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산 행_박부민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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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편지

산 행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산의 정상에 올라 보면 의외로 그 곳은 넓지가 않다. 볼품이 없고 밋밋한 경우가 더 많다. 높은 산일수록 그렇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힘들게 거기에 오르려고 하는 것은 단순한 정복욕 때문만은 아니다. 올라가는 고통과 땀의 대가로 주어지는 만족감 때문이고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의 의미와 즐거움 때문이다.

  한 발 한 발 오르며 살아 숨 쉬는 풀, 나무, 바위, 하늘, 구름을 품에 안는 시간들. 내려다보이는 마을과 들판, 바다의 아름다움을 눈과 가슴에 담는 것이 산행의 큰 즐거움이다. 인생이라는 등산의 여정도 이와 같다. 하나님의 은혜 속에서 묵묵히 올라가며 창조세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위대하신 주님을 높이며 찬양할 수만 있다면 이미 우리의 등산은 참된 의미를 찾은 것이다. 정상에 올라 얻는 결실도 기쁨이겠지만 힘들게 오르며 누리는 삶의 지혜와 감격만으로도 우리는 감사할 수 있다.

  설령 정상을 밟지 못하고 중도에 힘에 부쳐 내려오더라도 멈춰선 거기까지의 과정은 그 나름으로 아름답고 의미가 있다. 우리는 종종 그것을 믿지 못하고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정상이라는 성과에만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몇 개의 봉을 등정한 기록을 보유한 전문 산악인들에겐 이런 말이 우습게 생각될지 모른다. 그러나 내 앞의 작은 야산 하나 길 만들어 가며 오르는 것도 가치 있다. 큰 산 오르다 멈춰 내려오는 것도 아름다운 산행이다.

  산행이 즐겁고 멋진 것은 꼭 정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남이 오르지 못하는 산의 정상을 밟는다는 비교 우위에서 오는 쾌감 때문도 아니다. 땀의 의미를 체득하며 최선을 다해 오르는 과정의 의미와 즐거움 때문이다. 더구나 친구들과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 오르는 산행은 그 자체가 감동 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