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없는 교회협의기구
< 김성한 목사, 은혜교회 >
교회일치 운동은 교리일치 운동으로서 진리를 찾는 노력이어야 한다
2013년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WCC 총회가 열렸다. 주제는 생명, 정의, 평화였다. 주제에서 ‘복음’이 빠져있는 것을 이상히 여겨 살펴봤더니 놀랍게도 복음과 구원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 언급도 없이 일정을 마쳤다. 이것이 과연 교회연합기구가 맞는가?
부산 WCC 총회에서 마틴 히젤 목사는 유럽을 대표하여 이렇게 기도했다. “우리(유럽)는 전쟁과 식민지 착취 인종차별, 대량 학살 등 죽음의 유산을 대표하는 무리라는 것을 고백합니다. 생명의 하나님 유럽으로 하여금 모두에게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이 신실되게 하소서.” 그리고 카레킨 2세 아르메니안 정교회 주교는 이렇게 기도했다. “상처 받은 세계 속에서 살면서 우리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정적인 도구들을 더 많이 확장시켜 가야 합니다.”
그럴듯한 주장으로 온갖 미사여구를 구사했으나 WCC 총회 내내 복음과 영혼의 구원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것만 보아도 WCC의 정체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복음 없이, 영혼 구원 없이 전 세계 교회가 하나 되자는 것이 WCC이다.
기독교인들은 사회의 정의와 개선을 위하여 당연하고 분명히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교회가 먼저 복음에 충실할 때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도 있었고, 교회와 성도들이 먼저 예수의 복음과 영혼의 구원을 위해 노력할 때 오히려 사회도 변화되었었다.
2017년 6월 29일부터 7월 7일까지 세계개혁교회커뮤니온 WCRC 제 26차 총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여 전 세계 교회 대표 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독일 라이프찌히에서 열렸다.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등 인류가 살아가는 세상에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되도록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힘쓰자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복음과 영혼 구원은 관심의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손달익 목사는 “정의의 문제가 단순히 정치 사회학적 문제만이 아니고 환경에 대한 문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 환경 파괴와 그로 인한 인류 미래의 불안감 이런 것들이 결국 정의 회복으로 가능하다”고 하였고, 이성희 통합 총회장은 “핵 반대, 사드 반대, 이런 것들을 통해서 한반도에서 무기가 떠나가고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이런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면 의미 있겠지만 복음을 잃어버린 교회가 정치, 경제, 사회, 환경에 진실되고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이런 운동이 사회의 갈등 해결과 평화 정착에 과연 근본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 지금 세계적으로 복음이 위축되고 있는 현실을 교회는 우선 직시해야 한다. 왜 세계적으로 기독교 인구가 감소하고 있을까? 교회 스스로가 복음을 버리는데, 어떻게 교회가 부흥할 수 있겠으며, 하나님께서 이런 교회에 은혜를 주시겠는가? 그리고 그런 교회가 사회를 위해 진정한 의미의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겠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
작년에는 우리나라 어느 대형 교단 둘이 통합을 이룬 일이 있었다. 통합 논의 과정을 지켜보았는데, 양 교단의 체제와 교단 명칭 등에 관한 협의만 하고, 양 교단 간의 신학적 입장과 차이에 대하여는 단 한 마디의 협의도 없이 통합을 이뤘다. 예를 들면, 두 교단 중에 한 교단은 여자 목사 안수를 인정하고, 다른 한 교단은 여자 목사 안수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인데, 이 문제에 대하여도 진지한 협의 없이 교단 통합을 이루는 것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이상 성경적 진리가 교회의 진지한 관심의 대상이 아님을 보는 것 같았다.
스펄전은 “진리를 희생시키고 연합을 찾는 것은 주 예수에게 대한 반역이다”라고 말하였고, 박윤선 박사는 WCC에 대하여 “신신학적으로 타협주의적이며 기독교의 근본적 진리의 해석을 각자의 자유에 맡기에 그것을 옳은 대로 주장하지 않고라도 교회라고 하면 그 무슨 교회라도 모두 다 서로 뭉치어 하나가 되기를 도모한다. 이것은 항의자(protestant)의 걸어온 역사를 후회하며 일소(一掃)하려는 것이다. 즉 이것은 진리보다 연합을 즐기는 운동이며 따라서 개혁파의 올바른 신앙노선을 오착으로 여기는 그릇된 주의이다(파수군, 1949년)”라고 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교회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한편으로는 종교개혁을 후회하며 개혁주의를 지우려는 노력도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두려운 현실을 본다. 우리는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과 교회에 닥친 도전들을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먼저 예수님의 구원의 복음을 더욱 견고하게 붙들어야 한다.
교회 일치 운동은 우선 교리 일치 운동이어야 한다. 교리적 차이에 대해 논의해야 하며, 진리에 대해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찾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분열된 교회는 연합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연합을 위한 노력은 반드시 진리를 찾는 과정이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작금의 복음과 구원이 빠진 교회협의기구에 대해서는 선지자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