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회고] 작은 교회들과 동행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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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들과 동행하면서

 

김덕선 목사/ 동서울노회 예람교회

7월 7일부터 9일까지 대천 한화리조트에서 교회 활성화 동행위원회(동행위)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19년 동안 변함없이 작은 교회를 섬겼다고 감사패를 받는 순간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19년 전 합신에 처음으로 미자립교회 활성화 위원회가 발족하는데 섬겨주시면 좋겠다는 부탁을 총회로부터 받았습니다. 이런 부탁을 받기 전에 6개월 전부터 하나님께서 작은 교회를 위하여 기도하게 하셨고 그때마다 울컥하게 하셨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도 이상한 일이었는데 이 위원회를 섬기는 것이 좋겠다는 부탁을 받는 순간 기도 응답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 1기생들을 모집하였습니다. 방향을 중소도시에서 고군분투하는 목회자들을 섬기기로 하였습니다. 개척한 후 3년이 지나도록 변화가 없어 지친 목회자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미자립교회 활성화 위원회(미활위)로 시작하였습니다. 미자립교회라는 이미지가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어 작은 교회 활성화 위원회(작활위)로, 현재는 교회 활성화 동행위원회(동행위)로 변모하였습니다.
초기에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우리 교단 산하에 있는 교회들이 새해를 맞이할 때 목회에 새로운 도전을 주는 세미나, 이어서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목회 도움을 제공하는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지금에 이르러 교회가 활성화되는 방안을 모색해 왔습니다.

19년을 지나오면서 감사한 것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재정적인 지원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하므로 한계에 부딪혔던 것이 사실입니다. 목회가 잘 안 되다 보니 가정이 무너지고 자녀들이 곁길로 나가는 아픔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목회에 다양한 툴을 제공해 왔지만 당장은 그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들의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기도하는 것 이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같이 울어주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어떤 목회자는 삶을 나누는 중에 눈시울이 벌게지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집에 두 아들이 아빠 때문에 교회를 안 나가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우리는 함께 울었습니다. 목회자들에게 가장 아픈 부분이 자녀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아픔을 가진 자녀들이 잘 딛고 일어나서 이제는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하게 되었다는 청첩장을 받을 때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여름 휴가를 가지 못하는 작은 교회 목회자 가정의 아들이 여름수련회를 통해서 그렇게 행복해했었는데 그 아들이 이제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구나!”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동행위의 이러한 시도가 다른 교단의 미자립 활성화 위원회와는 다른 모습에 기독교 언론에서 우리 교단의 방향성에 관해 관심을 끌게 되었고 글을 게재하기도 하였습니다. 대부분 교단에서는 어려운 교회를 재정적 지원을 하는 데 그치고 있는 형편인 데 반해 합신은 실제적인 대안을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위원회가 초기에는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작은 교회에 힘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아낌없이 나누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목회 현장에서 힘을 잃고 어떻게 할 줄 모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들어주고 같이 울어주는 것이었습니다. 한 교회에 부임해서 3년이 되어도 부흥이 되지 않고 더는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우리는 그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사랑으로 섬겼습니다. 새벽 1∼2시가 되도록 함께 울면서 기도했던 시간, 교회의 사정을 들으면서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해 아파했던 시간, 우리에겐 부흥이 아니라 회복이 절실했습니다. 그들에게는 목회를 잘하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붙들고 있어야 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근간에는 동행위 위원을 중심으로 1년에 세 교회 정도 선정하여 멘토-멘티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모임에서 목회자들의 사역 현장에 대해 많이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떤 분은 설교 중에 뇌경색으로 쓰러져서 지금 회복 중에 있습니다. 다른 한 분은 암으로 투병 중에 있습니다. 멘티 목사님들이 건강이 좋지 않아서 매달 한 번씩 제가 지방으로 내려갑니다. 나눔의 시간을 통해서 많은 것을 알고 배워갑니다. 모임을 마치면 점심 식사와 커피타임을 갖습니다. 어떤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역의 현장을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그날도 모임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함께 나누었던 대화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목사님 제가 목회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 한마디에 우리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모임을 진행하면서 감사한 것이 있다면 후배들의 목회 사역의 아픔과 기도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자체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떤 목사님은 “선배 목사님들이 가르쳐 주신 목회의 지혜들을 통하여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뭉클했습니다. 어느새 작은 교회 목사님들이 각 노회 노회장이 되어서 섬기는 모습을 보는 것은 큰 기쁨입니다. 우리 교단의 작은 교회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실제적인 위로와 큰 힘을 얻어 주님의 몸된 교회를 잘 세워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우리 교단에서도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것 같습니다. 목회는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라는 어느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잘 버텨야 하는데…”