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같은 선교지에 핀 꽃
< 원영대 목사, 부천평안교회, PMS 실행이사, C국 서남부 후원 부이사장 >
“타성에 붙어 권태감에 시달리던 사역에 신선한 충격 느껴져”
6월 **일 월요일 오전 11시, K목사와 인천공항에서 만났다. 목적지는 C국 서북부 모 지역이다. 종종 매스컴을 통해 테러 사건이 보도되는 지역이라 주변의 만류도 있었으나 현지 사역자들의 말을 믿고 결행하였다.
항공료 절약을 위해 카자흐스탄을 경유하여 들어가기로 했다. 방문 목적은 그 지역의 PMS(총회선교부) 선교사들의 사역을 둘러보고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K목사와 나는 그 지역의 후원 이사이기도 하다.
K목사는 수년 전부터 자신이 담당한 지역을 1년에 한 차례 방문해서 선교사 부부와 함께 세미나를 갖고 교제도 해오고 있었다. 나 역시 PMS 후원 이사로서 그 사역에 동참하고 싶었는데 마침 후원회 지역 조정에 의해 함께 C국 서남부를 섬기게 되어 방문 사역에 동행하게 된 것이다.
항공료를 절약하기 위해 경유 편을 이용했는데 무려 7시간을 기다리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비행기는 자정이 다 되어 출발했고 다음날 01시 30분, 목적지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3명의 선생들이 우리를 환영했다.
둘째 날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오후에는 시내의 한 박물관과 공원을 둘러보고 김 선생 댁에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우리 PMS 3가정과 합신 동문 선교사 6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인사와 사역 소개의 시간을 가진 후 K목사의 코칭 세미나를 2시간 동안 가졌다.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 속에 세미나를 마친 시간은 오후 10시. 다음 날을 약속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셋째 날의 일정은 PMS 소속 선교사들의 사역 현장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역 특성상 구체적인 사역을 소개할 수는 없지만 각자 자신의 특기와 기질을 살려 사역에 임하고 있었다. 우리 합신 동문 선교사들도 선교 단체에 소속되어 사역하면서 교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지역이 원주민과 정부 당국과의 충돌이 잦은 곳이라 대체적으로 사역이 많이 위축된 상태였다. 저녁에는 소속 선교사들과 동문 선교사 가족들을 초청하여 함께 식사한 후 장 선생 가정에서 두 번째 세미나 시간을 가졌다.
넷째 날은 오전에 그곳 한인교회당으로 장소를 옮겨 세미나를 하였고 오후에는 산지 원주민 지역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목민 전통 가옥으로 들어가 차와 빵을 대접 받았는데 배탈 날 각오를 하고 주는 대로 받아먹고 마셨다.
다섯째와 여섯째 날은 PMS 소속 선교사들과 현지의 유명한 유적지를 방문하며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찾은 곳은 사막 지역의 오아시스라고 불리는 곳인데 포도 농사와 지하수로로 유명한 곳이었다. 함께 투어 하는 중 장시간 대화하며 교제하는 시간은 그들의 애로 사항과 사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 날은 주일, 지부장 강 선생 가정에서 주일예배를 위해 모였다. 각자의 사역 때문에 함께 모이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한다. 좁은 거실에서 10여 명이 모여 앉아 조용히 드리는 예배는 초기 교회시대의 박해 받던 신앙공동체 분위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배 후 소속 선교사 가족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한 후 마지막 세미나를 가졌다.
이윽고 석별의 정을 나눠야 할 시간이 왔다. 짧은 한 주간이었으나 많이 친숙해져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늦은 밤, 첫 날 나중 나왔던 것처럼 세 선생이 공항까지 배웅해 주었다. 함께 밥 먹고 함께 공부하고 함께 차타고 다니며 대화하면서 그렇게 한 주간을 보낸 것이다.
본국에서는 본부와 선교사의 입장이 갑과 을의 관계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선교지에서 함께 밥 먹고 함께 어울리다보니 똑같은 입장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주로 그들의 말을 많이 들었다.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위로가 되었고 힘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이사회 모임 때는 재판관과 같은 입장이었으나 현지에서 지내다보니 변호사가 되었다.
남모르는 아픔과 답답함이 가정 마다 있었다. 후원 이사들이 방문했다고 그들의 애로 사항이나 요구 사항이 당장 해결될 것은 아니었지만 한 두 끼 함께 밥 먹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해소되었을 것이다.
이번 선교지 방문에 아내와 동행하였다. 선교사 부인들과의 대화가 꽃 피었고, 나름대로의 대화의 창구 역할을 감당해 내어서 선교사 부인들에게 많은 힘이 되었던 것으로 느껴진다. 후원 이사들의 방문이 오지 사역자들에게는 큰 힘이 되진 못했어도 버려진 존재와 같다는 서운함과 외로움은 어느 정도 떨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여러 가지 제약된 상황 가운데서도 중심을 지키며 고군분투하는 우리 선교사들과 동문들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게 유익이 되었던 것은 타성에 붙어 권태감에 시달리던 나의 사역과 영혼에 신선한 충격과 회복이 있었다는 것이다.
늦은 밤 응신조차 힘든 E-클레스의 좁은 좌석, 그러나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주께서 은혜주시는 날까지 그냥 가서 함께 밥 먹고 차타고 대화하고 그럴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