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주옵소서!”가 맞다
< 이선웅 목사, 남문교회 원로 >
“하나님, 축복해 주옵소서!”라는 표현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새해가 되면 사람들의 공통의 인사말이 있다. 그것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이다. 이 말은 “내가 당신에게 복을 주겠다!”라는 말이 아니다. 복 주시는 이가 당신에게 복 내려 주시기를 바란다는 축원의 말이다. 따라서 이 말은 다름 아닌 축복의 말인 것이다.
그렇다. 그 누구도 새해 인사를 하면서 “새해 축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에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성경에서 하나님께서는 “축복은 사람이 사람에게 하라”고 말씀하신다. 신명기 10장 8절에 ‘레위 지파를 구별하여… 여호와의 이름으로 축복하게 하셨으니’라고 하였고, 민수기 6장 23절에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이렇게 축복하여 이르되’라고 하였으며 민수기 6장 27절에 ‘그들은 이같이 내 이름으로… 축복할지니 내가 그들에게 복을 주리라’고 말씀하였다.
창 12:2-3, 레 9:23, 신 11:29, 수 8:33에도 보면 분명히 사람이 축복하면 복은 하나님께서 내려주시겠다고 말씀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하나님은 우리에게 ‘복’을 주시는 분이지 ‘축복’하시는 분이 아니시다.
성경의 원어를 살펴보면 ‘복’은 히브리어로 아쉬레이고, 헬라어로는 마카리오스이다. 그리고 둘 다 “복이 있을지어다”라고 선포하거나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복을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창 39:5, 신 12:15, 시 1:1, 마 13:16, 엡 1:3, 계 14:13).
반면에 ‘축복’ 또는 ‘축복하다’는 의미의 히브리어 바라크나 헬라어 율로게오는 “좋은 것을 받도록 구하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창 27:41, 시 129:8, 롬 12:14, 고전 4:12).
국어사전에도 보면 ‘축복’은 명사로 ① 행복을 빎, ② 신의 은혜를 구하여 빎으로 되어 있다. 한자(漢字)의 ‘祝’(축)자를 보더라도 빌 축(祝) 자를 쓰고 있다.
성경 어디에도 “하나님께서 축복하신다”라는 표현이 없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복을 주시는 분’이지 ‘복을 비는 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한국 교회 안에 “하나님 축복해 주옵소서!”라고 말하는 이들이 셀 수 없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일본말의 영향을 받은 과거 지식인들의 표현 방식 때문이거나 샤머니즘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일본말에는 ‘축복’이라는 말과 ‘복’이라는 말에 있어서 개념상 차이가 분명치 않다. 일본말에는 ‘축복’이라는 말이 ‘신이 내리는 복’이라는 의미로도 쓰이고,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복을 빈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그런가 하면 샤머니즘 사상이 깊이 뿌리내려져 있던 동양인의 생활권에서 복을 빌어주는 무당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또는 무의식중에 “하나님, 축복해 주옵소서!”라고 말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경위야 어쨌든 이런 것들은 분명히 잘못된 표현들이다.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감사한 것은 수년 전부터 예장통합교단과 예장대신교단 등 몇몇 교단에서 총회 때에 이 문제를 다루고 “하나님, 축복해 주옵소서!”는 잘못된 것이므로 “하나님, 복 주옵소서!”로 고쳐 쓰기로 결의하고 현재 시행하고 있다고 하는 사실이다.
또 수년 전부터 새로 발행되고 있는 새찬송가에도 보면 전에 ‘하나님의 축복’으로 되어 있던 가사들이 모두 다른 용어로 바뀐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찬송가 10장(통 34) <전능왕 오셔서> 2절의 ‘택하신 백성을 축복해 주시고’는 ‘택하신 백성들 복 내려 주시고’로 바뀌었다. 찬송가 208장(통 246) <내 주의 나라와> 5절의 ‘하늘의 영광과 베푸신 축복이’라고 되어 있던 가사는 ‘베푸신 은혜가’로 바뀌었고, 찬송가 449장(통 377) <예수 따라가며> 3절의 ‘순종하는 자를 항상 축복해 주시리라’는 ‘항상 복 내려 주시리라’로 바뀌었다.
늦게나마 이렇게 바로 잡힌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제는 설교자들과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복’과 ‘축복’을 분명하게 구별해서 사용해야 하겠다.
설교자들은 성경 원어를 매우 중요시 여기고 있으며 단어 하나하나와 그 의미를 철저히 관찰하고 해석하는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 나서도 계속 전처럼 “하나님, 축복해 주옵소서!”라고 표현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제 우리 모두 혹시 내가 “하나님, 축복해 주옵소서!”라고 말함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함부로, 경솔하게, 무질서하게, 출 20:7) 부르는 것은 아닌가 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나도 축복하고, 하나님보고도 축복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나와 동등한 자리로 끌어내릴 수는 없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요, 그 사람의 사상이요, 그 사람의 신앙이요, 그 사람의 생활이다. 불변의 진리를 담은 성경을 삶의 표준으로 삼는 교회 내의 신앙적인 언어는 근본적으로 성경의 교훈과 교회사적 삶의 쓰임에 일치하여야 한다.
이제라도 건전한 교회의 언어문화를 갱신하고 창달하여 다음 세대에게 바른 교회 용어를 물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