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서 해방된 교회 |돈에서 해방된 교회, 박득훈 목사, 포이에마|
<민현필 목사, 새순교회>
“우리는 ‘돈의 본질과 그 정체’를 바로 파악해야”
제1, 2금융권을 통틀어 현재 한국교회가 은행에 진 빚은 대략 10조원 정도라고 한다. 이것을 연리 5.5~6.5%로 계산할 경우 매달 은행 이자로 나가는 돈만 600억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교회 부도가 늘어나면서 연체 이자와 경매 물건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최근에는 이렇게 경매로 나온 교회들을 이단들이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해 매입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어디 이뿐인가. 경기 불황 속에서 자녀 교육비에 대출 빚과 이자 감당하기에도 벅찬 성도들의 헌금과 십일조는 갈수록 줄고 있고, 교세는 감소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과연 저 엄청난 빚을 청산할 수는 있는걸까? 왕의 재정과 고지론, 깨끗한 부자를 설파해온 한국교회는 왜 이토록 빚에 허덕이는 신세가 됐을까. 혹자는 이런 현실 인식을 믿음 없고 부정적인 아웃사이더의 견해로 일축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현실을 빨리 직시하고 어디서부터 이런 문제가 비롯된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득훈 목사의 <돈에서 해방된 교회>는 한국교회의 곪고 상처난 부분들을 경제적인 시각에서 잘 분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장에서 저자는 한국교회가 처한 사회적 맥락이 바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라고 말한다. 너무나 뻔한 얘기다. 하지만 저자는 그 자본주의 정신의 핵심에 ‘맘몬 숭배’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는 우리가 숨을 쉬듯 너무나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젊은이들이 아픈 것은 청춘이기 때문이고, 우리의 삶이 지리멸렬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개인의 노력과 자기관리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식의 메시지를 수도 없이 들어 왔다.
저자의 따르면 우리 시대의 자본주의는 이렇듯 ’방법론적 개인주의’를 선호한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가난의 책임은 오롯이 그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과 가정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그동안 왜 이렇듯 냉혹한 자본주의 시스템에 친화적이었을까. 저자는 그 주요한 원인을 6.25 전쟁과 분단의 아픔에서 찾고 있다. 즉, 이 격동의 시기 동안 구세주처럼 우리에게 다가온 미국이 추구했던 정신이 바로 자본주의였기 때문에 그것은 언제나 ‘참’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2장에서 저자는 맘몬 숭배를 그 본질로 하는 자본주의가 한국교회 안에 깊숙이 들어오게 된 역사적 맥락을 짚어낸다. 그리스도인이 중추적 역할을 감당했던 3.1 운동의 실패를 기점으로 교회의 정치참여 의식은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대신 개인적이고 내세지향적인 신앙이 주류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 그 와중에 신사참배 문제는 한국교회에 뼈아픈 상처를 남기게 된다. 저자는 이 신사참배를 철저히 회개하지 못한 기독교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수치심을 감추는 방어기제의 측면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를 표출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북한의 공산 치하에서 핍박받다가 월남한 개신교 지도자들이 가세하면서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토지를 비롯한 사회적 자산을 소유한 계층이었기 때문에 북한의 공산주의 치하에서 자산을 강탈당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미 군정 당국으로부터 일본인들이 두고 간 막대한 종교재산을 무상으로 공여 받는 등의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었다. 또, 6.25 전쟁이 발발한 이후 미국의 강력한 지원으로 살아남은 남한의 교회는 반공주의와 친자본주의적 태도를 공고히 하게 되었다.
3장에서 저자는 이 자본주의적 세계관이 어떻게 한국교회의 신앙을 왜곡시켰는지를 상세히 분석하면서 대표적인 증상과 사례들을 몇 가지 제시한다. 그 첫번째 증상은 바로 기복신앙이다. 저자는 어거스틴을 인용하면서 기복신앙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낸다. 즉 그것은 ‘돈 자체를 향유하기 위해 하나님을 단지 이용할 뿐인 왜곡된 신앙’이다. 저자는 이런 신앙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을 위하여 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돈을 위하여 하나님을 예배한다고 말한다. 두번째는 번영신학적인 복음이다. 이는 고후 8:9이나 요삼 2절에 대한 오독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야베스의 기도, 깨끗한 부자론, 긍정의 힘, 값싼 은혜와 죽은 믿음을 열거하는데, 이 모든 것들을 관통하는 기본정신은 기복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
4장에서는 맘몬의 정신에 의해 뒤틀리고 왜곡된 신앙이 어떻게 한국 교회를 부패시켰는지를 분석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두 가지 문제인 개교회성장주의와 빗나간 정치참여를 예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적절한 지적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5~7장에서 저자는 그 동안의 성찰과 분석들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먼저 저자는 우리가 맘몬의 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돈의 본질과 그 정체’를 바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경제 문제는 결국 신앙의 문제와 맞닿아 있으며, 이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사랑과 나눔의 공동체, 좀 더 거시적으로는 공동체적 민주주의를 그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결론을 맺고 있다.
‘기독교 경제윤리’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추구하면서 그것을 한국교회라는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 전반부를 통해 보여준 저자의 구체적인 현실 인식과 문제제기에 비해 대안은 다소 원론적인 느낌을 준다. 당장 한국교회는 10조원을 육박하는 막대한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던가. 그러나 아쉽게도 본서는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빠른 지름길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결국 본질로 돌아가는 것만이 가장 빠른 회복의 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