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순수하다. 그것을 영적으로 연결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타이밍이 되었다. 성령의 역사가 거기에 점화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노무현 정서만 있지 않다. 정서는 다양하다. 달동네 사람들의 정서도 있고 강남 사람들의 정서도 있다. 어떤 정서가 선이고 악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는 엄연히 그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것도 많이 있다. 

그렇다면 교회는 그들의 정서와 함께 하고 보듬어 안아 줄 수 있어야 한다. 과거 한국교회가 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들과 함께 하며 그들과 친해질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선교사들이 외국에 나가서 잘하는 것 중에 하나가 피 선교나라의 문화에 잘 적응하는 것이다. 그만큼 선교도 잘한다. 그런 마음과 각오를 가진다면 지금도 전도와 선교가 여기서도 가능하다. 

하나님은 차별이 없이 사랑하신다. 부한자나 가난한자나, 여자나 남자나, 종이나 자유자나, 모두 사랑하신다. 우리는 부름을 받은 대로, 주신 대로 감사하며 섬기면 된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한쪽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많은 목회 지망생이나 교회 개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교회 모델을 도시 유명교회나 대형교회로 삼고 있다. 교회에서 목사를 청빙할 때도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자를 요구한다. 

이 쪽 정서를 쫒아가는 사람은 많지만 저쪽에 정서를 쫓아가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교회는 소외받는 정서의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들을 보듬어 안고 함께 가야한다. 그리고 그쪽의 정서를 가진 목회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어느덧 우리는 너무 부한쪽으로 와 있다. 그들을 제외하고 한국교회는 전체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없다. 오히려 그들로부터 강한 거부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이제 부해진 마음을 내려놓고 가난한 심령으로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노무현 정서’를 그리워하는 자들에게 다가가서 함께 끌어안고 울 수 있어야 한다. 외식이 아닌 진실로 섬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럴 때 언젠가 이 땅에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다시 오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