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맡겨진 일의 가치_이대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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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맡겨진 일의 가치

<이대원 목사, 제주선교100주년기념교회>

 

하나님의 은혜 앞에서 오늘도 우리의 일에 최고의 가치 부여해야

 

 

1908년 9월 7일에 조선예수교장로회(독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이기풍 목사는 한국 최초의 선교사가 되어 제주도로 파송을 받았다.

이기풍 목사의 순교적 복음의 불씨는 전 제주도를 불태웠고 그 열매로 100년이 지난 지금 410여개의 교회에서 수많은 하나님의 자녀들은 이곳 제주에서 성도들의 명예와 자랑과 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교단에서도 매우 의미 있고 뜻깊은 이곳에 지난 5월 10일 제주선교100주년기념교회라는 이름으로 교회를 설립하였고 필자는 초대 목사로 부름을 받았다.

제주도는 무속신앙이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고 가족, 친족 간의 전통과 유산이 매우 강하여 한 영혼을 전도하기란 여간 만만치 않은 특수한 지역이다. 게다가 역사적으로는 4.3 사건 이후 아픔의 골이 깊어 타지인과 소통하는 일조차도 적지 않게 버거운 것 역시 복음 전함에 큰 걸림돌이 된다.

필자가 이곳 제주100주년기념교회에서 여장을 풀고 목회를 시작한 지도 2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남포교회에서 오랜 세월 부목사로 섬기면서 양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많은 영혼들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자부하던 내 자신은 취임 2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머쓱해짐을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동역자들과 교회 사무실 직원들과 남포교회 성도들이 필자에게 너무도 많은 사랑과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들을 내 자신이 해결하고 책임져야하는 소위 맥가이버(미국 드라마 주인공 이름)식 목회를 해야 한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털어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많은 이들이 즐겨 애창하는 노랫말처럼 어떤 분들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고 누구나 인생 말년에 한번쯤 살고픈 제주에서 목회를 하니 부럽다며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내온다.

그런데 그 흔한 제주도의 비경을 돌아보고 바닷가에 위치한 멋진 카페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값비싼 커피를 마시며 자연을 음미할 여유조차 없음이 지금의 필자의 처지이다.

눈뜨면 한밤중에 가득 채워진 예배실 제습기의 15L 물통 두개를 8시간마다 비워야 하고, 이름 모를 다양한 벌레들과의 전쟁이며, 객실에 손님 맞을 준비, 퇴실 후 청소, 이불과 타올 세탁 및 건조 등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게다가 교회 앞의 약 100여 평 되는 잔디와 잡초들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자는 것인지 돌아서기만 하면 왜 그리도 성큼 자라는지 모를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세월 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들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

교회당을 떠나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지나는 관광객들이며 급한 볼일 보는 이용객들을 위해 항상 열려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혼자말로 “아, 이것 또한 목회구나” 하며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 웃는다. 그리고 감사하게 된다.

이곳에 100주년교회가 설립된 이후 5명의 새 가족이 탄생했다. 이 일을 통해 한 영혼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귀하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배우게 된다. 이들 앞에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일이 너무나 감격스럽고, 예배를 마치고 헤어질 때면 이들을 보고 싶어 하면서 한 주간이 또 기다려진다.

작년 초에 합신 6회 동기 모임자리에서 한 친구가 물어왔다. “이 목사! 교회를 사임하고 무엇이 가장 섭섭하더냐?” 즉답했다. “설교를 못하는 거다.”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할 수 있음은 목사에게는 최고의 명예요 기쁨이다. 강대상 아래 한 영혼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목사를 바라보는 그 시선을 어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겠는가.

설교를 잘하고 못함은 그리 중요치 않다. 하나님께서 편을 드시면 한 영혼이 은혜를 맛보고 치유되며 회복을 입는다. 하나님의 일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지 않아야 한다. 말씀전하는 일과 내가 속한 모든 영역 안에서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하다시피한 일상이 곧 하나님의 일이다.

그래서 매주 반복되는 말씀선포와 주님의 양을 사랑함과 잔디를 깎고 빗자루를 벗 삼아 자족하며 내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살아감 속에서 목회의 부요함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를 충성되게 여겨서 이 자리에 있게 하시고 그 일을 맡기신 것이 곧 하나님의 은혜 앞에서 오늘도 우리에게 주어진 일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