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의 과제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건과 대통령 탄핵으로 지난 반년 동안 국민이 된몸살을 앓았고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그래도 이만한 질서와 성숙한 민주의식을 갖고 변혁의 소용돌이를 잘 헤쳐 나온 국민들의 모습은 칭찬 받을 만하다. 그렇다면 새 정권의 과제는 무엇일까?
월간중앙과 타임리서치가 실시한 제19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4월 12일자 여론 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의 55.8%는 ‘적폐 청산과 사회 개혁’이, 37.4%는 ‘갈등 치유와 국민 통합’이 중요하다고 봤다. 또한 새 정권의 우선 과제에 대해 국민일보와 지앤컴리서치가 실시한 3월 14일자 ‘교회와 사회 개혁을 위한 성도 및 목회자 여론 조사“ 결과 성도들은 투명, 공정성 회복,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목회자들은 국민 통합과 정치 경제의 안정과 투명, 공정 사회를 바랐다.
이를 종합하면 교인들 및 전 국민은 우리 사회가 여러 면에서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원론적이지만 우리는 이것을 개혁과 생명과 화목이라는 관점에서 요약하여 새 정권의 과제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진정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개혁의 동력은 투명성과 공정성에 있다. 대통령과 모든 공직자들이 청렴 정직하며 겸허하게 국민을 섬기는 태도를 재정돈해야 한다. 국민들이 위임한 권력을 남용할 때 최순실 사건과 같은 역사의 오점을 남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은밀한 패권이나 농단 세력이 없이 정책 시행과 인사 등용에서 차별을 없애고 법적 질서의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원과 검찰을 비롯한 권력 기관들을 개혁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며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던 일부의 작태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또한 단기간의 성과를 욕심내기보다 시행착오를 겪고 조금 더디더라도 미래지향적이며 내실이 있는 통치와 행정을 펼치기를 바란다.
둘째,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로 만들어 가야 한다. 생명의 존엄성은 하나님이 부여하신 것이다. 먹을거리와 교통, 방역 등의 국가 안전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정책과 시행령이 되도록 전반적, 세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그래서 세월호 사건이나 메르스 사태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원전과 생태 환경 문제 등도 국민의 생명 보호를 중심으로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개발 위주의 정책들을 신중히 재고하고 정돈해야 한다.
노동 환경도 마찬가지이다. 2016년 8월 15일 발표된 OECD의 ‘2016 고용 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1인당 연 평균 노동 시간이 멕시코 2246시간 한국 2113시간 미국이 1790시간 일본이 1719시간이라 한다. 한국은 OECD 회원국 34개국 평균(1천766시간)보다 347시간이나 많았다. 이제는 경제 발전의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라도 노동 시간 단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노동 시간과 환경의 조속한 개선이 더더욱 필요한 이유는 이것이 인권과 삶의 질의 문제이며 만혼과 저출산 그리고 교육 등 최근의 사회적 문제들과도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화목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대선 기간의 갈등을 포함한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의 갈등을 치유하고 사회 통합의 가시적 정책과 조치들이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 탕평책과 같은 산술적 통합은 물론, 가장 문제시되는 양극화로 인한 불화와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특단의 정책이 필요하다. 저소득 소외 계층의 복지, 청년 실업, 부익부 빈익빈은 지속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다. 또한 이번 선거에선 많이 희석되었지만 여전한 지역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권이 습관적으로 공약해 온 지방의 균형적 발전이 속히 실천되기를 바랄 뿐이다.
여기에 남북의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가시적 활동들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 위협과 미국이 주도한 한국 내 사드 배치 등의 일련의 조치들로 강대국들이 얽혀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굳건한 안보는 두말할 나위 없이 당연하다. 하지만 남북 대화의 여지를 없애 버리고 대치 상태만 지속하는 것도 옳지 않다.
지난 4월 2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새 정권의 대북 정책 방향과 관련해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68.6%였고 ‘북한에 강경한 대응으로 나가야 한다’는 응답은 26.5%였다. 여론에 나타나듯이 다수 국민들은 가급적 평화로운 남북 관계를 원하고 있다.
힘의 우위를 통한 안보 태세를 갖추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주체가 되어 다각적 외교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필요하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평화적인 자세로 나오도록 채널을 열어 두고 관련국들의 협조 속에 부단히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이런 자주적 노력이 없이는 우리가 소외된 채 당사국들의 이해타산에 끌려 다니는 형국이 되고 남북 갈등은 더 깊어지고 말 것이다.
새 정권의 과제를 제시했지만 사실 이는 어느 정권이든 지속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정직하고 겸허한 자세로 차근차근 성실하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나가면서 바르게 개혁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화목한 사회를 지향하는 새 정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