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새로운 소명을 발견하는 시기이다.
오늘날 평균 수명이 길어졌지만 고용의 기회가 한정되어 중년에 퇴직하는 시
대가 되어 은퇴의 개념이 꼭 노년기라고만 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은퇴란
일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 그 동안 해오던 역할이
나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요즈음 교계나 교단내에서도 심심잖게 헌법상 70세까지의 보장된 사역의 연
한을 앞당겨 65세쯤 은퇴하는 교직자들이 있다. 대개 노년기는 60세 이후부
터 시작되는데 사람은 이때쯤부터 늙어가고 시간이 흐를수록 육체적 능력이
이전과 같지 않게 변화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65세쯤 되어 조기은퇴의 결심
을 하는 이들은 자신에게 찾아오는 노년기를 알고 이를 대처해 나가는 것 같
다.
은퇴했다고 해서 곧 소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은퇴는 교회와 세상에서 맡
았던 역할과 영향력을 지녔던 자리를 물러주고 떠나 은퇴생활을 시작하는 것
이지만 오히려 은퇴가 새로운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시간적 여유와 활동의
폭이 넓어지게 되어 어쩌면 은퇴 후 노년기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이러므로 은퇴한 저들은 계속해서 하나님의 소
명을 찾아야 하고 한계와 선택의 범위 안에서 하나님의 또 다른 부르심에 응
답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인간의 3대 본능은 식욕, 안목의 정욕, 권력 욕망인데 이중에 권력욕망은 인
간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인 욕망 중의 하나이다. 누구나 높아지고자 하고 자
신의 권력을 인정받고 과시하고자 한다. 교회를 섬기는 직분을 맡았다 해도
이 권력욕망으로부터 좀처럼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런 까닭에 은퇴하고서
도 조직이나 공동체 안에서 권위와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
가 있는 것이다.
칼빈은 말하기를 목회자를 망하게 하는 것은 모든 영광과 존귀를 자신이 독
점하려는 야망이라고 했다. 참 교직자는 기꺼이 이 야망을 포기할 수 있어
야 은퇴 후 새로운 소명을 발견하고 그 소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교계내 여기저기서 정년전에 은퇴하겠다는 교직자들의 은퇴소리와 아울러 정
년으로 은퇴를 앞둔 분들의 주변 이야기들이 교회벽을 넘어 새어나오고 있
다. 그
소리가 새어나오면서 와전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감동을 주는 이야기
는 아닌듯하다.
아무쪼록 은퇴 후에라도 새로운 소명을 받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을 갖
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 처한 각자의 환경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은퇴
후 받은 소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길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와지
고 주도권을 완전히 포기한 상태로 시작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