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한국인 역 ‘주기도문’ 번역본 발굴
박용규 교수, 이수정 주기도문 번역본 소개
최초의 한국인 역 주기도문이 발견돼 기독 사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총신대 박용규 교수(한국기독사학연구소장)는 지난해 여름 미국 내 도서관들을 방문해 사료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이수정의 주기도문 번역본을 처음 발견했으며, 이후 출처를 추적하다 미국성서공회가 발간하는 정기간행물 ‘더 바이블 소사이어티 레코드(The Bible Society Record)’ 1885년 5월호에 실렸음을 확인했다. 박 교수는 동일 잡지 원본까지 입수하는 데 성공해 지난 4월 20일 서울 저동 영락교회에서 이를 공개했다.
영문으로 된 BSR에는 이수정이 직접 쓴 주기도문이 ‘한국어 주기도문(The Lord’s Prayer in Corea)’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돼 있으며 한자가 아닌 조선후기 당시 문법에 따른 한글로 기록돼 있다. 이수정 역 주기도문은 미국 성서공회에 보내졌고 미국성서공회는 자신들이 발행하는 잡지 BSR 1884년 5월호에 ‘한국어 주기도문’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게재했다.
이수정 역 주기도문은 한국인 최초의 주기도문 번역이자 독자적으로 진행된 번역이라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또한 존 로스의 주기도문에는 생략된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라는 구절까지 번역이 돼 있어 더욱 완성된 주기도문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주기도문이 BSR에 게재된 후 중국에 있는 한국인들까지 전달돼 복음의 접촉점을 만들었다고 박용규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수정의 업적은 한글성경과 주기도문 번역에 그치지 않았다. 이수정이 언더우드 선교사가 한국선교를 결심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1884년 2월 BSR에 게재된 이수정의 ‘한국선교를 호소하는 편지’를 언더우드가 발견했고 언더우드는 자신이 속한 RCA교단 해외선교부를 통한 파송이 어려워지자 교단을 바꿔 미국 장로교에 자신을 한국 선교사로 파송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용규 교수는 언더우드가 미국장로교에 보낸 편지에서 이수정의 한국선교를 요청하는 호소가 한국행을 결정하는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박용규 교수는 이수정이 남긴 신앙고백, 일본 대친목회 때의 기도, 그의 한시 등이 일본인들과 일본주재 미국선교사,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미국의 청년들에게 한국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한국선교의 결실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수정의 주기도문이 발굴된 것은 교회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라며 “단순하게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가 회복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