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칭호 개정안 노회 수의를 앞두고
< 박현곤 목사, 상곡교회 >
“장로회 정치 정신을 손상하지 않는 호칭의 변경은 가능해”
우리 합신 헌법에서 ‘임시목사’라는 칭호는 위임된 ‘담임목사’가 아니라는 의미로 쓰인다. 특히 미조직교회 목사는 그가 누구라도 임시목사이며, 당회가 조직되고 위임될 때까지는 ‘임시’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임시목사에는 부목사, 교육목사 등으로 호칭되는 임시목사들이 또 있다. 내용상으로는 확연히 구분되지만 ‘임시목사’라는 용어 자체로만 보면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차별하자거나 구별하자는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다시 말해 목사의 칭호가 담임목사 외에 여럿 있는데, 위임된 담임목사가 아니면 모두가 임시목사라는 말이며, 임시목사 중에는 청빙 절차와 시무 상태에 따라 구분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회 결의로 청빙되는 부목사, 교육목사, 협동목사 등은 그 자체로 칭호가 정해진다. 하지만 장로회의 기본권을 행사하기 위해 입교인 모두가 모여 결의하는 공동의회와 노회의 결의로 청빙되어, 정해진 기간 동안 전적으로 맡아 시무하는 목사는 그냥 ‘임시목사’이다.
따라서 그는 정해진 기간이지만 사실상 담임하고 있는 목사이면서도 ‘담임목사’라는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되며, 원칙적으로 주보나 월력에 ‘임시목사’라고 써야 한다.
아무리 장로회 정치체제를 신봉하는 사람이라도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에서 주보나 월력에 ‘임시목사 아무개’라고 쓰는 목사는 거의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도 그러하면서 이론에만 붙들려 임시목사를 고집하는 이들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임시’라는 용어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다.
합신이 채택하고 있는 ‘담임목사’의 칭호를 다른 장로교단 모두는 ‘위임목사’를 칭호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임시목사’의 칭호는 ‘전도목사’로 개정한 기장측을 필두로 통합측은 ‘담임목사’로, 고신측은 ‘전임목사’로, 합동측은 ‘시무목사’로 개정하였다.
유독 합신측만 위임목사를 ‘담임목사’로 호칭하면서, 위임을 받지는 못했지만 정해진 기간 동안 전임으로 시무하는 목사를 ‘임시목사’로 부르고 있다. 물론 우리도 개정을 위한 시도가 여러 번 있었으나 무산되고 말았다.
왜 그럴까? ‘임시’라는 호칭을 빼버리면 개혁파 장로회 정치체제를 포기하는 듯 생각하기 때문이며, ‘담임’을 ‘위임’으로 바꾸면 박윤선 정신이 훼손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필자도 미천하지만 누구 못지않게 성경적이라 이해하기에 개혁파 장로회 정치체제를 신봉하며, 박윤선 정신을 좋아하는 목사이다. 그러나 너무 용어 문제에 묶여 있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한편, 주께서 당신의 교회에 계시의 전달자를 파송하실 때 강도권과 성례집행권을 위임하여 보내시는 것이며, 그 교회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맡아 보살피라고 위임하여 보내시는 것이다. 혹 청빙 대상인 목사가 아직 미심쩍어 1년간만 조건부로 청빙한다 해도, 주께서 그 기간 동안 그 교회에 노회를 통하여 위임하여 보내시는 것이다.
당회가 없어 임시로 보내시더라도 그 미조직교회에 주께서 친히 위임하여 보내시는 것이다. 사실상 어떤 형태의 교회라도, 그리고 얼마 동안이라도 주께서는 처음부터 위임하여 보내시는 것이지 임시로 보내시지 않는다. 그래서 원래부터 개혁파교회는 목사의 칭호에 그 임시목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 담임목사를 ‘위임목사’로, 임시목사를 ‘전임목사’로 바꾸자는 헌법 개정안이 노회 수의 과정 중에 있다. 개정안대로 가결된다면 ‘담임목사’는 ‘위임목사’로, ‘임시목사’는 ‘전임목사’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위임이건 담임이건, 임시건 전임이건 의미상으로는 서로 같거나 비슷한 뜻으로 통하고 있다. ‘전임목사’라 해도 내용상으로는 헌법 조문에 명시하고 있는 대로 그 시무기간은 1년이다. 결국 임시라는 뜻이다. 칭호의 문제일 뿐이지 내용은 변함없이 지금껏 사용하던 임시목사와 같다.
그 개념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위임목사’는 해당 교회의 공동의회와 노회의 결의로 청빙, 위임되어 계속 시무하는 담임목사요, ‘전임목사’ 역시 해당 교회의 공동의회와 노회의 결의로 청빙되어 정해진 기간 동안 전적으로 맡아 임시 시무하는 담임목사이다.
즉 ‘위임목사’도 담임목사요, ‘전임목사’도 담임목사이다. 시무하는 담임목사의 여건에 따라 위임목사와 전임목사로 구분된다고 하겠다. 물론 의미상으로 볼 때 전임목사는 정해진 기간 동안만 시무하는 임시 담임목사인 셈이다.
따라서 평소에는 담임목사로 호칭할 수 있으며 법적 칭호로는 ‘위임목사’ 혹은 ‘전임목사’를 사용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부목사, 교육목사, 협동목사는 공동의회가 아닌 당회와 노회의 결의로 청빙되어 1년간 시무하는 임시목사들이다. 이들은 모두 그 칭호에 맞는 사역을 하는 임시목사들이다.
따라서 ‘담임목사’는 ‘위임목사’로 개정하여 담임목사라는 호칭은 함께 쓰게 하고, 원리상으로는 임시이지만 사실상 담임 시무하고 있는 목사에게도 그에 맞는 칭호를 붙여 주어야 마땅하다. 그 칭호로는 ‘전임목사’가 적합할 것이다. 교회법 학자들 중에서도 임시목사 사용이 불편하다면 절충안으로 ‘전임목사’ 칭호를 추천하고 있다.
이런 개정안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는 의견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임시’라는 용어를 없애면 마치 장로회 정치가 무너지기라도 하는 듯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 노회는 노회원 전체가 반대하기도 하였다.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현실적으로 칭호만 바뀌는 것일 뿐 내용은 임시의 내용을 충분히 담고 있기에, 개정안은 장로회 정치체제를 전혀 손상하지 않고 그 원리를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