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를 설교하세요_임형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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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를 설교하세요

 

임형택 목사/ 남서울노회 숭신교회

“목사님, 저는 잠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잠언은 타락한 솔로몬이 쓴 글 아닙니까? 게다가 신약에서도 한 번도 인용되지 않았잖아요.” 목회 중 실제로 들은 말이다. 어떤 이들은 지혜서를 단순한 인문학적 교훈집쯤으로 생각한다. 솔로몬이 저자라는 이유로 잠언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보기 어렵다면, 전도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실 필자 역시 전도서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설교를 시작했다. 여러 번 읽고 주석서도 참고했지만 막상 강단에 서려니 두려웠다. 그러나 기도하며 강해를 이어가던 중, 전도서야말로 오늘 이 시대의 그리스도인에게 꼭 필요한 말씀임을 깨달았다. 특히 불안과 허무 속에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전도서는 ‘삶의 허무’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해 아래 참으로 헛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단언하며, 인생의 허무함을 구체적으로 증명한다. 그러나 그 목적은 절망이 아니다. “놀라지 말라, 인생이 원래 그렇다”는 것이다. 허무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성실히 살 수 있다. 그래서 전도자는 말한다. “허무한 세상이라도 수고하며 애써 살라. 하나님께서 그렇게 살도록 하셨다”(3:10).

 

이 말씀은 차갑게 들릴 수도 있으나, 오히려 진한 위로다. 전도서를 설교하는 동안 많은 성도가 “이 말씀이 위로가 된다”고 고백했다. 허무한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시며, 삶을 선물로 주셨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설교집 부제를 ‘젊은이를 위한 복음’이라 붙였다. 전도서는 복음이다.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복음이다. 전도서는 허무를 말하면서도 기쁨을 명한다. ‘헛됨’이라는 단어가 서른여덟 번 나오지만, ‘기쁘게 살라’는 권면도 열한 번 이상 반복된다. 허무 속에서도 기쁘게 살라는 역설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다.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간다면 그것이 곧 은혜의 자취다.

 

전도서를 묵상하며 필자는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을 자주 떠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청년 자살률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그들이 전도서의 메시지를 들었다면,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그렇게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전도서를 설교할 이유는 충분하다. 전도서와 잠언은 안정된 시대, 다음 세대를 세우는 시대에 주어진 교훈이다. 지금이 바로 그 말씀을 다시 들려줄 때다. 전도서는 우리에게 말한다. “삶을 받아들이고 수고하며 기쁘게 살라. 하나님이 정하신 때에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실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모든 것도 결국 헛되다고 고백한다. 모순처럼 들리지만, 그것이 인생의 진실이다.

 

결국 전도서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12:1)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12:13) 전도자가 허무를 강조한 이유는 하나님을 경외하게 하기 위함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마음에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두셨다(3:11). 허무를 넘어 영원을 바라보게 하신 것이다. 이것이 전도서가 복음인 이유다. 전도서는 또한 ‘미래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다(3:11).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전도서는 세 가지 해답을 준다. 첫째, 오늘을 성실히 살아라. 둘째, 이웃을 도우라. “네 떡을 물 위에 던지라”(11:1)는 말씀은 믿음의 고백이다. 셋째, 하나님을 경외하라. 미래를 알 수 없게 하신 분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특히 불안한 젊은 세대에게 꼭 필요한 복음의 대답이다.

 

유진 피터슨 목사는 그의 마지막 저서 『물총새에 불이 붙듯』에서 전도서 설교의 필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설교자의 책임은 우리가 쉽게 속지 않으면서도 긍정적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존재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모든 징조에 기꺼이 ‘예’라고 할 수 있게 하되, 아무 쓰레기나 다 받아들이는 수동적 저장소가 되지 않도록 훈련시키는 일이다. 이러한 책임을 교회가 감당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전도서를 정기적으로 묵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도서를 설교하라. 그것이 오늘의 시대를 위한 복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