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로주의 성직개념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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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로주의 성직개념을 반대한다

 

인간 사회에서는 인간의 치성이나 공양과 같은 공로를 바탕으로 자연종교가 유지되며 기생하고 있다. 중세시대까지 로마가톨릭의 체제 또한 자연종교와 다를 바 없으며 그들의 성직 이해에 있어서도 이러한 ‘공로사상’ 혹은 ‘공덕사상’에 기초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에는 타락 이후로 바벨탑의 사건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자신들의 이름을 높이고자 하는 마음에 바탕을 둔 수고와 노력의 결실인 공로주의가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곧 로마가톨릭의 성직 계급의 저변에는 이러한 공로주의가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로마가톨릭에서 평신도(a layman)와 성직자(a churchman)의 구별은 공로 혹은 공덕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평신도에 비해 성직자들은 그 공로가 월등하여서 심지어 평신도들의 죄를 사하거나 감(減)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바로 그들이 말하는 성직계급의 개념이다.

그와는 달리 종교개혁 사상에서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별이 전혀 없으며, 다만 ‘항존직’이라 불리는 성경에 근거하는 직능적인 직제에 대한 호칭의 구별만이 있을 뿐이다.

나아가 항존직에 있어서 중요한 원리 중 하나인 임기(任期)의 의미는 단순히 직무를 수행하는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직무의 수행이 항상 있어야 하되 그 수행이 특정한 사람에게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로서만 항존하도록 있다는 원리다.

따라서 장로교회에서 목사(가르치는 장로)와 장로(치리하는 장로), 그리고 집사(섬기며 봉사하는 직분)의 직분은 교회 안에 항상 있어야 하되 특정인에게 평생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맡겨진 임기동안 주어지는 것이다.

이때 말씀으로 가르치며 섬기는 직무인 목사는 장로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직무이기에 아주 긴 정년을 두고 있는데, 그렇게 하는 것은 말씀으로 가르치는 능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생리적인 연령을 고려한 것이다.

왜냐하면 장로교회의 목사에게 요구하는 어학능력 곧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 등을 비롯해 학문적 수준은 모두가 말씀으로 가르치는 능력을 전제하기 때문이며, 그 능력은 가히 학자적 수준에 결코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가톨릭의 직제와 장로교회의 직제에 있어서 가장 큰 구별은 바로 ‘직분의 동등성’에 있다. 장로교회에서는 학문적 소양과 경건을 갖춘 목사라 하더라도 치리장로나 집사보다 높은 것이 아니며, 다만 말씀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신앙의 원리상 그 직무를 수행하는 목사를 존중하고 예우하는 것뿐이다.

반면에 로마가톨릭에서도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학문적 소양에 대한 평가와 경건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만, 그렇게 해서 세워진 사제들은 기본적으로 교회의 다른 직분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계급으로 추앙된다. 이러한 로마가톨릭의 성직계급은 곧바로 로마가톨릭의 공로주의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한 공로주의의 가장 큰 심벌이 바로 ‘마리아’이다.

로마가톨릭에서 마리아는 그 경건과 은총의 경지가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 심지어 마리아는 원죄 없이 예수를 잉태하였고, 그러한 잉태였기에 예수도 원죄가 없이 태어날 수 있었다고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현대의 로마가톨릭에서는 사제들마다 약간씩 이견들이 허용되어 있어서 로마가톨릭의 교리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어느 정도 산재해 있지만, 로마가톨릭교회의 공식적인 문건들에서 말하는 교리의 내용에 있어서는 결코 바뀌지 않았다.

한마디로 로마가톨릭의 모든 신앙의 체계와 그것이 가시적으로 들어나는 직제는 항상 공로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반해 개신교(Protestant), 그 가운데서도 장로교회에서는 일체 ‘공로’라는 개념이 없이 모든 교회의 직분들이나 회원들이 기본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있다. 나아가 직분자들이나 교회의 회원들 모두가 행하는 선행 역시 오직 하나님의 은혜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처럼 동등한 직분의 개념을 가진 장로교회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교회원의 공덕을 기리거나 공로를 인정하는 상장이나 공로패와 같은 것을 줄 수 있는 권위와 자격을 가지지 않는다.

때문에 장로교회에서는 어느 사람이 특별한 공헌을 한다 해서 상장을 수여하거나 공로패를 수여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교회의 거룩한 직분을 행함에 있에서 그 임기가 끝난 후에 그에게 공로라는 타이틀을 더하는 일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은 장로교회가 개신교임을 포기하고 로마가톨릭으로 전락해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것은 로마가톨릭처럼 마리아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배교와 다를 바 없으며, 신앙의 원리로서만이 아니라 실천으로서도 배교의 길을 걷는 크나큰 실책이요 죄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어떤 이에게 어떤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의 공을 치하하거나 상급을 주실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나님뿐이며, 우리들 중 누구도 하나님을 대신하여 그에게 상을 주거나 공로패를 줄 수 있는 권위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