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 국가관과 저항 정신
17세기 개혁주의의 국가관에 대한 이해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23장 ‘정부에 관하여’라는 항목에 잘 나타나 있다. 제1항에서는 하나님께서 정부라는 제도를 두셨다고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최고주가 되시고 전 세계의 왕이 되시는 하나님은 자기의 영광과 공동의 선을 위하여 정부라는 제도를 두셔서 자기의 관할 하에 두셨다. 이것은 대중을 다스린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들에게 칼의 힘을 주어 선한 무리를 보호하고 격려하는 반면, 악을 행하는 자를 처벌하게 하셨다.”
신앙고백서가 말하는 것처럼 정부는 ‘하나님의 영광과 공동의 선’을 위하여 자신의 권세를 행사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존립하는 목적이다.
이와 관련해 칼빈은 정부의 통치권자의 권위에 복종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단서 조항을 피력한다. 그것은 “통치자의 행위가 하나님에 대한 복종에서 우리를 떠나게 하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이다. 즉 우리는 하나님에 대한 복종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통치자에게 복종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칼빈이 통치자의 권세에 복종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통치자의 행위가 하나님의 뜻에 부응할 때다. 이 말은 통치자의 권세란 자율적인 절대적 권세가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위임받은 권세라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통치자의 행위가 하나님의 뜻에서 벗어난다면 그러한 불의한 통치에 대해서 우리는 복종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은 ‘더 위에 계시는 권세’인 하나님의 권세에 반(反)하는 행위가 된다. 곧 통치자에게 다스리는 권세를 맡겨주신 가장 높은 권세인 하나님에 대한 반역이다. 이러한 때에 그리스도인에게 요구되는 태도는 양심에 따른 불복종과 저항이다.
칼뱅주의 신학자 최윤배 교수는 자신의 논문 ‘개혁파 전통에서 본 국가론’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개혁파 전통에서 국가는 일반적으로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가시기 위해 하나님이 세우시고 통치하시는 기관으로 이해된다. 이를 위해 교회는 국가가 하나님의 뜻대로 다스려지도록 국가와 통치자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의 원리를 알려주어야 하고 선한 모든 일에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가 하나님의 말씀에 이탈할 경우, 성경적인 모든 방법을 통해서 비판하고 저항해야 한다.”
로마서 13장 1-4절에서 말하는 ‘위에 있는 권세’에 대한 잘못된 가르침은 한국교회를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기득권과 결탁하는 기독교로 몰아갈 수밖에 없음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