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살자로!”_김대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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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살자로!”

<김대근 목사, 북서울노회 특수전도목사>

 

계층과 지역에 맞게 준비한 프로그램 통해 자살을 미연에 방지해야

 

 

얼마전 KBS 명견만리에 출연한 손봉호 교수가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변화와 희망은 두 가지 곧 기부문화와 자원봉사문화라고 제시하였다.

예수님은 죄로 더러워진 세상에 오셔서 그 분의 모든 것을 기부하셨고 또 복음전파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시면서 자원해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셨다. 이에 근거한 기독교는 영혼 구원, 생명, 사랑의 참 종교이다.

강도 만난 이웃을 지체하지 않고 달려가 만전을 다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에 관한 예수님의 비유는 모든 기독자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가슴 시린 말씀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살지 못한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 감옥에서 스스로 자결하려고 했던 간수를 일보 직전에 막아줌으로 자살을 방지하고 아울러 간수와 그 가정을 구원하였다. 또한 이 계기를 통해서 빌립보 지방을 유럽 선교의 전진기지로 삼은 것은 대단히 괄목할 만한 사건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OECD 국가 중 10년 연속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 글을 쓰면서 그래도 작은 기대와 긍정의 마음을 가져본다. 일 년에 1만 5천 명 정도가 가족과 우리 사회에 감내하기 힘든 트라우마와 자살 전염성을 안겨주고 떠난다. 일 년에 세월호 같은 배가 몇 척이나 침몰되고 있는지 모른다. 1년에 5천명 전 후의 자동차 사고 사망자보다 3배나 된다.

우리 사회는 단지 “성장통” 정도로만 생각하고 그 누구도 나서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현장에서 목격된 드러난 사실은 자살자의 절반이 종교인들이고 우리 개신교 교인들의 숫자로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교회는 지난 십수년 간 각고의 노력으로 교회가 가장 앞장서서 자살자 수 10만 명당 30명에서 20명 이하로 줄였다. 영국 교회는 지역별로 죽음의 주일을 준비하여 웰 다잉(Well Dying)에 대해 토론하고 고민하며 기도의 시간을 가진다고 들을 적이 있다.

삶과 죽음은 한 발자국 거리다. 결코 숨길 일이나 두려운 것이 아니다. 얼마 전에 모 교회 예배실에서 평일 날 교인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가슴이 “턱” 하고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상한 감정의 치유”(데이빗 A 씨맨즈, 송헌복 옮김)에서 마틴 루터가 우울증에 관한 글을 썼다는 것을 읽었다. 간략하게 인용한다면 루터는 우울증 환자들에게 ①홀로 있지 말라, ②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라, ③노래하라! 음악을 즐기라, ④하나님께 찬양하고 감사하라, ⑤하나님의 말씀의 능력에 깊이 의존하라, ⑥확신 있는 태도로 휴식을 취하라고 제시하고 있다.

종교개혁 당시 중세 유럽의 암담한 상황을 우리가 알기에 더욱 이해와 공감이 간다. 우울증은 자살의 치명적 수순으로 나아간다. 사탄과 어두움의 세력이 병이 든 우리 사회에 우는 사자와 같이 덤벼들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서울 노원구청에서 직장 선교회 지도 목사로 섬겨온 계기로 인해 자살예방 이웃사랑 봉사 단장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현 생명지킴이 Gate-Keeper 1,500명과 심리상담요원 100분). 4천 여명에 가까운 위험군 대상자가 있는데 거의 옥탑방과 반 지하에 사시는 어르신들이다. 그동안 강단에서만 주로 가르치고 지도해 왔는데 이제는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고 전화와 직접 만남으로 인해 겸손과 낮아짐을 너무나 많이 배우고 깨닫게 된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가난하고 병들고 힘없는 그리고 희망을 잃어버린 분들을 위해 얼마나 빈자리를 남겨 놓고 있는지 곱씹어 생각한다. 모든 것의 대안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다.

첫째, 대상자 분들 중에는 교회를 다니다가 시험과 상처로 떠난 분들이 상상외로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교회는 잘 훈련된 전담팀을 만들어 조금은 어려운 일이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다시 주님께로 돌아오도록 그런 분들에게 기회를 드렸으면 한다.

둘째, 교회는 최근 구청, 시, 군 그리고 동주민센터에 위기의 개인과 가정들을 위해서 체계적인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구·정신건강증진센터, 동은 복지팀). 그래서 우울증으로 인한 위험한 가정을 연계하여 함께 지속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WHO 보고에 의하면 2020년이 가면 우울증과 심장질환이 암질환보다 오히려 가장 위험하다고 예측하고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도 얼마든지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셋째, 근자에 와서 우리 사회는 독거 어르신, 이혼, 경제적 파산, 우울증에 시달리는 청년 등 위험군이 많다. 미국 사회도 자살예방 연구 단체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75가지의 위험 리스크가 있다고 한다. 교회는 그들을 위해 개별적인 중보기도와 공동체적인 양질의 프로그램을 계층과 지역에 맞게 준비하여 그들을 향한 관심과 배려와 그들과 함께 있음을 전달해 줄 필요가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물량 복지에 한계가 와있다. 이럴 때 교회는 마음 복지, 사회 복지로 황폐한 우리 사회에 끊임없는 용기와 새 희망을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