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에는 열정으로 공동체에는 깊은 나눔을, 성은교회
북극에 있는 다채롭고 신비한 광경은 보는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그 중에서도 관광객들이 직접 겪어볼 수 있는 가장 재미있고도 신비한 체험은 이글루(igloo – 얼음집) 체험일 것이다. 살을 에는 추위에 얼음 속에까지 들어가 잠까지 잔다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그 의외의 따스함에 놀라게 된다고 한다. 열역학의 원리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단단한 얼음과 좁고 긴 입구를 지나다보면 에스키모 인들의 지혜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결국 추위는 얼마큼 바람을 잘 막느냐에 달려있다.
교회는 진리의 공동체이다. 단단한 얼음 같은 진리의 이글루가 없으면 날 좋은 날이라면 모를까 초겨울 서리에 삭풍(朔風)이라도 불어치면 그 공동체의 생명력은 움츠려들고 말 것이다. 많은 교회들이 영적, 양적 부흥을 위해 매진하다 못해 돌진중이다. 하지만 성도들의 영적 상태를 보면 상당수는 진리의 이글루 속에서 살았던 흔적이 아득하다. 희희낙락 좋은 때만 있을 수는 없다.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동서울노회 성은교회는 이러한 진리의 단단한 울타리를 튼튼히 쌓아가는 교회이다. 그리고 성도들은 그 안에서 사랑의 모닥불을 지피며 한 가족 됨을 늘 확인한다.
1999년에 처음 이상업 목사가 부임했을 때 성은교회는 그야말로 시베리아 한복판에 내던져진 유랑민과 같은 교회였다. 많은 성도들은 떠나가 10여명만 남아있었고, 성도들의 마음속에는 시베리아의 찬바람보다 더 매서운 추위가 몰아쳤다. 이상업 목사가 부임한 이후에도 금세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매서운 추위를 온 몸으로 겪은 성도들은 꽃샘추위에도 두 세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목사는 다른 방법을 찾지 않고 오직 진리의 터를 닦는데 모든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묵묵히 인내하며 기다렸다.(!) 기다림은 예술이라 했던가? 시간은 성은교회에 터를 닦고 울타리를 세우며 모닥불을 지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따스한 모닥불이 피어오르자 성도들은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인간적이고 계획을 앞세웠다면 더 빨리 교회가 회복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 타는 모닥불처럼 포근한 따스함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이 목사와 성도들은 그렇게 환난을 통해 인내를 키웠고, 주의 진리 안에 거하는 참된 행복을 누려가고 있다.
이상업 목사에게 성은교회는 두 번째 교회이다. 원래 합신 졸업반 시절, 이 목사 표현대로라면 한참 의욕만 넘치던 시절, 교회를 개척했었다. 그때도 설교나 사람 모이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인내의 기다림의 시간이 없었고, 이 목사는 그것을 통해 철저히 주님의 시간에 맞춰 살아가고, 사역하는 법을 배웠다.
성탄절 시즌이 다가오자 성은교회 모든 성도들은 요란벅적스럽게 축하행사를 준비 중에 있다. 이전에 이상업 목사는 목회자 원하는 방향으로만 성도들을 이끌려고 하였다. 그러면 주님이 기뻐하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이 목사는 성도들에게 이러한 행사가 있으면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도록 하는데 더 중심을 맞춘다. 진리의 울타리 안에 있는 성도들이 그 안에서 즐겁게 지내다가 조금 오버(?)를 했다고 치자. 그래봤자 진리의 울타리 안 아닌가? 진리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이끌림 받도록 지원하고 도움을 주는 역할이 목회자의 참다운 역할이라는 것이 이 목사의 생각이다. 신조가 명확하고 수단이 성경적으로 올바른 교회에 죄와 사단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다.
성은교회는 20대부터 40대층까지 고루 분포되어 여러 사역을 할 때 큰 힘이 된다. 수요일 전도와 쌀나눔회 구제는 성은교회 성도들이 힘쓰는 교회의 기본적인 사역이다. 부유한 지역 한 가운데 경제적 섬 같은 상태인 교회의 입지 탓에 주변에 아직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 하지만, 성은교회는 그것을 전도의 소중한 기회로 삼았다. 해마다 이웃초청주일을 정해 전도와 구제를 동시에 실천하고 있다.
“돈 안 푼 안 받지만 몸 바쳐 헌신하는 성도들… 부족한 목사에게 너무 잘하고 잘 따르는 성도들, 어떻게 하면 목사에게 힘이 될까 기도하는 성도들이 성은교회 성도들입니다.” ‘성도들을 평가하신다면’이라는 질문에 이 목사는 이렇게 답했다. 그리고 본인은 정말 ‘좋은’ 목회자가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분위기 좋은 교회, 좋은 목사와 좋은 성도, 그리고 따스한 사랑이 넘치는 성은교회가 하나님의 나라 확장에 좋은 일꾼이 되길 함께 소망한다.
(이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