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109)| 축복하는 자와 저주하는 자_정창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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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하는 자와 저주하는 자   신명기 33장 1, 29절

< 정창균 목사,  남포교회 협동목사,  합신 설교학 교수 >

“교회는 하나님이 세우시고, 그 교회의 주인은 주님이라는 사실 알아야”

   모세는 말년 40년을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광야에서 보냈습니다. 그가 광야 40년 세월을 함께 살았던 그 백성들은 모세에게 언제나 친근하고, 대견스럽고, 고마운 사람들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시도 때도 없이 원망을 쏟아내고, 밑도 끝도 없이 대들고, 때로는 인정사정없이 배은망덕을 일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고 백성 앞에 서고, 백성의 아픔을 들고 하나님 앞에 엎드린 광야 40년 동안 백성들이 이 사람 모세에게 행한 태도를 성경은 몇 가지 단어로 요약합니다. 거역하고, 다투고, 시험하고, 원망하고….. 

   모세는 그 길을 다 간 후 모압 평지에서 행한 마지막 설교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백성을 한 마디로 말하였습니다. “너희의 반역함과 목이 곧은 것을 내가 안다.” 

   하나님께서도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을 놓고 “열 번이나 나를 시험하고 내 목소리를 청종하지 아니한 그 사람들”이라고 하실 정도였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스데반은 광야의 그 백성들을 회상하면서, 광야 40년은 하나님이 그들의 소행을 참으신 세월이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모세는 그런 사람들과 40년 목회를 한 셈이고, 그런 사람들을 이끌고 하나님의 뜻을 수행해야 했던 것입니다. 

   모세는 마지막 순간에 이 백성들이 가나안에 들어가면 무슨 짓을 할 것인지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이방신들을 따르며 철저한 반역과 배교를 할 사람들이요, 그리하여 하나님의 진노를 받을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신31:16-20). 

   그러나 모세가 이 백성을 향하여 경고와 부탁과 권면으로 가득한 긴긴 설교를 마치면서 한 마지막 행동은 참으로 충격적입니다. 그가 모든 할 말을 마치고 죽음을 맞기 전에 한 것은 이 백성을 향한 축복이었습니다.

   신명기 33장은 모세가 죽기 전에 이 땅에서 한 마지막 말입니다. 그것은 첫마디부터 마지막 말까지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축복입니다. “하나님의 사람 모세가 죽기 전에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축복함이 이러하니라”(33:1)가 첫 마디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 긴 축복의 선포를 모세는 이렇게 끝맺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여 너는 행복한 사람이로다 여호와의 구원을 너 같이 얻은 백성이 누구냐 그는 너를 돕는 방패시요 네 영광의 칼이시로다 네 대적이 네게 복종하리니 네가 그들의 높은 곳을 밟으리로다”(신 33:29).

 

   모세가 이 백성을 그렇게 축복하는 이유는 그들이 사랑스러워서도 아니고, 자랑스럽고 미더워서도 아니고, 그간의 소행이 감사해서도 아닙니다. 그들은 그런 족속들이 아닙니다. 모세가 그들을 축복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하나님이 그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하나님의 백성이요, 하나님은 여전히 그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역사를 진행하려 하신다는 사실 때문인 것입니다. 백성의 잘난 모습도, 모세 자신의 너그러운 성품도 그가 백성을 축복하는 근거는 아닙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를 놓고 사람들이 당당하게 큰 소리로 쏟아내는 말들은 거의 저주에 가까운 무서운 말들입니다. 교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한국교회를 정확하게 진단한다는 구실로 쏟아내는 말들은 비난일색이고 결론은 거의 저주성 막말 선언입니다.

   세상과 불신 사회야 이 지경이 된 교회를 끝까지 비난하고 모욕하고 무시하는 것이 당연할는지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을 놓고 “내가 보물로 여기는 나의 소유요, 거룩한 백성이요, 제사장 나라”라고 선포하신 것을 놓고 보면 세상은 차별대우를 받은 것이고, 그만큼 하나님의 백성과 교회에 대하여 큰 기대감과 그에 상응하는 요구를 갖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그동안 교회가 저질러온 현실이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이 당연할 만하니까요.

   그러나 신자들이나 특히 교회의 지도자들은 이 나라 교회의 잘못된 현실에 대하여 마음껏 비난하고 비판하고 분노하는 것보다는 더 큰 일을 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교회에 대한 애정입니다.

   사랑을 받을 만해서가 아닙니다. 하나님과 관련지어 교회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교회는 하나님이 세우신 것이고, 그 교회의 주인은 주님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주님은 교회를 진노 가운데서도 결국 다시 일으키시고 구속의 역사를 이 땅에서 계속 진행해나가실 것이란 확신 때문입니다.

   한국교회는 저주하는 자의 매서움을 넘어 축복하는 자의 따뜻함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