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교육전도사를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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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교육전도사를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

 

양승헌 목사/ 합동신학대학원 석좌교수 세대로교회 원로목사, 파이디온선교회 설립자

교육전도사직 은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허락하신 특별한 축복이다. 다음 세대 사역을 마음과 몸으로 감당해냄으로써 한국교회 성장과 부흥의 시기를 지켜온 사역자다. 나도, 이미 목사가 된 우리 모두도 교육전도사 과정을 통과했다. 과거 우리들은 신학교 학습을 통해 바른 신학을 세우는 훈련을 받았 다. 또한 우리는 교회 안에서 배움과 참여라는 두 가지 방편을 통해 사역자의 영성과 인격과 사역자의 역량과 목회 실제를 훈련받 았다. 이것은 마치 의과대학과 대학병원과의 관계 속에 좋은 의사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그러나 목회자의 질은 신학 교가 아닌 교회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교회에서는 천을 만들고, 신학교에서는 그 천으로 옷을 만드는 것과 같다. 옷의 품질은 디자인이나 재봉 솜씨보다는 그 옷감의 질에 달려있다.

불행하게도 한국교회가 부흥기를 통과하 며, 이러한 학교와 교회의 아름다운 협력은 서서히 무너지게 되었다. 신학교는 지원하는 학생이 넘쳐나게 되어 삼수 사수를 하는 입시경쟁이 생길 정도였다. 그러면서 교회는 신학생들을 하나님의 나라 지도자로 ‘세 우려는 의지’보다는, 당장 몰려드는 아이들을 맡을 교육 용병으로 ‘활용하려는 의지’ 쪽 을 선택하게 되었다. 재능 있는 신학교 학생 들을 서로 스카웃하여 교회 성장을 이루려는 일이 흔한 현상이 되었다. 점점 교육전도 사를 교회 판 아르바이트나 저임금 다기능 용역처럼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교회 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교육전도사들 편에서도 지역교회에 대한 소속감이나 애정보다는 자신이 목회자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향해 옮겨 다니는 일들이 일반이 되고 말았다. 한국교회에 흉년이 찾아온 2010년대 이후에는 상황이 더 악화하였다. 인구 변화로 인해 아이들이 줄고, 교인들도 줄어들고, 세속적 가치관에 밀려 교회가 점점 힘을 잃게 되면서 신학교 입학 생이 미달하는 사태를 맞고 말았다. 교회 사역에 열정을 잃고, 쿠팡 등 세상적인 아르바 이트를 통해 학비와 생활비를 버는 신학생 들도 늘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 70%는 교육전도사를 모실 형편도 안되고, 형편이 된다 해도 모시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단지 신대원에서 얻는 신학 지식만으로 한사람이 하나님이 쓰실 교회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 중요한 예수님 제자로서 인격과 영성, 실제 사역의 능력과 지혜를 배우는 현장은 목회 현장 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전도사에 대한 지역 교회 목회자와 공동체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개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전도사, 이소중한 자산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몇 가지만 생각해보자.

첫째는, 눈을 주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하나님이 보시듯이 이들을 보아야 한다.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을지라도 교육전도사는 하나님이 부르신 일꾼이다. 이들은 단지 우리 교회에서 당장의 일들을 위해 사용할 저임금 다기능 비정규직 일꾼이 아니다. 부족한 교회 재정을 해결할 단기적 인건비 절감수단이 아니다. 이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양육하고 투자해야할 하나님의 일꾼이다. 누가 알겠는가? 하나님이 이들을 귀한 목회자로, 선교사로, 기관 사역자로 얼마나 귀한 일들을 담당하게 하실지? 그들이 만들어낼 영광스러운 미래를 미리 보고 이들을 존중하며 귀하게 여겨야 한다.

둘째는, 귀를 주어야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이들은 하나님 나라 안에서 함께 일하는 동역자이기 때문이다. 교육전도사는 어차피 우리를 떠날 것이고, 우리와 관계도 없는 먼 곳에서 일하게 될 ‘학 생’이 아니다. 이들은 현재 시제로 우리 안에서 우리를 통해 우리와 더불어 주님께 배 우는 중이며, 우리 안에서 우리와 함께 하나 님의 일에 동역하고 있는 엄연한 ‘목회자’다.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 사이를 연결하고, 성도들과 담임목사 사이를 연결하고, 다음세 대와 공동체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이다. 공동체의 사역과 비전과 철학을 설명해 줄 뿐아니라, 함께 그런 공동체를 구현할 젊은 피로 이들의 젊은 지혜와 용기와 지식을 이끌 어내어 활용하여야 한다. 사역의 위임이 방임되고 방치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묻고, 대답해 주어야 한다.

셋째는, 입을 주어야 한다.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지도, 멘토링이 필요하다. 물론 목회 자의 모델은 결정적이다. 긍정적이든 부정 적이든 그들은 그런 목회자가 되어간다. 경건하고 신실한 목회자의 삶과 사역의 모습을 현장에서 보는 것보다 더 강력한 목회자 수업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모델뿐 아니라 멘토가 되어주어야 한다. 담임목사는 교육전도사를 아들, 딸같이 여기는 마음으로 영성과 성품 등 인격적인 영역에서 돌보 아야 한다. 예배, 양육, 교제, 전도, 돌봄, 행정 전 사역에 대한 참여 기회를 최대한 열어 주면서, 1:1 개인적인 코칭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어쩌면 목사의 1번 사역 대상은 교육 전도사일지도 모른다. 이들이 목회자가 되었을 때, 그들은 보고 들은 그대로 일을 하 게 될 터이니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손을 주어야 한다. 이들이 성숙하고 유능한 지도자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돌보는 실제적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사역 소모품 취급을 당하는 쓴 마음으로 자신의 본질적인 소명이나 목회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메인스테 이’(mainstay)가 되어주어야 한다. 메인스 테이란 풍력 선의 주 돛대가 제자리에 서 있도록 사방으로 붙들어 매고 있는 밧줄을 말한다. 온 공동체는 메인스테이들로서 사랑과 기도와 돌봄의 손으로 교육전도사를 붙들어 주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존중과 돌봄은 단지 직책과 사역을 넘어 학업과 사역을 포기하지 않도록 재정으로나 시간으로, 사역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신학 수업이 침해 되지 않도록, 개인 삶이 무너저 번아웃되지 않도록 사역 시간이나 내용을 조절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교육전도사를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